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6:16 (금)
이기적인 유전자를 받은 정치인
이기적인 유전자를 받은 정치인
  • 류한열
  • 승인 2022.09.27 2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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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본능 따라 상대에 칼 들이대기
후진적인 정치 구도 이기주의 발흥
편집국장<br>
편집국장

 

이기적인 유전자를 물려받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의 사회적 행동이 유전자에 좌우한다는 운명론 같은 유전자 결정론은 멋져 보이지는 않다. 창조적인 인간이 속물적인 본성을 드러낼 때마다 유전자 보존을 위한 몸부림이라고 여기면 마음이 편할 때가 있기는 하다. 간혹 이타적인 생각을 무장하고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기적인 유전자의 굴레를 벗어나는 듯해도, 여전히 본능적인 사람이 우글거리는 정글에서 이기적인 유전자 자손으로 사는 게 편할 따름이다.    

빅터 프랭클이 내놓은 `삶의 의미를 찾아서`에서 매일 죽음을 직면하는 삶에서도 의미를 찾는 인간의 처절하면서도 숙연한 측면을 헤아릴 수 있다. 바로 지금 죽음을 맞을지도 모르는데 삶의 의미를 찾다니, 이기적인 유전자의 성숙한 본능이란 말인가. 더 큰 의미를 찾으려면 이기적인 유전자의 칼끝을 피해야 한다. 의지를 다해 이익보다 손해를 택하는 일부 반란자가 이기적인 유전자 사이에 섞여 이어지고 쌓여 위대한 인류의 힘으로 작용한다고 믿고 싶다.

한국 정치인 대부분은 이기적인 유전자를 정통으로 물려받은 부류에 속한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천연덕스럽게 자기 본능에 백 퍼센트 충실하면서 상대에게 칼을 갖다 대는 얼굴을 보면 바로 알 수가 있다. 무가치한 것도 자기 보호 본능에 잣대를 맞춘다. 이기적인 유전자를 제대로 활용해 우리 사회를 어지럽힌다. 우리 정치는 한쪽이 죽어야 다른 쪽이 사는 사생결단식 지뢰밭에서 불꽃을 튀긴다. 윤석열 대통령이 뉴욕에서 글로벌 펀드 공약회의 후 한 말이 정치판을 달구고 있다. 한두 마디 거친 말로 치부하면 끝날 일에 이기적인 유전자의 본능이 발동했다. 

현정권과 다수당 야당은 좌ㆍ우 대립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 말 한마디 `실수`에 모든 화력을 동원하고 있다. 정권 초기에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본심을 숨기지 않는다. 윤 대통령의 유감 표명 한마디면 덮일 사안이라 봐도 이기적인 야당은 그대로 넘어가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게 최후통첩까지 보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을 경질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우리 정치의 불행은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야당 대표가 여러 혐의로 검ㆍ경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여야 협치는 있을 수 없다. 모든 게 정치 공학적으로 돌아가는 현실에서 정치의 기술은 필요가 없다. 상대를 무너뜨리면 내가 사는 정치판에서는 철저하게 이기적인 유전자의 힘을 의지해야 한다.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탈출하지 못하는 원인은 상대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좌ㆍ우 대립의 미성숙에 있다. 앞으로 현 정권이 앞 정권의 `쓰레기`를 치우려 해도 이기적인 좌ㆍ우 대립 형국이 모든 정의와 불의를 빨아들여 자기 쪽 이익 앞에 줄을 세울 게 뻔하다. 상대 배려가 죽음보다 싫은 이기주의의 발동은 정치를 계속해서 퇴보의 블랙홀로 빨아들일 것이다. 

자연 선택에 충실한 유전자는 이기주의의 전형을 만들었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최고의 생명체로 진화한 이면에는 이기적 유전자의 파워가 있었다. 이런 찰스 다윈의 선구안을 넘어선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을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한 도구로까지 끌어내렸다. 정치판에서 무한 반복하는 여야 대립을 이성적으로 풀기 힘들다. 특히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는 더더욱 이기주의 유전자의 발흥이 심하다. 인간이 뿜어낼 수 있는 모든 이기주의의 교실이 우리 정치판에 있다. 본능에 순응하는 단순한 인간들의 유희는 흥미를 끌지 못 한다. 하지만 좌우에 몰입한 사람들에게 더 짜릿한 흥밋거리다. 동일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사람들은 피를 나눈 형제애 같은 게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말실수에 온 정치권이 긴장하는 모양새는 너무 후진적이다. 단순히 상대를 무너뜨리려는 전략만이 작용했다고 보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이기적인 유전자를 물려받은 단순한 정치인이 만드는 싸움이다. 본능에 충실한 데는 설명이 필요 없다. 우리 정치의 후진적 구도를 보는 이타적인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헤아릴 길이 없다. 이런 정치인을 두고 존재만으로 정치에 기여한다고 말을 하려니 더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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