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을 내다보자 24
나라 밖을 내다보자 24
  • 박정기
  • 승인 2022.10.13 2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교,160여국 4000만명 거주
타향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특유의 성격과 금전 감각 외
유교 살린 예의ㆍ도덕성 주효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br>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화교들이 타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인 특유의 초국가적 성격, 가족과 혈족 간의 응집력, 인내, 근면성, 뛰어난 금전 감각이다. 또한 화교들은 자신들의 오랜 유교 전통을 살려 예의, 염치, 신의를 가르치고, 사업을 하는데도 도덕성을 중시한다. 그들이 자주 쓰는 경구로 `군자도 재물을 좋아하지만 돈을 버는 데도 도가 있다`, `아이들이나 의지할 데가 없는 사람은 속이지 않는다` 등이다. 화교들의 영향력은 막강하여 현지에서는 물론 본국과도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 세계적으로 흩여져 사는 화교 수는 160여 국에 2020년 기준으로 약 4000만 명, 적지 않은 숫자다. 

중국은 땅이 큰 만큼 다수 민족이 모여 산다. 인구 구성비는 한족이 절대다수인 92%를 차지한다. 나머지가 55개 소수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55개 민족 중 100만이 넘는 민족은 19개 민족이다. 그중 장족이 최대 민족으로 약 1600만, 다음이 민족 약 1000만, 후이족이 약 900만, 위구르족, 티베트족 순이다. 조선족은 13위로 약 130만 명 정도이다. 이들 주요 소수 민족에 대해서는 자치권을 주고 있다. 중국의 언어는 워낙 나라가 큰 데다가 다민족 국가라 수많은 말이 사용된다. 같은 한족 사이에서도 국토가 광대하여 방언이 심하고,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공통어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공통어를 보통어 (普通語)라고 부른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로, 북경어를 표준으로 한 것이다. 텔레비전, 라디오 방송, 학교 교육에서 보통어가 사용된다.

중국어의 특징은 문언 (文言)과 백화(白話)로 크게 나누어진다. 문언은 일반적으로 쓰지 않고 고전 문학, 역사, 철학 등의 작품에서 사용되는 언어이다. 그리고 백화, 곧 보통어는 육조시대 이후 북방어가 발전하여 오늘날 통용되는 말이 되었다. 지금은 정부의 노력으로 표준어인 보통어가 널리 보급되어 전국 어디서나 교육을 받는 사람이면 소통할 수 있다. 그러나 20여 년 전만 해도 북경 사람이 상해 사람과 소통이 어려웠고, 광둥에 가면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다. 1991년 `신시일보`에 의하면 산둥성 사람 둘이 우한의 한농장에 갔다가 소통이 안 돼 상배당의 오해를 사서 한 사람은 죽고 남은 한 사람도 크게 상처를 입은 사고도 있었다.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깔은 붉은색과 노란색이다. 붉은색은 부귀영화를 상징한다. 노랑은 임금과 황실에서만 사용되던 전용 색상이었다. 이것은 고대 태양신과 대지 신에 대한 숭배에서 기원된 것으로 보인다. 붉은색은 태양을 상징하고 황색은 땅을 상징하는 것으로, 대지는 만물의 본원이라고 생각했다. 오행(五行)철학이 생긴 이래 땅은 언제나 오행(水 火 土 金 木) 중에서 중앙에 있으므로 황색은 왕의 색으로 굳어진 것이다. 유교는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전통이지만 공산화되면서 많은 관습이 봉건 잔재란 이유로 척결되었다. 특히 문화대혁명 때는 공자까지도 격하되는 관이라 웬만한 전통 관례는 많이 소멸하였다. 그러나 긴 역사와 함께 중국인의 혈관 속에는 중후한 문화의 피가 흐르고 있어 예에 대한 무게를 느낄 수 있다. 

중국인은 대체로 마음이 깊다. 우리와 달리 농담을 즐기지 않는다. 그러나 친구가 되면 의리와 신의를 지키고 서로 돕는다. 우리 민족과 같이 손님 인심이 좋고, 작은 예로 술잔이 조금만 줄어도 채워주는 게 관례다. 그들은 가득히 채우는 것을 좋아한다. 넉넉한 대국의 여유인지도 모르겠다. 그림이나 예술품도 우리는 여백의 미를 추구하는 데 비해 빈틈없이 꽉 채우는 것을 선호한다. 모두가 `채울 만(滿)`과 통한다. 중국의 일상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 하나 있다. 인간관계다. 중국 사람들은 이를 `관시`라고 한다. 쉽게 말해 공식적으로 접근하면 안 되는 일도 맥을 찾아 부탁하면 의외로 쉽게 해결된다는 비결이다. 관시는 비단 남과의 관계에서만 아니라 친족 간에도 널리 행해져서 친족을 돌봐주는 게 미덕으로 여기는 것 같다. `먼 친척이 한자리하면 집에 기르던 닭이나 개도 덕 본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일인득도 계견승천` 직역하면 `한 사람이 득도하면 집에 기르던 개나 닭까지도 승천한다.`라는 뜻이다. 근래는 이런 풍조가 용인되지 않는다. 당국의 단속도 있지만 그만큼 공직자의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일본 육상연맹 회장 아오키로부터 오래전에 들은 얘기다. 그의 스승은 야스오카 마사히로. 일본의 유명한 국학자다. 야스오카가 중일전쟁 중 일본군 점령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야율초재의 후손이란 학자를 만났다는 것이다. 야스오카는 당대 일본의 저명학자라 야율의 후손은 그를 통해 일본 조야의 여론을 환기하려 했던 것이다. 우리 중국은 유사 이래 전화가 그친 적이 없어 전쟁의 후유증에는 비교적 잘 적응해 왔다고 본다. 그런데 일본군에 점령당한 후 우리 중국 사회에 큰 변화가 왔다. 다름 아닌 누규가 무너졌다는 일이다. 누규란 청규의 반대말로, 청규가 사대부, 지식계급,지배계급 사이에 통하는 관례, 도덕인 데 반해, 누규란 소매치기, 도둑, 하층계급, 뒷골목에서 동용되는 풍습 같은 것이다. 우리 중국에는 도둑이나 깡패 사이에도 일정한 도덕 같은 게 있었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일본군이 점령하고부터 이 누규가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왜 이것이 문제인가 하면 지식계급, 지도계급의 퇴폐는 혁명을 통해 고칠 수 있는데, 누규는 한 번 무너지면 돌이킬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누규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 뇌물이다. 중국은 고래로 관리가 일정 뇌물을 받는 것은 사실 사회적으로 묵인됐다. 중국은 대가족제도로 친족 중에 누군가 벼슬을 하게 되면 집안 내에서 생활 능력이 없는 자를 벼슬하는 사람이 먹여 살리는 것으로 미덕으로 알아 왔다. 말하자면 누규의 일종이다. 그런데도 일본군이 점령하고 난 뒤부터는 뇌물도 턱없이 많아지고 분배 질서도 많이 문란해졌다. 중국은 객구 이래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졌다. 누규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야율의 후손이 토로한 우려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한때 대 제국을 이루어 세계를 호령한 적이 있었다. 이런 오랜 제국의 전통 속에서 중국은 중국 나름대로 세계와 제국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완전히 세계 경제 질서가 새로이 정립되었다. 그에 따르는 정치 질서와 구도도 일신하였다. 그러나 사람이 사는 사회의 하부조직은 변화가 없었다. 그 작동 원리도 동서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세계는 새로운 질서를 예고하고 있다. 3차 산업혁명에 이어 4차 산업혁명까지, 거기에 코로나 역병까지 겹쳐 세계는 요동치고 있다. 우리의 다음 행보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우리는 중진국의 정상에서 멈춰 섰다. 정상에서는 내리막길밖에 없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물어볼 것도 없다. 벽을 넘어야 한다. 중진국의 완고한 벽을 넘어 새로운 고지를 찾아야 한다. 선진국으로의 길, 그리고 새로운 등정을 준비해야 한다. 중국의 굴기는 어쩌면 우리의 행운이다. 우리를 긴장시키고 우리를 분발케 한다. 우리는 제국의 경험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벽을 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개도국에서 중진국으로 넘어갈 때의 발상과 흥분과 결의를 경험하였다. 젊은이여! 한번 도전해보자. 못 할 것 없다. 새로운 무대가 여러분 앞에 펼쳐질 것이다. 두고 보라. 기회는 온다. 지금 중국의 굴기는 장차 지정학적 대형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지각 변동은 우리에게 절대 불리하지 않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