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억울하게 사기혐의로 불구속상태에서 형사재판 넘겨져 많은 돈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하고 소송에 대응한 끝에, 결국 무죄 판결을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에 김씨는 `무죄확정판결을 받으면 국가가 소송비용을 보상해 주는 제도가 있다`는 말을 주변 사람으로부터 듣고 검찰청 민원실에 문의했으나, 민원실 직원은 `구속된 경우가 아니라면 비용보상을 받을 게 없다`라고 단언했다. 그 직원은 김씨에게 `구속된` 피고인이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에 받을 수 있는 형사보상청구 관련 안내만 자세히 설명하였고, 낙담한 김씨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직원이 건네준 안내문을 꺼내 들고 자세히 읽어보다가, 자신처럼 `불구속` 기소됐더라도 무죄가 확정되면 소송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문구를 발견하였다. 김씨는 곧바로 검찰청이 아닌 법원 민원실로 찾아갔다. 처음에는 다루어 보지 않아서 제대로 모르는 눈치였던 법원 직원도 안내문과 법률 조항을 찾아보고 난 후, 형사소송비용보상신청 절차를 알려주었다.
형사소송법(이하, `형소법`이라 약칭함)이 개정되어 지난 2008년 1월 1일부터 `무죄 확정 시 형사소송비용보상제도`가 시행되었다. 이 제도는 형소법 제194조의2, 3, 4, 5에 근거를 두고 있고, `형사소송비용 등에 관한 법률`로 구체화 되어있다. 국가의 잘못된 형사사법권 행사로 인해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기 위해 부득이 변호사 선임료 등을 지출한 경우 피고인의 구속 여부를 묻지 않고 무죄확정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쓴 소송비용(변호인 선임료와 법정 출석에 소요된 교통비 등) 중, 일정 부분을 국가가 보상해 줌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 및 재산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이다.
구체적인 신청요건과 절차를 보면 이렇다. ① 피고인은 무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무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5년 이내에 자신에게 무죄를 선고한 법원(합의부)에 소송비용보상을 청구하면 자신이 그동안 공판준비 및 공판 기일에 출석하는 데 든 교통비 등 여비와 일당, 변호인 선임료 등을 받을 수 있다. 무죄확정판결문과 소송 과정에서 발생된 비용에 대한 지출내역과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② 여비와 일당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하고, 거주지와 재판을 받은 법원의 거리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일당, 여비(항공운임은 제외) 및 숙박료를 계산할 때 여행 일수는 흔히 이용하는 가장 경제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여행하는 경우의 예에 따라 계산한다. 다만, 천재지변이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그와 같은 경로와 방법으로 여행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실제 경로와 방법으로 계산한다.
③ 변호인 선임료는 국선변호인의 보수를 기준으로 지급된다. 따라서 통상 30만 원이 기준이지만 사건의 난이도 등에 따라 최대 5배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가령 1심~3심까지 모두 변호인을 선임했다면 최대 45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는 셈이다. ③ 구속된 피고인도 구금 일수에 따른 형사보상청구와 별개로 소송비용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④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때에도 소송비용을 보상 받을 수 있다.
⑤ 다만, 피고인이 수사 또는 재판을 그르칠 목적으로 거짓 자백을 하거나 다른 유죄의 증거를 만들어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는 등 특별한 경우에는 청구할 수 없다.
한편, 전부무죄가 아닌 일부무죄인 경우나 판결주문이 아닌 판결 이유 중 무죄인 경우에 있어서도 형사소송비용보상이 가능한지에 관하여 의문이 생긴다. 대법원(2018모906결정)은 `판결 주문에서 무죄가 선고된 경우뿐만 아니라 판결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된 경우에도 재판에 소요된 비용 가운데 무죄로 판단된 부분의 방어권 행사에 필요하였다고 인정된 부분에 관하여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다.
그러나, 이 제도는 법원ㆍ검찰 공무원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할 정도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매우 저조한 이용률(1% 이하)을 기록하고 있고,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 가운데 이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이다. 제도의 활용을 위하여 형사재판에서 판사가 무죄를 선고함과 동시에 형사소송비용보상제도에 관한 안내를 의무화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미 지난 2016년 11월경 `재판장이 무죄를 선고할 때 변호사 선임료 등 형사재판 과정에서 지출한 비용을 피고인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의무적으로 알려주게 하는 법안`이 발의되었다고는 하나, 입법으로 나아가지는 못하여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