2024-04-25 06:06 (목)
행정의 무한 책임과 공직자 소양
행정의 무한 책임과 공직자 소양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2.11.02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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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br>
김중걸 편집위원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서울ㆍ충북ㆍ경남 등 전국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남긴 말이다. 지난 1일 오후까지 156명이 숨지고 147명이 중경상을 입은 이번 참사에 국민은 사회적 참사를 미리 막지 못한 자괴감으로 감내하지 못할 고통을 겪고 있다. 여기에다 책임 회피ㆍ기피에 급급한 공직자들의 모습은 국민을 분노하게 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사회적 재난에 국민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공직자들에게 나의 생명과 재산을 맡겨도 되는지 의문이 든다. 

참사가 발생하자 정부와 지자체는 안이한 대응에 대해 책임 회피로 일관해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그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다. 평소와 비슷한 수준의 병력이 배치된 것으로 파악된다", 또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의 분노를 샀다.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핼러윈은 주최자가 없는 행사로 담당 부서와 담당자도 없었다"고 해 공직관 등을 의심하게 했다. 박 구청장의 말은 곱씹어 보면 참으로 허망하기까지 하다. 언제부터 주최자가 있는 행사에만 국가나 지자체가 관리했는가 하는 강한 의문이 들게 한다. 그렇다면 책임도 없는 일에 정부는 왜 추모 기간을 정하고 위로금, 장례비까지 지원하는 것인가? 모두 공직자로서는 자격이 없는 발언이고 공직관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국정 책임자로서…."라고 이번 이태원 참사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자연적 재해이든 사회적 재난이든 모든 재난은 기본적으로 국가 또는 지자체의 책임이다. 이런 가운데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회적 재난 책임에 대해 명쾌하게 선을 그어 다행이다. 박 지사는 지난달 말 경남도청에서 실국본부장 회의에서 "경남지역에서 발생하는 재난, 사고에 대해서는 소관기관을 불문하고 종합행정을 맡고 있는 경남의 책임이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경남도는 종합행정이고 지방행정이기 때문에 지역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소관을 따지지 말고 도민들에게 필요한 일이나 조치가 있을 때 언제든 누구든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공직자의 책임을 강조했다. 박 지사는 "요즘 우리 대한민국과 도의 공직이나 여러 행정기관들의 관리시스템을 보면 책임감 있게 일하는 공무원이 적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특히 문제가 생겼을 때 도민이 가장 먼저 연락하는 곳이 119인 만큼, 경남도소방본부에서 문제나 상황이 접수됐을 때 소방ㆍ구조 등 신속한 초동조치를 위한 상황전파, 관계기관 협력체계를 갖추고 모든 행정기관이 참여해 문제를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행정학 박사인 박 지사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행정통이다. 합천군수, 경남도 경제통상국장, 농정국장, 김해시 부시장, 창원시장 등을 두루 역임한 행정 달인인 박 경남지사의 행정의 무한 책임론 설파가 공감이 가고 목민관으로서의 심지가 돋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외신기자회견에서 국가 책임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피하려는 듯한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회견 도중 마이크 고장에 대해서 "누구의 잘못이냐?"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다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고 한다. 국내에서 책임 전가에 혈안이 되어 있는 와중에 국민 5명이 이태원에서 숨진 이란 정부 당국자가 "한국정부가 행사를 관리했어야 했다"고 이례적인 지적과 함께 재발방지를 강력하게 요청해 국제적 망신을 샀다. 외신들은 "자연재해가 아니다, 분명 피할 수 있었다"는 등 이태원 참사에 인재(人災)의 성격이 있었다는 주장을 주목하고 나서고 있다.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 현지 밀집도가 치솟을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치안 안전관리 당국이 허술하게 대처한 탓에 `막을 수 있던 사고`를 참사로 키웠다고 보도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즈(NYT)는 31일(현지시간) 전문가의 의견을 전하면서 "분명 피할 수 있는 일이었다"는 밀라드 하가니 호주 뉴샤우스웨일스대학교수의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경찰관 배치 부족, 대규모 인파 밀집 상황의 안전관리 대책 부족 등이 참사를 불러왔다며 당국의 부실관리 정황을 지목했다. CNN은 원래 사람들이 자주 몰리는 이태원에서 어떻게 이런 재난이 발생할 수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논평에서 "이번 서울에서 벌어진 일은 자연재해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치산치수`는 국가의 책임이듯 사회적 재난 역시 당연히 국가의 책임이다. 행사 주체 운운하는 당신은 국정ㆍ행정 책임자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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