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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ㆍ청시대의 역학자 ⑧
명ㆍ청시대의 역학자 ⑧
  • 이지산
  • 승인 2022.10.0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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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연구가 이 지산

명ㆍ청시대의 중요 상수파 송역가의 한 사람인 방이지(方以智)는 만년에 승려가 되어 무가(无可)승이라 불렀다. 명ㆍ청교체기의 뛰어난 사상가이자 과학자였다. 그의 가문은 4대째 역을 전승한 집안으로 증조부 방학점은 <역려>, 조부 방대진은 <역의>, 부친 방공소는 <주역시론>을 저술했다. 방이지는 <역여>, <주역시론도상기>, <학역강종>, <동서균>, <양부중연>, <역주> 등 많은 역서를 지었다. 그의 아들 방중덕, 방중통, 방중리도 모두 부친의 학업을 전한 역학명문가였다. 부친 방공소는 명말 역학자 황도주와 함께 옥고를 치른 적이 있었는데 이런 연고로 방이지는 황도주의 상수역을 전수받게 되었다. 상수의 본질에 대해 그는 `상수는 유무가 교륜(交輪)하는 기틀을 바로 하여 무언우탁한 것이다.`고 했다. `교(交)란 둘이 합하여 하나가 되는 것이고, 륜(輪)은 대립자가 머리와 꼬리를 서로 물고 이어지는 연결과 전화(轉化:바뀌어서 달라짐)이다. 기(氣)는 모순되는 두 대립자 및 상호전화의 계기와 단조(端兆:끝의 징조)로 혹은 사물 운동의 근본 원인이다.`고 했다. 따라서 상수는 모순운동이 전화하는 이치가 내재적으로 표현된 것을 말한다. 그는 상수가 객관세계를 반영하는 방식에 대해 `무릇 기는 진실 된 상이고, 사(事)는 진실 된 수로 인간을 하늘에 부합하게 하니 진리가 찬연히 내 눈앞에 있다. 기가 발하여 성(聲)이 되고, 형(形)이 우탁하여 문(文)이 되고, 상이 있으면 곧 수(數)가 있고, 수가 있으면 기록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객관세계는 상수를 이용하여 반영할 수 있다는 말이다. 더 나아가 상수에 의해 역을 만들었으며, 일진(日辰)을 적산(積算)하여 세(歲)를 만들고, 효(爻)를 적산하여 상을 만들며, 상에 의해 수를 세우고, 수에 의해 괘를 밝혔다. 혼돈의 앞에 먼저 도서상수가 있었으니 성인은 바로 그 도서상수를 베껴 낸 객(손님)일 뿐이라고 했다. 이는 상수의 리는 리(理)로서, 상수를 떠나서는 리란 존재할 수 없다고 했다.

방이지는 <동회록>의 `쌍선사전어`에서 `내가 반평생을 허비하다가 중년에 환난을 두루 겪고, 칼을 잘못 연마하여 마침내 3대(증조부, 조부, 부모)에 걸친 역학, 허주(스승 왕선)의 하도낙서설, 종일공(오관아)의 의심스러운 믿음을 깨쳤다.`고 술회했다. 방이지는 여러 역학가의 설을 융합하고 관통하여 독특한 상수역을 형성했다. 그의 역설은 복서역(卜筮易)에 사용되는 상수의 의미를 지나치게 신비화하고 과장하여 역외별전(易外別傳)에 속하며, 경방과 소강절과는 다른 상수역의 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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