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9:05 (금)
괌과 사이판의 눈물에 비친 통한의 역사
괌과 사이판의 눈물에 비친 통한의 역사
  • 김제홍
  • 승인 2022.10.19 2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br>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태평양에는 많은 열도가 있다. 한줄로 길게 줄지어 있는 섬들을 열도(列島)라고 부른다. 태평양의 동쪽, 뉴질랜드와 하와이를 포함한 넓은 지역을 폴리네시아(Polinesia)라고 하고, 그 남서쪽으로 호주 위쪽의 파푸아뉴기니와 솔로몬제도를 포함하는 대체로 큰 섬들이 많은 곳을 멜라네시아(Melanesia)라고 부른다. 멜라네시아 북쪽으로 작은 섬들이 줄지어 있는데, 이곳을 미크로네시아(Micronesia)라고한다. 미크로네시아 안에는 서북쪽에는 괌(Guam)이 있고, 또, 섬사이판(Saipan)을 포함하는 14개의 화산섬으로 이루어진 북마리아나 제도가 있다. 

북 마리아나 제도에는 BC 1500년경 차모로족(Chamoros)이 정착했다. 1521년 마젤란(Ferdinand Magellan) 원정대가 대서양을 지나고 태평양의 마리아나 제도를 발견했다. 마젤란의 선원들은 원주민들과 다투고는 이 섬들을 도둑놈들의 섬(Las Islas de los Ladrones)이라고 부르는 바람에 억울하게도 근 150년간 그렇게 불리웠다. 그 후, 지난 1667년 스페인은 공식적으로 그 섬들을 식민지화하고, 1668년 왕비의 이름을 따서 마리아나 제도(Mariana Islands)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그 후 스페인은 미국과의 전쟁(1898년)에서 패하고 파리 평화조약이 체결되면서 괌과 푸에르토리코, 필리핀을 2000만 달러를 받고 미국에 넘긴다. 이 때부터 괌은 미국령이 되어 북마리아나 다른 섬들과는 다른 역사의 길을 걷는다. 스페인은 제일 큰 괌을 미국에 팔고 사이판을 포함한 마리아나 제도의 다른 섬들은 다음해(1899년) 독일에게 83만 7500 마르크(410만 달러)에 팔았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후 패전국이 된 독일(1919년)은 태평양의 식민지인 팔라우, 캐롤라인, 북마리아나, 마셜 제도를 일본에 뺏긴다.(괌은 미국의 영토로 제외) 일본은 이들 섬을 군사기지로 이용하고 사탕수수를 재배하기 위해 1920년대 일제치하 조선인, 대만인, 오끼나와인들을 강제징용했다. 

이 지역은 제2차 세계 대전의 격전지가 된다. 태평양 전쟁이 터지면서 일본은 미국령인 괌까지 점령하여(1941년) 이 지역을 일본의 태평양 전초기지로 삼는다. 연합군이 1944년 재탈환하고, 1947년부터 1979년까지 미국이 북마리아나 섬들에 대해 신탁통치를 했다. 

1961년, 사이판과 로타는 괌과의 통합을 미국에 요청했다. 일본의 괌 점령 시기에 사이판 사람들이 통역가, 일제의 앞잡이로서 행세한데 대한 분노가 아직까지 괌 주민들에게는 남아있어서 그런지 통합은 결국 부결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당시 이 지역에서 강제동원된 한인 노무자는 5천명 이상이며, 주로 비행장 건설과 사탕수수 재배에 투입되고,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태평양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는 총알받이, 자살테러, 굶주림 등으로 징용자의 60%가 사망하였다.

 
충격적인 것은 일본이 여러군데 위령비를 세우며 침략전쟁을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주로 가는 곳이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1만명의 군인들이 바위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이판 최북단 `반자이 클리프(Banzai Cliff)`나 일본군 최고 수뇌부가 자결한 최후사령부 `라스트 코만도(The Last Commando Post)` 같은 곳이다. 

16세기부터 스페인, 미국, 독일, 일본의 지배를 받아온 이 지역은 수백 년 동안 겪은 아픈 역사를 관광자원화한다고 일본의 만행을 묵인하고 있다. 우리 민족처럼, 괌과 사이판 사람들도 일제점령기에는 노예가 되거나 전쟁에 동원되고 심지어 자살을 강요받기도 했는데도 말이다. 일제 수탈의 역사를 철저히 지우고자 하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