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6:45 (토)
잊혀지지 않는 우정
잊혀지지 않는 우정
  • 김정배
  • 승인 2022.10.25 2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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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정 배<br>전 마산중앙중학교 교장<br>
김 정 배
전 마산중앙중학교 교장

그리움이 가득한 가을의 향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하늘은 더 높고 푸르며 하얀 구름은 고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이 아름다운 계절 보고픈 사람을 만나 사랑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손 편지라도 써 그간 잊었던 소식을 전하면서 옛 추억을 나눈다면 가을의 향기는 우리들의 마음을 더욱 기쁘게 할 것이다. 

인간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아가기에 들꽃 향기를 맡으며 단풍으로 물던 가을 산을 보면서 곱게 살았으면 한다. 깊어가는 가을, 오늘은 우리 모두의 기억 한 켠에 남아 있는 그리운 고향과 어릴 적 친구가 그리워진다. 우리를 키워주고 온갖 추억을 쌓게한 아담하게 자리 잡은 고향은 어머님 품속같이 포근한 곳이다. 그리고 그 옛날 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하루종일 뛰어놀았던 심성이 고왔던 고향 친구들이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뒷동산에서의 병정놀이, 앞개울에서의 물고기 잡던 일, 저녁이면 참외 서리 닭서리 하던 사건들도 생각이 난다. 따듯한 바위에 누워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빛을 보면서 원대한 꿈을 꾸며 미래를 약속하기도 하였다. 그때의 사연들이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우정을 끈끈하게 지켜주고 있다. 함께 찍은 흑백 사진 속의 얼굴을 바라보니 참 우습기도하고 다시 한번 옛날로 돌아가 그들과 어울리고 싶어진다.  

서로가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세월은 흘러가 버려 서글픔이 밀려서 온다. 그 사이 이 세상을 떠나간 몇몇 친구들을 생각하니 아픈 마음과 삶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또 다른 만남을 통해 우리들의 마음을 부담 없는 곳으로 안내하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곳이 초등학교 동창회가 아닌가 싶다. 

세월이 변해도 서로 마주 보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아닌가. 동창회가 가까워오면 마음이 설레고 기대감이 가득 차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수십 년 만에 만난 친구들은 처음엔 서먹서먹하고 어리둥절한 분위기다. 하지만 마주 보는 순간 옛날의 기억과 모습들이 되살아나 어릴 적 뛰놀았던 정답던 친구, 반가운 얼굴로 돌아가 웃음소리가 번져난다.

고향 소식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속칭 만물박사 친구도 만날 수 있으니 어찌 발걸음이 급하지 않겠는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보면 주름진 얼굴에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느슨한 움직임들이 지나온 세월을 느끼게 한다.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서로 얼싸안고 서로의 달라진 모습을 보며 그동안 어떻게 살았으며 부모, 형제, 이웃 소식까지 들으면서 궁금증을 해소하기도 한다. 철없던 시간들을 다시 한번 만나면서 옛날의 다정스럽고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 함께 어울려 구수하고 궁금했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 보아도 순진한 그 모습 정겨운 사투리로 웃음을 자아내는 순간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준다. 짝사랑했던 친구도 장난기 심했던 친구도 만나면서 과거의 비밀도 하나씩 파헤쳐지기도 한다. 철없던 시절을 함께한 친구들이라 밤을 새우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면 수많은 사연이 많아 할 말은 끝이 없다. 

이렇게 왁자지껄하게 웃고 즐기면 어머니 가슴처럼 따뜻한 그리움 속에 빠지니 시간은 훌쩍훌쩍 빨리 지나가고 만다.

좀 배웠다고 잘난 체하거나 뽐내거나 가진 게 있다고 업신여기지 않는 가슴으로 만나는 겸손한 친구들이다. 조금 모자란 듯, 손해 본 듯 서로 이해하며 살아가는 친구들이기에 다들 만나기를 고대하고 헤어지기를 싫어한다.  

만남을 통해 우리는 인연을 얻게 되고 슬픔과 기쁨을 나누기도 한다. 그게 우리가 살아온 길이며 따뜻한 인정미가 아니겠는가. 

동창들의 우정과 인연들은 인간관계를 넘어서 영혼과 영혼의 교감처럼 고귀하고 신비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먼저 세상을 뜬 친구의 소식을 듣고는 다 함께 안타까움을 느끼며 슬픔을 감추지 못한다. 모두들 감싸 안을 줄 알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포용과 여유를 가진 보배 같은 친구들이다. 고통과 슬픔이 있을 때는 서로 나누어 가지며, 기쁠 때는 다 같이 손뼉 치며 즐길 수 있는 친구다. 때와 장소의 가림도 없이 모이면 웃고 이야기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정겨운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것이다. 

모두들 환하고 밝은 웃음을 띠며 숨겨 놓았던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누는 모습에 믿음과 끈끈한 정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마음을 주고받으며 껴안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행복한 일이다.  변치 않는 마음, 미소 짓는 얼굴이 늘 우리 곁에서 함께하며 마음을 설레게 할 것이다.

오늘의 만남을 잊을 수 없고 또 헤어지기 싫어 뒤돌아보고 또 뒤돌아보는 동창생들의 모습이 눈물겨워 보인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이 친구들의 모습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 가슴 속에 내년에도 더 밝고 건강한 얼굴로 만나 얼싸안고 춤추는 모임이 되기를 함께 빌어본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이 친구들의 숭고한 정신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고 가슴 속에 남아있을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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