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5:08 (목)
부울경 특별연합의 불가론
부울경 특별연합의 불가론
  • 이광수
  • 승인 2022.09.25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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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필자는 지난 7월 25일 본보 춘추방담에서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의 허구성을 비판한 바 있다. 특별연합에서 합의한 안이 3개 시도민의 이해관계와 상충될 때 대립과 갈등은 불문가지다. 그리고 이 구상이 다분히 특정 정당의 정치적 입지강화를 위한 전략임을 숨길 수 없다. 대선에 이어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시도지사가 당선되자 부울경특별연합에 대해 경남지사와 울산시장은 지역주민에게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리고 지난 9월 19일 경남지사는 특별연합체 파기를 공식 선언하면서 그 대안으로 부울경 행정통합을 제안했다. 결국 전임 민주당 출신의 3개 시도 단체장이 구상한 부울경의 안정적인 민주당 정치지형 구축전략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번 사안을 두고 이 지역의 반보수 친진보 성향의 모 일간지는 경남도의 파기선언을 비판하는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필자는 부울경 특별연합 구상은 경남도민의 의견수렴 없이 특정정당의 정치적 셈법에 의해 졸속시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것은 바로 경남지사의 특별연합 파기선언에 대해 민주당이 전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격한 반발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물론 경남지사가 특별연합 대안으로 제시한 3개 시도 행정통합안도 어떤 아둔한 참모나 캠프진에서 발굴한(?) 대안인지 모르지만 실현 가능성 1도 없는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 이번 파기선언은 특별연합으로 경남과 울산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도농 통함에 이어 정부의 행정조직통합로드맵에 의해 전국적으로 시군통합 바람이 불었다.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되고, 2010년 마산 창원 진해시가 통합되었다. 그러나 통합창원시는 12년이 지난 지금 물리적 통합은 이뤘으나 화학적 통합은 아직 요원하며 통합시너지 효과도 미미한 실정이다. 삼려통합으로 여수시로 출범한 여수 여천시 여천군도 통합논의 11년째를 맞았다. 그러나 4차례에 걸친 주민투표로 겨우 시청소재지를 여천시로 한다는 데 합의했을 뿐 3개 시군청사를 그대로 쓰면서 지역갈등만 커지고 있다. 또한 경기도를 경기남북도로 분도해서 가칭 경기남도와 충청도를 묶는 메가시티 구상과 대구와 경북, 전남과 광주를 묶는 메가시티 구상도 말만 무성했지 중단된 채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부울경 특별연합에 대해서 그간 경남도민들의 비판적인 의견이 분분했다. 졸속추진으로 부산일방의 편향된 연합체구성이라는 불만과 함께 서부경남 홀대론까지 대두되었다. 특히 기존 3개시도의 행정조직 위에 옥상옥 기구가 생겨 지역현안에 대한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합의점을 도출해 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서로 유리한 대안을 제시할 것이고 어느 한 시ㆍ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그 지역민의 반발과 갈등으로 민심만 분열시킬 것이다. 또한 메가시티운영에 대한 법적 뒷받침이 없어서 협의체의 합의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다. 중앙정부에서도 그에 대한 명확한 법적권한행사준칙이나 법령제정을 유보하고 있다. 중앙집권적인 한국의 계층제 행정구조에서 과도한 지방권력구조의 비대를 달갑게 생각할 리가 없다. 단적인 예로 명실상부한 풀뿌리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지방자주재원의 확보가 시급함에도 우리나라의 국가대 지방의 재정비율은 70:30으로 지방교부세(19.14%)와 국고보조금 등을 지원해 지방을 통제하고 있다. 서구의 40:60과 비교해 볼 때 너무 중앙정부 독점적이다.

지금까지 도의회에서 중앙정치권으로의 진출이나 지방정치 활동영역 확대를 염두에 두고 여야정치인들은 부울경 연합추진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이는 기존 행정조직의 상위기관이 새로 생겨 업무처리 절차가 복잡다단해져 행정의 효율성만 저하시킬 뿐이다. 상전이 더 생기는데 공무원들도 좋아할 리가 없다. 따라서 부울경 연합과 통합구상은 모두 폐기하고 급한 불인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대응책부터 강구해야 할 것이다.

지금 중앙정부에서도 검토 중인 일본의 정주권중심의 중규모행정구조 개편작업을 주목해 봐야한다. 경남의 경우 예를 들면 산청 합천 거창 함양권, 의령 창녕 밀양권, 양산 김해권, 고성 통영권, 거제권 남해 하동권식으로 인접시군을 통폐합이 아닌 클러스터형태로 권역화해, 산업, 교육, 문화, 교통, 행정인프라를 정주권중심의 파상형으로 구축함으로써 수도권과 대도시인구의 지방유입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일터가 있고 교육여건이 개선되고, 중앙과 도단위기관을 권역별로 분산. 이전해 도시 버금가는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면 굳이 시도 연합이나 통합이 왜 필요하겠는가. 이처럼 연합이나 통합을 놓고 입씨름만 할 것이 아니라, 생산성 없는 정치싸움은 끝내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활짝 꽃피울 수 있는 묘책이나 강구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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