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6:05 (토)
나라 밖을 내다보자 25
나라 밖을 내다보자 25
  • 박정기
  • 승인 2022.10.17 2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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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br>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인가? 아니다. 공산주의 국가라 할 수 없다. 공산주의의 출발점은 경제 이론인데 공산주의 경제 원리에서 일탈한 지가 오래다. 일탈만 한 게 아니라, 숫제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를 작동시켜놓곤 작명까지 근사하게 했다. 이름하여 `사회주의 시장경제`라고. 그러니까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라 자기들 맘대로 `사회주의 시장경제 국가`라고 해야 옳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위대한 인물이다. 중국을 위해서는 그렇다. 그러나 그가 위대한 만큼 세계는 힘들어졌다. 덩샤오핑이 공장 시찰을 갔을 때이다. 컴퓨터를 가리키며 직원에게 물었다. "이것은 자본주의인가, 사회주의인가?" 직원이 어리둥절해하자, "외국에 있을 때는 자본주의였지만, 중국에 들어왔으면 사회주의지."라고 했다는 것이다. 

`흑백 고양이`에 비유할 때나, 지금의 이 얘기는 자본주의나 사회주의가 모두 의미가 없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자본주의 경제 원리를 갖다 쓰는 자체가 이미 공산주의를 떠났다는 뜻이요, 이는 공산주의 자체에 대한 통렬한 부정이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라고 우기면 저들의 최고 스승인 공자의 정명사상(正名思想)에도 어긋난다. 공자는 정치가 바로 서려면 용어, 이름부터 제대로 쓰라고 안 했던가. 공산주의 근본은 어디까지나 `통제경제`지, `시장경제`는 아니다. 군인이 너무 나갔나? 이 정도로 해두자. 공산주의건 아니건 딴은 내가 시비 걸 일이 아니다. 주목해야 할 일은 중국의 부상(浮上)과 앞으로의 행보다. 부상 정도가 아니라 자기들 말대로 굴기다. 우뚝 섰다. 내가 떠든다고 멈출 중국이 아니다. 중국의 GDP는 14조 3430억 달러로 미국 GDP의 67%에 육박한다. 2027~2028년에는 미국을 추월, 세계 1위 경제 대국이 된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 따지지 않고 세계 돈을 긁어모았다. 온천지가 불황인 이 난장판에도 중국은 2020년 2.3%의 성장률을 보여 세계 유일의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였다. IMF는 2021년 중국의 성장률을 8.7%로 전망하였다. 무섭다. 

역사는 연기(緣起)의 소산이다. 나의 생각이다. 역사는 인간의 지혜로는 헤아릴 수 없는 얽히고설킨 사람의 인연과 업(業)의 결과로 전개된다.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지 영웅이 한 시대를 여는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멀리 삼황오제(三皇五帝)나 진시황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없는 중화인민공화국을 상상할 수 있는가, 저우언라이(周恩來)나 덩샤오핑이 없었다면 오늘의 중국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1949년 10월 1일, 마오쩌둥이 톈안먼 광장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했을 때 왜 그 자리는 장제스(蔣介石)는 대신할 수 없었을까? 마오쩌둥의 등장은 필연인가, 우연인가? 모두가 연기의 소산이다. 연기는 신의 역사(役事)하심이다. `사회주의 시장경제?` 이거 말이 되는 건가? 안 되지. 그러나 말이 안 되는 거로 중국은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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