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보이콧하면서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대통령이 직접 나섰던 시정연설을 야당이 보이콧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국무총리 대독에는 불참이 있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비속어 논란`과 `종북 주사파 발언`, 검찰과 감사원의 전방위적인 수사ㆍ감사에 사과하지 않으면 협치의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간주하고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했다. 야당 의원의 야유 속에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한 윤 대통령은 기본소득당 용혜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 등 야당 의원과 여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며 "우리 정부는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면서도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월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ㆍ소상공인 지원 추경안도 국회의 초당적 협력으로 무사히 확정 지을 수 있었다"며 "정부가 치열한 고민 끝에 내놓은 예산안은 국회와 함께 머리를 맞댈 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안보 현실은 매우 엄중하다"며 "북한은 최근 유례없는 빈도로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위협적인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나아가 핵 선제 사용을 공개적으로 표명할 뿐 아니라 7차 핵실험 준비도 이미 마무리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국민이 안심하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미연합방위 태세와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압도적인 역량으로 대북 억제력을 강화할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의 결단을 내려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이미 취임사와 8ㆍ15 경축사에서 밝혔듯 우리 정부는 `담대한 구상`을 통한 정치ㆍ경제적 지원을 다 할 것이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경제와 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국회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야당의 협력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공석에도 18분 28초 동안 연설을 이어갔다. 총리가 대독하지 않고 대통령이 국회에서 직접 예산안(본예산) 시정연설을 한 것은 윤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여섯 번째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처음으로 국회에서 직접 시정연설을 했고 이후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첫해만 국회를 찾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박근혜ㆍ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매년 직접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부터 2016년 사이 네 차례, 문 전 대통령은 2017년부터 다섯 차례 각기 시정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올해 예산안 시정연설은 역대 최단 시간으로 기록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26분(2008년 10월) `최단` 기록을 깼다. 전임자인 문 전 대통령은 최단 33분(2009년 11월), 최장 39분(2020년 10월)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단 29분(2013년 11월). 최장 42분(2015년 10월)이다.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18분 28초 동안 19번의 박수 소리가 나왔다, 1분에 한 번꼴인 셈이다. 야당이 없는 상황에서 나온 박수 소리는 물 건너간 협치에 공허하기만 하다. 일부에서는 야당 의원의 불참을 의식한 여당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더 자주 손뼉을 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대통령이 국회를 찾는 시정연설에서 야당의 `냉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정연설 때는 연설 도중 야당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박수도 나오지 않았다. 퇴장 때도 야당 의원 대다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박수를 치지도 않았다. 2006년 이명박 전 대통령 때도 야당 의원들은 연설 도중 박수를 치지 않았고 일부는 앞에 높인 컴퓨터를 검색하기도 했다.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한창이던 때는 박 전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 머문 40여 분간 야당 의석에서는 단 한 차례의 박수도 나오지 않았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연설 도중에 미리 준비해온 역사 교과서를 펼쳐 읽는 모습을 보이며 `무언의 시위`를 했다. 공수처 설치로 대립했던 2019년 문 전 대통령의 연설 때는 일부 야당의원이 손으로 `X`자로 반대의 뜻을 보이고 손으로 귀를 막기도 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본 회의장 밖에서 피켓시위를 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지원(32회), 경제(13회), 예산ㆍ국민(9회), 협치(2회), 협조(1회)를 했으나 자유, 협치, 야당, 민주당은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과와 방탄 등으로 대립된 냉랭정국을 어떻게든 수습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