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9 19:20 (화)
수리남과 홍어
수리남과 홍어
  • 김제홍
  • 승인 2022.09.28 2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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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수리남`
홍어로 시작된 마약밀매 이야기
지난 1990년대부터 수입 시작
칠레서 남획으로 멸종위기 처해
수입된 홍어 일부 칠레산 둔갑
느리게 성장하는 탓 양식 어려워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br>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남미의 북쪽 적도 근방에 `수리남`이라는 생소한 국가가 있다. 남미에서 가장 작은 국가지만 남한 면적의 1.6배나 된다. 6ㆍ25 전쟁 당시 수리남 출신 군인 115명이 UN군으로 참전했다. 그러나 당시 수리남은 네덜란드 식민지였기 때문에 네덜란드군 소속으로 참전해서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수리남(Narco-Saints)`이라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있다. 남미의 수리남에서 마약 조직을 운영했던 마약 대부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조봉행이 손잡았던 `칼리 카르텔`은 수리남과 가까운 콜롬비아의 `산티아고 데 칼리`시에 본거지를 두고있는 마약 카르텔이다. 콜롬비아는 세계 코카인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지역이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강인구(하정우)는 남미의 수리남에서 잡히는 홍어를 한국으로 수입하기 위해 자기가 힘들게 인수한 단란주점을 포기하고 수리남으로 떠난다. 한국으로 보내는 홍어에 코카인이 묻어나오면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된다. 드라마에서처럼 실제 남미에서 홍어가 많이 잡힌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홍어는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그리고 칠레산이 대부분이고 수리남에서 들어오는 홍어는 없다. 지난 1990년부터 우리나라의 홍어 어획량이 줄어들고, 원양회사들이 포클랜드, 뉴질랜드,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등으로 출어하여 다른 어획물들과 함께 홍어가 반입되었다. 1995년에는 국내업체들이 홍어만을 전문으로 잡는 회사를 미국. 칠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등에 설립했고, 1997년에는 홍어의 수입이 완전 개방되어 그때부터 반입량이 증가하여 수입량이 1만t을 넘어서게 되었다.

홍어는 칠레의 어부들이 잡으면 버리는 생선이었는데 우리나라가 수입하면서 큰 돈이 되자 남획되어 불과 30년만에 멸종될 지경이 되었다. 마침내 칠레정부가 금어기를 정하며 자원규제를 하자 수입업자들은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로 수입선을 돌렸다.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 경계를 가르는 라플라타강(Rio de la Plata) 하류에는 흙탕물이 쌓여 진흙이 잘 발달된 덕분에 우리나라 서해와 유사한 곳이다. 그 곳에서 나는 홍어는 우리나라 홍어 못지 않은 맛을 가졌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칠레산이 수입산 중 최고라고 생각해서 값을 더 쳐주고 있어 남미에서 수입된 홍어들은 모두 칠레산으로 둔갑한다.

홍어를 삭혀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바이킹의 나라인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정도라고 한다. 아이슬란드에선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 바로 직전의 `성 토를라우퀴르의 날(Saint Þorlakur`s Day)`에 삭힌 홍어를 먹는 풍습이 있다. 홍어의 냄새는 특유의 삼투 조절 방식 때문에 발생한다. 대부분의 경골어류는 체내 염분 농도가 1.5퍼센트로, 3.5퍼센트인 해수에 비해 낮아서 체내의 액체가 반투막을 통해 몸 밖으로 빠져나와 바닷물 속으로 이동하는 삼투현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체내 염도를 조절해 탈수를 막기 위해 짠물을 마시고 아가미로 염분을 배출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그러나 홍어와 같은 연골어류는 삼투 조절 방식이 경골어류와 다르게 진화하였다. 대표적인 연골어류인 홍어는 일종의 노폐물인 요소를 배출하지 않고 재흡수한다. 혈액 속에 요소가 많이 농축돼 있으면 해수의 삼투 농도에 의해 체내 수분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요소는 홍어가 죽은 뒤에는 암모니아와 트리메틸아민으로 분해되면서 자극적인 냄새를 뿜는다. 홍어를 삭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는 pH 지수 8.5 이상의 강한 알칼리성이기 때문에 세균이 증식할 수 없어 먹어도 큰 문제가 안된다. 홍어는 양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알도 적게 낳지만 지독하게 느리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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