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5:55 (금)
담배꽁초와 반려해변
담배꽁초와 반려해변
  • 김제홍
  • 승인 2022.10.05 2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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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우리는 맑고 깨끗한 푸른 바다와 섬이 있는 풍경을 좋아한다. 그러나 남해안 바닷가에 가 보면 스티로폼 조각과 플라스틱을 포함한 해양쓰레기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섬의 멋진 갯바위도 가까이 가서 보면 낚시꾼들이 버린 담배꽁초가 즐비하고, 쓰고 버린 밑밥이 썩어 악취를 풍기고 그 위를 파리와 갯강구들이 부지런히 다닌다. 통계에 의하면 지난 2020년 한해 우리나라 해양쓰레기 발생량은 13만 8000t이고 이 중 플라스틱 쓰레기(Plastic debris)는 70% 이상을 차지한다.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에 해를 입힐 뿐 아니라 썩지 않은 채 부서지고 쪼개진다. 그렇게 쪼개진 미세플라스틱을 어패류가 섭취하고 결국 우리 식탁 위로 올라와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

더 심각한 것은 담배꽁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전 세계에서 연간 버려지는 담배꽁초의 양이 4조 5000억 개라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만 하루 1246만 개의 담배꽁초가 버려진다. 육지에 버려진 담배꽁초는 하수구를 통해 강, 호수,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국제 해양환경단체 해양보존센터는 지난 2018년 "지난 32년간 전 세계 해변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의 3분의 1이 담배꽁초로, 단일 품목으로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 중 가장 많다"라고 했다. 담배꽁초의 필터는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Cellulose Acetate)라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데 1만 2000개의 가느다란 플라스틱을 포함하고 있어 자연분해 되는데 10년 이상 걸린다. 게다가 담배꽁초의 필터에는 비소, 납, 니코틴 등 7000가지 화학물질이 있고, 그중 발암물질이 50가지나 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 실험한 바, 담배꽁초 하나를 물 1ℓ에 넣어 96시간을 우려낸 후 거기에 물고기를 넣은 결과 반 이상이 죽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해양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인력과 재정의 한계가 있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했는데,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반려해변`이다. 반려해변 사업은 기업ㆍ단체ㆍ학교 등이 특정 해변을 입양하듯 맡아 자신의 반려 동물처럼 가꾸고 돌보는 프로그램이다. 1986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시작한 해변입양 프로그램(Adopt-A-Beach program)을 벤치마킹해 국내 도입한 것이다. 지금은 미국 전역과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양환경공단이 주도해 지난 2020년 9월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제주맥주, 하이트진로㈜, 공무원연금공단이 각각 제주도 금능, 표선, 중문색달 해수욕장을 맡아 관리하는 반려해변 시범사업을 실시한 바 있다.

지금은 전국에 총 73개 기관에서 57개의 반려해변이 지정됐으며, 경남은 거제 학동해변(무학), 남해 관음포갯벌(포스코엠텍), 통영 비진도해변(한려길동무), 안정리해변(한국가스공사), 한산면 봉암해변(시울프마린), 이순신공원해변(통영지속가능발전협의회), 통시해변(굴수하식수산업협동조합), 창원 봉암갯벌(해성디에스), 귀산해변(두산 에너빌리티) 등 9곳이 지정됐다. 그러나 경남도에서는 독자적으로 해마다 10개 정도의 단체에 해변을 입양시켜 반려해변으로 지정할 것을 검토 중이다. 바다와 해변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은 우리 도가, 우리 시군이 해야 할 우리 일이기 때문이다. 반려해변을 입양한 단체는 2년간 지정된 구간의 해변 쓰레기를 연 3회 이상 청소 및 관리해야 하며, 해양환경보호 인식증진을 위한 캠페인을 연 1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 경남의 바다를 이용하는 낚시꾼만이라도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경남의 모든 해변은 100% 입양되어 마치 반려동물처럼 사랑받는 꿈을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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