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7:34 (금)
대구전쟁과 포클랜드, 그리고 805통영호
대구전쟁과 포클랜드, 그리고 805통영호
  • 김제홍
  • 승인 2022.11.02 19: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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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과거 영국과 아이슬란드는 지난 1958년, 1971년, 1975년 대구 조업권을 두고 세 번이나 전쟁을 벌였다(대구전쟁, The Code Wars). 이 전쟁은 결국 아이슬란드의 승리로 끝났고 영국은 북대서양 어업에 큰 타격을 받아 1500명의 어부와 7500명의 어업 관계자가 실직했다. 아이슬란드는 3차 대구전쟁이 끝난 후 연안으로부터 200해리(370.4㎞) 내에서는 자국의 어선만 조업할 수 있다고 선포했고, 그 이후 다른 국가들이 뒤따랐다. 이것은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에 의해 200해리의 배타적 경제수역(排他的經濟水域, Exclusive Economic Zone, EEZ)이라는 협약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된다. EEZ는 해양법에 관한 국제 연합 협약(UNCLOS)에 근거해서 설정되는 경제적인 주권이 미치는 수역을 가리킨다. 연안국은 유엔 해양법 조약에 근거한 국내법을 제정하는 것으로 자국의 연안으로부터 200해리의 범위 내의 수산자원 및 광물자원의 탐사와 개발에 관한 권리를 얻는 대신 자원의 관리나 해양 오염 방지의 의무를 진다. 

당시 인구 21만의 작은 나라인 아이슬란드가 초강대국인 영국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냉전(Cold War)`이라는 특수한 시대상황 때문이다. 아이슬란드는 영국 어선들이 철수하지 않으면 영국과 국교 단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및 소련의 군함을 구매하겠다고 선언하자(1976년), 미국과 영국은 모든 것을 양보하게 된다. 유럽과 북미의 중간에 위치한 아이슬란드에 소련의 군사기지가 들어서고 군함과 잠수함, 그리고 전략폭격기가 대기시킨다면, 미국이 유럽으로 가는 모든 길이 봉쇄당한다. 그런데, 자국의 EEZ에 외국의 어선들에게 입어료를 받아서 부유하게 사는 섬나라가 있다. 영국은 `포클랜드 제도(Falkland Islands)`를 실효지배하고 있다. 포클랜드 제도는 남대서양에 위치한 섬으로, 서(西)포클랜드와 동(東)포클랜드 섬 및 주위 776개 섬으로 이루어졌다. 아르헨티나 동쪽으로 410㎞ 떨어진 곳이고 면적은 1만 2173㎢로서 경남도와 부산, 울산을 모두 합친 크기와 비슷하다. 아르헨티나는 자국 소속 대륙붕의 연장선에 있다는 근거로 이 섬들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 섬의 영유권에 대해서, 영연방 국가들과 유럽, 한국, 이스라엘은 영국령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고, 대부분의 남미국가와 중국은 아르헨티나의 영토라고 인정하고 있다. 반면, UN과 미국, 스페인과 포르투갈 및 일본은 중립을 지키고 있다. 각국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서 선택적 지지를 하고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은 3000명 안팎인데, 국민소득은 7만 불을 초과한다. 목축업(양)이 가장 큰 산업이고 EEZ에 대한 입어료(주로 오징어)가 국가의 주 수입원이다. 1980년대 합성섬유가 발명되자 양털산업이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포클랜드 정부가 국가 재정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채택한 정책이 `입어료`이다. 포클랜드 정부가 아르헨티나의 침략에 대한 일종의 방어 수단으로서 외국 어선들을 활용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우리나라의 총 오징어 공급의 30~40%를 원양 오징어가 차지하고있으며, 원양 오징어의 약 70~80%는 포클랜드 수역에서 잡힌다. 2021년 8월 27일 ㈜동원개발이 1200t급의 원양어선을 진수하면서 이름을 `805통영호`라고 명명했다. 장복만 회장의 고향사랑이 담긴 이 배는, 길이 72.85m, 폭 11m의 대형어선(승선원 43명)이다. 805통영호는 포클랜드까지 가서 원양채낚기로 오징어를 잡는다. 1949년, 해방 후 아무것도 없던 시절, 우리나라 수출의 93.3%를 차지한 것이 수산물이었지만, 지금은 우리가 먹을 오징어를 찾아다니고 있으니 국력의 변화를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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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한 2022-11-03 07:14:00
재미나고 유익한 글입니다. 우리도 아이슬란드나 포클랜드의 전략을 배워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