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4:03 (금)
바위  - 문 인 선
바위  - 문 인 선
  • 문인선
  • 승인 2022.10.24 2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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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 수도 있다

바람이 찾아와 살랑살랑 귓속말을 해대니
느릅나무 후박나무 치맛자락 흔들며 맞장구를 처댄다
없는 일도 미각 후각 만들어 보태는 세상
하늘을 날던 흰 구름도 슬금슬금 내려와
흰 웃음에 덧칠까지 해대며 웃어대고
참새 동박새도 제풀에 고백까지 해도
미동도 없이 계곡만 내려다보는 바위는
빛도 그늘도 드러내지 않는 얼굴에
단단히도 풀칠한 입이다

세상사 귀를 후비듯 궁금하지 않은 자 있겠냐고
밤새 몰래 다니는 걸 본 자 있다고도 하고
천년을 한결같이 그 자리에 앉아만 있었겠냐고
숙덕일 때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저 묵중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온갖 입들이 무더기로 소식을 쏟아놓아도
한 번씩 진짜 정보 가짜 정보 가려주는 소나기
새벽마다 찾아오는 저 영롱한 심안의 눈빛 이슬
그랬겠다
천년을 침묵으로 앉아 있어도 천리를 봤겠다
입 다물고 있는 자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자랬다
언제쯤 제 무게만큼 세상 놀랄만한 천둥소릴 꿍 하고
나설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시인 약력

 

- 시인ㆍ시낭송가
- 문학평론가
- 경성대 시창작아카데미 교수
- 교육청연수원 강사
- 전 평화방송목요시 담당
- 한국문협중앙위원
- 시집 `천리향` `애인이 생겼다` 외 다수ㆍ동인지 다수

"守口莫如愼默"
"입을 지키는 것은 삼가 침묵하는 것만 한 것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가끔 말을 안 함만 못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해서 근심을 만드는 경우가 있으니 말을 삼가고 함부로 내뱉지 말 일이다. 어려서는 이웃 간에도 말 때문에 갈등하는 것을 더러 보았는데 커서는 위정자들의 말 때문에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것을 종종 본다. 너 나 할 것 없이 말을 삼가고 경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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