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에는 많은 열도가 있다. 한줄로 길게 줄지어 있는 섬들을 열도(列島)라고 부른다. 태평양의 동쪽, 뉴질랜드와 하와이를 포함한 넓은 지역을 폴리네시아(Polinesia)라고 하고, 그 남서쪽으로 호주 위쪽의 파푸아뉴기니와 솔로몬제도를 포함하는 대체로 큰 섬들이 많은 곳을 멜라네시아(Melanesia)라고 부른다. 멜라네시아 북쪽으로 작은 섬들이 줄지어 있는데, 이곳을 미크로네시아(Micronesia)라고한다. 미크로네시아 안에는 서북쪽에는 괌(Guam)이 있고, 또, 섬사이판(Saipan)을 포함하는 14개의 화산섬으로 이루어진 북마리아나 제도가 있다.
북 마리아나 제도에는 BC 1500년경 차모로족(Chamoros)이 정착했다. 1521년 마젤란(Ferdinand Magellan) 원정대가 대서양을 지나고 태평양의 마리아나 제도를 발견했다. 마젤란의 선원들은 원주민들과 다투고는 이 섬들을 도둑놈들의 섬(Las Islas de los Ladrones)이라고 부르는 바람에 억울하게도 근 150년간 그렇게 불리웠다. 그 후, 지난 1667년 스페인은 공식적으로 그 섬들을 식민지화하고, 1668년 왕비의 이름을 따서 마리아나 제도(Mariana Islands)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그 후 스페인은 미국과의 전쟁(1898년)에서 패하고 파리 평화조약이 체결되면서 괌과 푸에르토리코, 필리핀을 2000만 달러를 받고 미국에 넘긴다. 이 때부터 괌은 미국령이 되어 북마리아나 다른 섬들과는 다른 역사의 길을 걷는다. 스페인은 제일 큰 괌을 미국에 팔고 사이판을 포함한 마리아나 제도의 다른 섬들은 다음해(1899년) 독일에게 83만 7500 마르크(410만 달러)에 팔았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후 패전국이 된 독일(1919년)은 태평양의 식민지인 팔라우, 캐롤라인, 북마리아나, 마셜 제도를 일본에 뺏긴다.(괌은 미국의 영토로 제외) 일본은 이들 섬을 군사기지로 이용하고 사탕수수를 재배하기 위해 1920년대 일제치하 조선인, 대만인, 오끼나와인들을 강제징용했다.
이 지역은 제2차 세계 대전의 격전지가 된다. 태평양 전쟁이 터지면서 일본은 미국령인 괌까지 점령하여(1941년) 이 지역을 일본의 태평양 전초기지로 삼는다. 연합군이 1944년 재탈환하고, 1947년부터 1979년까지 미국이 북마리아나 섬들에 대해 신탁통치를 했다.
1961년, 사이판과 로타는 괌과의 통합을 미국에 요청했다. 일본의 괌 점령 시기에 사이판 사람들이 통역가, 일제의 앞잡이로서 행세한데 대한 분노가 아직까지 괌 주민들에게는 남아있어서 그런지 통합은 결국 부결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당시 이 지역에서 강제동원된 한인 노무자는 5천명 이상이며, 주로 비행장 건설과 사탕수수 재배에 투입되고,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태평양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는 총알받이, 자살테러, 굶주림 등으로 징용자의 60%가 사망하였다.
충격적인 것은 일본이 여러군데 위령비를 세우며 침략전쟁을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주로 가는 곳이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1만명의 군인들이 바위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이판 최북단 `반자이 클리프(Banzai Cliff)`나 일본군 최고 수뇌부가 자결한 최후사령부 `라스트 코만도(The Last Commando Post)` 같은 곳이다.
16세기부터 스페인, 미국, 독일, 일본의 지배를 받아온 이 지역은 수백 년 동안 겪은 아픈 역사를 관광자원화한다고 일본의 만행을 묵인하고 있다. 우리 민족처럼, 괌과 사이판 사람들도 일제점령기에는 노예가 되거나 전쟁에 동원되고 심지어 자살을 강요받기도 했는데도 말이다. 일제 수탈의 역사를 철저히 지우고자 하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대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