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으면 해낼 수 있죠"… 김해 `걷기 바이러스` 확산 힘써요
"함께 걸으면 해낼 수 있죠"… 김해 `걷기 바이러스` 확산 힘써요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2.09.27 2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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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사람
김이원 회장
(김해 걷기 모임 `걷고 또 걷고`)

평범한 주부서 걷기 전도사로
6월 5명으로 시작 현 70명 넘어
집행부ㆍ사전답사 등 체계 갖춰
속도에 따라 AㆍBㆍC 코스 나눠
해반ㆍ대청천 등 가까운 곳부터
도요임도ㆍ화포천ㆍ천문대 모여
왕후의 노을 보며 감동에 빠져
건강뿐 아니라 감성까지 자극
회원들 SNS 인증샷으로 확산
김해지역에서 걷기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이원 `걷고 또 걷고` 회장. <br>
김해지역에서 걷기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이원 `걷고 또 걷고` 회장. 
지난 17일 화포천 습지생태공원 정모에 참석한 회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신생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김해에 퍼지고 있다. 바로 `걷기`라는 바이러스다. 찰칵, 찰칵. 방금 찍은 사진들이 하루에도 몇 장씩 SNS(`#걷고또걷고` 밴드)에 올라온다. 청명한 가을 해반천ㆍ대청천에서 걷기 번개 후 회원들이 찍은 사진, 이른 새벽 분산성 봉화대에 올라 찍은 사진 등 주로 걷기 인증샷이다. 여럿이서 손으로 브이를 만들어 별 모양을 내기도, 발을 맞대기도, 그림자 사진을 찍어 센스 있게 참여 인증을 남기기도 한다. 

올해 6월 만들어진 `걷고 또 걷고`(회장 김이원)는 김해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걷기 모임이다. 지난달에 만들어진 네이버 밴드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입소문을 타고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회원이 240명(27일 기준)이 됐다. 첫 7월 정모에 17명이던 참석자가 지난 17일 열린 화포천 생태습지 걷기 정모에는 총 70명이 넘었다. 대부분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한 시간 넘게 같이 걸었다. 
 

5명이 시작한 걷기가 김해 전역 확산  
이 바이러스의 진원지에는 김이원(55ㆍ삼계동) 회장이 있었다. 평범한 주부에서 걷기 전도사로 활발히 활동하는 김 회장은 "이렇게 빨리 회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요즈음 매일매일이 놀랍다"고 말했다. 모임의 첫 시작은 지난 6월 김 회장을 포함해 5명이었다. 

회원들이 화포천 습지생태공원을 걸으며 웃고 있다.

 

"한 경제포럼 강의를 듣고 난 후 그냥 가기 아쉬워서 참석했던 사람들과 커피 한 잔 했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람들이 좋아 다음에 한 번 더 보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때 주위에 경치가 좋은 절이 많으니 다 같이 가보자고 했고, 실제로 절에 갔다가 내려오면서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또 모이자는 이야기가 나왔죠. 또 주위에서 같이 할 사람을 찾아보자 해서 데려온 사람이 10명이 되고, 20명이 되고, 여기까지 왔죠." 

김 회장은 초반부터 이 모임이 단순한 번개에 그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춰 나갔다. 회장, 부회장, 사무국을 두고 함께 할 집행부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집행부에는 여성위원장, 봉사위원장, 문화위원장 등 다양한 책무를 뒀다. 사전답사팀에서는 미리 정모 장소를 답사하고, 코스를 정한다. 너무 위험하거나 좁은 길은 피한다. 사람마다 걷는 속도를 감안해 A(보통 5㎞ 이상)ㆍBㆍC 코스를 만드는 세심함도 보였다. 

집행부에서는 정모는 한 달에 1번 하고, 번개는 한 달에 4번(새벽 5시) 한다. 새벽에 시간이 안 되는 회원들을 위해 야행 번개도 한다. 지난 7월 정모 때에는 생림면 도요임도, 8월 정모에는 분산성 봉수대∼천문대, 9월 정모에는 화포천 생태습지를 찾았다. 회원들 자체적으로 번개를 하기도 한다. 향후 김해지역을 너머 창원ㆍ부산 심지어 해외까지도 다른 지역에 지회를 만들어서 더 영향력을 확장할 계획이다. 김이원 회장은 "경험 많은 어른들인 만큼 시행착오 없이, 빈틈없이, 야무지게 운영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가까이 있지만 못 가 본 곳에서 시작
`걷기`라는 일상적인 행동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을까. 김 회장은 걷기 모임이 가지는 매력에 대해 신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 건강과 주위의 멋진 풍경을 천천히 볼 수 있는 감동이 숨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걷기 모임을 하기 전까지 `아프다`는 소리를 달고 살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허리 디스크와 협착증이 있었고, 허리와 목까지 총 6번의 시술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하루에 1만 5000보 이상을 걸으면서 이런 증상들이 싹 사라졌다. 그는 초보자들에게는 하루에 8000보에서 1만 보, 서너 달이 지나면 1만 2000보,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하루에 1만 5000보를 권했다.  

회원들이 올린 걷기 인증샷 1.
회원들이 올린 걷기 인증샷 2.

"너무 놀란 사실은 제가 그렇게 시술을 하고, 침 맞고, 마시지도 받으면서 돈을 많이 썼지만 그 오랜 치료 시간보다 겨우 두 달 걸었던 40∼50만 보에서 이렇게 호전된 것을 보고 왜 진작 걷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 회장이 또한 강조한 것은 멋진 배경 속에서 걷는 행복이었다. 모임에서 처음 그가 관심을 가진 곳은 해반천 끝자락에 있는 연꽃이 군락을 이룬 곳이었다. 이외에도 가까이 있지만 가보지 않았던 장소에서 걷기를 원했다. 특히 분산성에서 저녁노을(황후의 노을)이 지는 것을 보고 크게 감동받았던 때를 잊지 못했다. "김해에서 29년 살았는데 중사도ㆍ조만강ㆍ도요임도와 같은 곳은 이야기만 들었지 처음 가 봤습니다. 이렇게 예쁜 곳이 있는 줄 몰랐어요."

감성과 지성까지 자극 인문학적 걷기 
김 회장은 예상치 못한 긍정적 영향들이 나비효과처럼 번지고 있다고 상기된 어투로 말했다. 걷기뿐만 아니라 시낭송을 들을 수 있는 장점도 꼽으면서 "건강과 함께 감성과 지성까지 끌어내는 모임이다"며 자랑했다. 아울러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음식을 보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옥수수, 계란, 단호박, 커피를 내려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나눔을 받은 사람들은 `다음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며 흐뭇해했다.   

"한 번은 한 회원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건강을 위해 모시고 왔어요. 그분이 우리 엄마는 내가 누군지 모른다고 말하고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감동이었어요. 그래서 같이 걸을 수 있는 가까운 사람들이 없는지 챙기고, 가족ㆍ친구ㆍ지인들과 같이 걷자고 권유하고 있어요."

회원들의 친화력 또한 대단하다.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도 친근하게 말을 건네고, 나이가 같으면 친구가 되기도 한다. 절친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원래 아는 사이였냐고 물어보면 이 모임에서 알게 된 사이인 경우가 많다. 또 집행부는 `회원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항상 고민한다고 말했다. 지난 화포천 정모에서도 한 강사가 진행한 마술쇼 등 레크리에이션으로 한바탕 웃었다. 
 

"사회에 선한 영향력 주는 봉사라 생각"
그는 걷기 모임 전도사로서 역할이 사회에 이바지하는 하나의 봉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저도 복지관에서 밥을 퍼주는 봉사나 장애우들을 목욕시키는 봉사를 했다"며 "그런데 허리가 아파서 잘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지금은 이 모임의 회장으로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회원들로부터 "다음에는 또 어디 좋은 데 가요?" 하는 문의가 많이 온다고 한다. 이에 김 회장도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회장이라는 사람이 빌빌거리면 안 된다"며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가려면 내가 건강할 수밖에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도 김 회장은 이렇게까지 걷기 모임이 확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자신의 노력보다 회원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더 컸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집행부를 맡아서 일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조직을 만들 때 그냥 한번 오고, 두 번 오신 분들에게 부탁한 것뿐입니다. 여성이면 여성위원장 하시라고, 봉사활동하시는 분이 있으면 봉사위원장 하시라고 부탁했죠. 그런데도 단 한 명도 거절하지 않고 흔쾌히 오케이 해주셨어요." 

특히 그는 적극적으로 걷기 번개를 만드는 회원들, 인증 사진을 SNS에 공유하고 댓글을 다는 회원들, 또 그 글을 보고 집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는 회원들, 또 야외에서 서로 만나면 반갑다고 인사하고 같이 사진을 올리는 회원들, 걷는 길에 아름다운 꽃과 풍경 사진을 올리는 그들 모두가 다 함께 나비효과를 만들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또한 `걷고 또 걷고`는 SNS을 통해 알려지면서 모임 때 음식, 음료, 수건, 부채 등을 찬조하는 사람들과 타지에서도 지회를 만들어 동참하겠다고 약속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걷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자극해 밖으로 이끄는 일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소라면 혼자서 엄두도 못 낼 거리를 함께 걸으면 할 수 있습니다. 또 `해냈다`라는 성취감도 큽니다. 모두 다 함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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