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3 05:21 (일)
재산분할청구권 사전 포기에 관하여
재산분할청구권 사전 포기에 관하여
  • 김주복
  • 승인 2022.09.21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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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 변호사
김주복 변호사

부부가 혼인생활을 유지하다가 불가피한 사유로 이혼을 하게 되는 수가 많이 있다. 이 경우 크게 문제 되는 부분이 자녀양육과 재산분할이다.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에 취득하여 가지고 있는 공동재산을 나누고 이혼 후의 생활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절차이다. 법원은 재산의 취득경위와 이용 상황, 소득, 생활능력, 결혼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산정한 기여도와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재산분할 비율을 정한다. 중요한 점은 재산이 누구의 명의로 되어 있느냐가 아니라 재산을 늘리는 데 누가 얼마나 기여했느냐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누가 돈을 더 많이 벌어왔는지가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령 부부 중 남편만 직장생활을 하여 수입을 가져왔더라도, 아내가 자녀양육과 가사를 맡으면서 남편의 수입을 저축하거나 재테크를 하여 재산을 늘려갔다면 양쪽 모두 재산증식에 기여한 것으로 본다. 특히, 재산분할은 혼인파탄에 책임 있는 배우자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편, 재산분할에서 당사자 일방이 재산을 공개하지 않고 은닉하는 경우에 그 재산을 찾아내는 문제로 소송절차가 상당히 지연되기도 한다. 또한, 일방 당사자가 자신의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고 오로지 이혼만을 원하는 사례도 있다.

그렇다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언제부터 가능한가? 즉, 이혼 성립 전에 미리 포기한다는 약속을 한다면 그 약속은 구속력이 있는가? 실제 소송에서, 이혼 한 달 전에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한 경우에, 그 각서의 유효성 여부에 관하여 다투어진 사례가 있다(대법원2015스451결정).

사안의 내용을 이렇다. 중국동포 출신 A씨는 2001년경 한국인 B씨와 결혼한 뒤, 2013년 10월경 협의이혼을 했다. 협의이혼신고 한 달 전에 A씨는 `협의이혼을 하고 위자료는 포기하며 재산분할도 청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했고, 이에 따라 모든 재산은 B씨가 차지했다. 그 이후 마음이 변한 A씨는 `전 남편과 사이에 낳은 아들을 B씨가 폭행을 해서 부득이 이혼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과정에서 B씨에게 위협을 당해 각서를 써 줄 수밖에 없었다` 고 주장하며 법원에 재산분할심판청구를 하였다(재산분할심판청구는 이혼 성립 후 2년 이내에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1심 법원과 2심 법원은,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협의한 것 역시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에 해당`해 유효하다며 원고 패소결정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전 포기 각서를 무조건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법원의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민법 제839조의2에 규정된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ㆍ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라는 법적 효과로서 "이혼이 성립한 때"에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다. ②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해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범위 및 내용이 불명확ㆍ불확정하기 때문에, 이혼 전에는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했다고 할 수도 없다. ③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이를 전제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한 경우에는, `부부가 신중히 협의한 결과로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 포기`에 불과할 뿐이므로, 이를 쉽사리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서의 `포기약정`이라고 봐서는 안 된다. ④ 이 사건에서 보면, 두 사람이 협력해 형성한 재산액이나 쌍방의 기여도, 분할방법 등에 관해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고, A씨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러므로 A씨가 비록 협의이혼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 포기`에 불과하다.

부부가 이혼 당시 궁박, 경솔, 무경험으로 인하여 재산분할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못 한 채 포기각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있다. 위 대법원 결정의 취지대로 재산분할청구권 사전 포기는 `부부가 신중히 협의`를 거쳐서 이루어져야 추후의 법적 분쟁을 막을 수 있고, 공증사무실에서 포기각서를 인증 받는 절차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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