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5:32 (토)
정어리의 떼죽음과 바다환경
정어리의 떼죽음과 바다환경
  • 김제홍
  • 승인 2022.10.1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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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br>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지구의 극심한 사막화와 기후 변화(지구온난화)로 말미암아 인류는 식량난과 병충해, 모래 폭풍과 미세먼지로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앓고, 유일한 식량인 옥수수에 의지해 살아간다. 그러나 한계에 다다르자 결국 지구를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으러 간다는 내용이다. 급격한 기후 변화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영화가 현실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 바다는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의 25% 이상을 흡수하고, 바다 산소의 50%는 대기를 통해 공급된다. 기후변화는 대기와 육지뿐만 아니라 지표면의 70%인 바다의 온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바다는 열 저장능력이 대기의 1000배나 크기 때문에 기후조절기능을 한다. 지구의 열이 증가하여 기온이 평균 10℃ 높아지는 경우, 바다는 같은 양의 열을 약 0.01℃의 작은 수온 상승으로 흡수할 수 있다. 바다는 태양으로 데워진 열대바다의 따뜻한 물을 해류를 따라 추운 곳까지 보낸다. 또한 바다는 육지와 비열(比熱)의 차이로 기온이 올라가면 열을 받아들이고, 기온이 내려가면 열을 내보내서 기온변화를 완충시킨다. 

지난 100년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0.67℃의 바다 표층수온이 상승됐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공식적으로 수온을 기록하기 시작한 1968년 이래 40여년간 약 1.5℃의 수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 온도의 상승은 고수온 피해도 있겠지만 초강력태풍의 발생빈도도 증가시킨다. 태풍을 급격하게 키우는 것은 서태평양의 해수 온도 28~29℃에 달하는 `웜풀(Warm Pool)`이다. 웜풀은 1950년대 3600만㎢정도였는데 2000년대 이후 4800만㎢로 약 33%가량 늘어났다. 웜풀의 북쪽에 있는 한반도와 중국은 가뭄이 더 심해질 것이고, 2050년이 되면 세계 인구의 40%가 심각한 물 부족사태를 겪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해수 온도상승은 어종분포, 어획량, 어종의 생태학적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명태, 도루묵 등 냉수성 어종이 사라지고, 오징어, 고등어, 멸치와 같은 온수성 어종은 늘어난다. 어종의 대부분이 북상하는 추세를 보인다. 최근 진해만에 정어리가 집단 폐사해서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어느 대학의 아무개 교수가 라디오 인터뷰를 했다. 그는 해양수산부의 어로규제(포획체장제한 등) 때문에 어민들이 조업하다가 버린 것으로 단정하고,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을 맹비난했다. 그는 현장에 와보지도 않고 마산 쪽에 사는 지인들의 전언만으로 죽은 물고기가 청어라고 단정한 후 모든 논리를 이어갔다. 정어리에 대해서는 어로규제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지적은 아니다 그 교수는 확정편향(confirmation bias)의 오류를 범했다. 자신의 견해 또는 주장에 도움이 되는 전언 정보만 믿고, 그 정보의 사실확인도 하지 않았으며,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정보(수온이나 용존산소의 변화 등)는 외면했다. 

 

물고기들의 이상번식과 때죽음은 가끔 일어난다. 일본, 뉴질랜드, 미국, 캐나다 등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많다. 이는 생태적인 교란이며 고수온 같은 기후변화로 인해 이 지역에서 자주 나타나는 빈산소 현상과 깊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정부가 정하는 규범(법과 제도)은 과학에 기반해야 한다. `과학`이란 사물의 구조, 성질, 법칙 등을 관찰 가능한 방법으로 얻어진 체계적ㆍ이론적인 지식체계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남해안 별신굿`을 해야 `정어리 떼죽음` 같은 액운을 극복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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