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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정국, 협치ㆍ상생 복원돼야
얼어붙은 정국, 협치ㆍ상생 복원돼야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2.10.26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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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br>
김중걸 편집위원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보이콧하면서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대통령이 직접 나섰던 시정연설을 야당이 보이콧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국무총리 대독에는 불참이 있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비속어 논란`과 `종북 주사파 발언`, 검찰과 감사원의 전방위적인 수사ㆍ감사에 사과하지 않으면 협치의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간주하고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했다. 야당 의원의 야유 속에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한 윤 대통령은 기본소득당 용혜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 등 야당 의원과 여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며 "우리 정부는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면서도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월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ㆍ소상공인 지원 추경안도 국회의 초당적 협력으로 무사히 확정 지을 수 있었다"며 "정부가 치열한 고민 끝에 내놓은 예산안은 국회와 함께 머리를 맞댈 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안보 현실은 매우 엄중하다"며 "북한은 최근 유례없는 빈도로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위협적인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나아가 핵 선제 사용을 공개적으로 표명할 뿐 아니라 7차 핵실험 준비도 이미 마무리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국민이 안심하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미연합방위 태세와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압도적인 역량으로 대북 억제력을 강화할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의 결단을 내려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이미 취임사와 8ㆍ15 경축사에서 밝혔듯 우리 정부는 `담대한 구상`을 통한 정치ㆍ경제적 지원을 다 할 것이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경제와 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국회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야당의 협력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공석에도 18분 28초 동안 연설을 이어갔다. 총리가 대독하지 않고 대통령이 국회에서 직접 예산안(본예산) 시정연설을 한 것은 윤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여섯 번째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처음으로 국회에서 직접 시정연설을 했고 이후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첫해만 국회를 찾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박근혜ㆍ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매년 직접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부터 2016년 사이 네 차례, 문 전 대통령은 2017년부터 다섯 차례 각기 시정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올해 예산안 시정연설은 역대 최단 시간으로 기록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26분(2008년 10월) `최단` 기록을 깼다. 전임자인 문 전 대통령은 최단 33분(2009년 11월), 최장 39분(2020년 10월)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단 29분(2013년 11월). 최장 42분(2015년 10월)이다.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18분 28초 동안 19번의 박수 소리가 나왔다, 1분에 한 번꼴인 셈이다. 야당이 없는 상황에서 나온 박수 소리는 물 건너간 협치에 공허하기만 하다. 일부에서는 야당 의원의 불참을 의식한 여당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더 자주 손뼉을 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대통령이 국회를 찾는 시정연설에서 야당의 `냉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정연설 때는 연설 도중 야당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박수도 나오지 않았다. 퇴장 때도 야당 의원 대다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박수를 치지도 않았다. 2006년 이명박 전 대통령 때도 야당 의원들은 연설 도중 박수를 치지 않았고 일부는 앞에 높인 컴퓨터를 검색하기도 했다.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한창이던 때는 박 전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 머문 40여 분간 야당 의석에서는 단 한 차례의 박수도 나오지 않았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연설 도중에 미리 준비해온 역사 교과서를 펼쳐 읽는 모습을 보이며 `무언의 시위`를 했다. 공수처 설치로 대립했던 2019년 문 전 대통령의 연설 때는 일부 야당의원이 손으로 `X`자로 반대의 뜻을 보이고 손으로 귀를 막기도 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본 회의장 밖에서 피켓시위를 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지원(32회), 경제(13회), 예산ㆍ국민(9회), 협치(2회), 협조(1회)를 했으나 자유, 협치, 야당, 민주당은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과와 방탄 등으로 대립된 냉랭정국을 어떻게든 수습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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