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6:13 (수)
교육 백년대계의 패착 고교평준화정책
교육 백년대계의 패착 고교평준화정책
  • 이광수
  • 승인 2022.10.17 0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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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br>
이광수 소설가

필자가 초ㆍ중ㆍ고 시절엔 `아는 것이 힘이다.`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이 명언을 금과옥조처럼 지키며 코피가 터지도록 학업에 매진했다. 못 배운 것에 한이 맺힌 무식한 부모들은 똥 묻는 팬츠를 팔더라고 자식 공부만은 시키려고 발버둥 쳤다. 그땐 중ㆍ고교도 모두 시험을 쳐서 입학했으며 자기 실력대로 전국 어떤 중ㆍ고ㆍ대학도 응시가 가능했다. 그래서 수도권의 SKY는 물론 지방의 명문 국립대도 권위와 명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시골출신의 초ㆍ중ㆍ고교생들도 실력만 있으면 중앙과 지방의 일류 중ㆍ고교와 대학에 입학해서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절이었다. 그 당시 전국의 명문고교는 서울 경기고와 서울고, 경복고, 인천 제물포고, 충북 청주고, 강원도 춘천고, 전북 전주고, 전남 전남고와 광주일고, 경북 경북고, 부산 경남고와 부산고, 경남 마산고와 진주고, 제주도 오현고가 전국 15대 명문고로 명성을 떨쳤다. 대체로 수도권 학생은 수도권 명문고로 지방학생은 지방명문고로 진학했으며, 대학은 성적대로 수도권과 지방으로 자기 실력에 맞춰서 진학했다. 그 당시 치열한 고교입시경쟁률을 뚫기 위해 서울명문고인 경기고, 서울고, 경복고에 가려면 3당 4락해야 했다. 잠을 3시간자면 합격되고 4시간 자면 시험에 떨어진다는 말이다. 지방명문고는 4당 5락으로 4시간 자면 합격이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이다. 그러니 얼마나 피 터지게 공부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 때 어떤 수재선배가 1/3이나 찢어져 나간 영어사전을 내게 보여주면서 사전 한 페이지를 외우고 나면 찢어서 잘근잘근 씹어서 버린다고 해서 심한 충격을 받았다. 시골에서 이렇게 공부해서는 일류고교입학은 언감생심임을 알았다. 그 당시 필자가 다니는 중학교의 학생들이 제일 선망하는 고교는 부산의 경남고와 부산고였고 그다음으로 마산고와 진주고였다. 반에서 적어도 1~3위안에 들어야 시험 칠 기회를 주었다. 그 때는 4시간을 수면해도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식사도 10분 이내에 끝내고 휴식시간도 공부리듬 깨진다고 10분 이내로 잡았다. 잠까지 줄이니 몸은 꼬챙이처럼 말랐다. 토요일 집에 가면 아버지가 애 죽이겠다고 인삼 등을 달여서 먹이고 읍내 한약방에 가서 환으로 보약을 지어 주었지만 소화가 안 된다고 달달한 인삼과자만 먹었다. 약보다도 공휴일에 휴식은커녕 그 많은 농사일에 치여 죽을 지경이었다. 

이제 중학교도 무상교육에 시험도 없어지고 고교도 평준화되어 그 학교가 그 학교이다. 모두 별볼일 없는 중ㆍ고 졸업장 따는 형식적인 공교육이 되어 버린 셈이다. 공부는 오직 학원의 족집게 강사들의 강의를 금과옥조로 삼아 공부해야만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사교육전성시대가 되었다. 사교육비로 학부모들의 등골은 휘는데 지방학생들의 성적은 바닥을 헤맨다. 그러니 한해 20~30명씩 서울대에 입학하던 경남의 명문고교는 사립 명문고인 외교, 특목고, 국제고 등에 자리를 내주고 삼류고교로 추락했다. 학교에 대한 동문들의 열의도 식고 심지어 요즘 일반고교 졸업생들은 동창회도 안 한다고 한다.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없는 모교에 무슨 애교심이 생기겠는가. 필자 역시 모교행사와 동창모임에도 이젠 발길을 끊었다.

 
고교평준화의 명분은 입시과열의 폐단을 막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과연 지금 그렇게 되었는가. 강남 8학군이 위세를 떨치고 사교육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학부모들의 등골을 빼먹고 있다. 여기에는 사회주의적 교육관으로 무장한 진보교육집단이 교육현장을 정치판으로 오염시킨 책임도 크다. 어차피 교육은 특기나 실력대로 차별화 될 수밖에 없다. 공부머리는 없지만 체육, 예술 등에 뛰어난 인재들도 많다. 입시경쟁완화와 교육 평준화명분으로 지방학생들을 역차별한 고교 평준화의 문제점을 재검토해 봐야 한다. 지금 지방대학들은 국립과 사립을 막론하고 고사 직전에 처해있다. 링거를 꽂고 있는 중환자나 다름없다. 급격한 인구감소로 지방소멸이 가속화 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 입학생도 대폭 줄었다. 고교 평준화로 학력저하가 심화되자 과거 지역우수인재양성의 요람이었던 지방명문 국립대는 수도권의 중위권대학 보다 못한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는 지방공립명문고의 몰락에 따른 우수인재영입부족 때문이다. 교육수준의 우열은 어쩔 수 없다. 왜 미국 아이비리그, 영국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중국 베이징대와 칭화대, 일본 동경대와 와세다대, 한국 SKY가 엄존하는가, 이런 대학서열화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한국 고교교육을 하향 평준화 시킨 원흉은 바로 고교 평준화정책이었다. 정치논리로 강행된 고교 평준화는 한국교육 백년대계를 망치게 한 패착으로 국가교육 정책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길이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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