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9:52 (금)
`경남의 이태원` 김해 외국인 거리서 낯선 행복 느끼다
`경남의 이태원` 김해 외국인 거리서 낯선 행복 느끼다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2.09.29 2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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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ㆍ중앙ㆍ서아시아 느낌 물씬
2010년 도로 정비 거쳐 현모습
세계크리스마스축제 12월 개최
유명 관광 목적지로 장기 검토
주차장ㆍ숙박시설 미비 등 숙제
김해 외국인거리에는 주말이 되면 한국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외국인들이 붐빈다. 

이국적인 향신료 향기와 사방에서 들리는 낯선 언어. 주말이 되면 수천 명의 외국들이 쏟아져 나오는 김해 외국인 거리는 그 이색적인 배경으로 `경남의 이태원`이라고 불리고 있다. 서울 이태원이 미국을 비롯한 서양 문화부터 광범위한 세계 문화가 혼재한다면, 김해 외국인 거리는 동남ㆍ중앙ㆍ서아시아 위주의 색채가 짙다. 또한 이태원 거리보다 규모는 작지만, 외국어 간판의 상점들이 훨씬 조밀해서 부분적으로는 정말로 외국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구간들이 많다.

김해 외국인 거리는 동상동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동상동ㆍ서상동 일대에 형성돼 있다. 거리를 다 돌아보려면 도보로 15~20분 정도 걸린다. 

이 일대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증가하면서 현재 이주민 생활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경 김해시가 20억 원을 들여 간판과 도로를 정비하고 차 없는 거리를 만들면서부터다.

군데군데 이색적 광경에 눈길
김해 외국인 거리는 시간이 갈수록 외국인들 상점이 더 늘면서 지역의 특색 있는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동상동 시장은 언뜻 보면 평범한 전통시장처럼 보이지만 판매 상품은 동남아시아 현지 채소나 밑반찬, 향신료나 열대 과일이 많다. 곳곳의 외국인 전용 마트와 핸드폰 상점, 한국과는 다른 풍의 신발ㆍ옷 등을 파는 매장에서도 이색적인 느낌이 있다. 무슬림을 위한 할랄 식당과 이슬람 예배소도 있다. 칵테일바와 같은 주점과 유흥시설도 꽤 보인다.

국적별로 상점들이 몰리는 경향도 보인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에서 들어온 고려인 동포들이 상권을 이루게 된 우즈벡거리가 있다. 이 길을 걸으면 화덕에서 구운 레표시카(둥근 빵)가 진열된 식당이 많아 입맛을 자극한다. 우즈벡거리를 지나 분성대로를 따라 이스탄불 식당들이 서너 군데 밀집된 거리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김해 외국인 거리는 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명소로 유명하다. 이주 배경 사람들의 단골 맛집이 생겨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맛본 현지 음식 맛을 잊지 못 한 사람들이 이곳을 자주 찾고 있다. 김해시 관광안내소 자료에 따르면 14개국 전통음식을 파는 29곳의 맛집을 소개하고 있다. 식당 외에도 베트남 커피를 파는 `카페 통` 등 이색 커피숍도 몇 군데 보인다.

김해, 관광 목적지로서 장기 계획
김해시는 외국인 거리에서 선주민과 이주민의 공존과 화합을 위한 축제도 개최하고 있다. `세계 크리스마스 문화축제`는 12월 외국인거리가 있는 동상동 분성광장 일원에서 진행한다. 올해는 오는 12월 3일부터 30일까지 예정이다. 이 기간 아시아권 10여 개국의 특징을 살린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이 설치된다. 나라별 캐럴 부르기 대회도 열린다. 관악합주단 공연과 거리 공연 등 각종 문화행사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김해 외국인 거리는 이국적인 문화 등 특색으로 관광특구로서의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태원처럼 유명한 관광 목적지가 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전망이 많다. 특히 관광특구가 된다면 관광 편의 시설 등에서 새롭게 재정을 투입할 수 있기에 하나의 지역 특화 사업모델로 볼 수도 있다. 이에 더해 외국인거리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1㎞ 내외)에 수로왕릉, 고분박물관, 한옥체험관, 봉황동 유적, 봉리단길 등 유적지와 관광지가 밀집돼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관광특구가 되기에는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10만 명이 넘어야 하고, 주변의 관광 인프라, 숙박시설이나 놀이시설 등 인프라가 구비 돼 있어야 관광특구로 지정될 수 있기 때문에 김해시는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올해 경남다문화교육박람회 개막식에서 홍태용 김해시장은 "외국인 주민의 문화생활과 권익 향상에 앞장서고 있다"며 "내외국인들이 함께하는 국제도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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