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23:26 (목)
자카르타 침몰과 지하수
자카르타 침몰과 지하수
  • 김제홍
  • 승인 2022.09.21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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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인도네시아는 2억 7600만 명의 인구 대국(세계 4위)이고 1만 82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세계 최대의 섬나라이다. 그런데 그곳의 수도이자 최대도시 자카르타(Jakarta)는 행정수도의 지위를 반납할 위기에 처했다. 그 이유는 인도네시아가총 330억 달러(38조 4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행정수도를 칼리만탄(Kalimantan)섬 동부지역으로 옮기려 하기 때문이다.

2021년 7월 2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해수면이 7.6㎝ 상승하면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집을 떠나야 할 것`이라면서 북아프리카와 인도네시아를 언급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상승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말이지만, 자카르타는 그것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해마다 도시가 해수면 아래로 침몰하고 있다. 바다에 접한 북부 자카르타는 지난 10년간 2.5m나 가라앉았다.

자카르타는 고대부터 형성된 도시가 아니다. 지난 1949년 독립 이후 강 하구 퇴적층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인구가 늘어난 곳으로 상하수도와 같은 기본적인 도시 인프라가 구축될 여유가 없었다. 13개 강이 교차하는 늪지대 해안에 위치한 자카르타는 상수도 보급률이 60%에 불과해 지하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공공하수처리 시스템이 부족해 하수가 지하수로 유입되니, 자카르타의 지하수는 80%는 병원균으로 오염되어 있고 대장균과 같은 박테리아의 온상이 되어있다. 원래부터 낮은 지대에 지하수마저 규제없이 퍼 올리니 해마다 지반이 평균 7.5㎝씩 내려앉아, 지금은 도시 면적의 40% 정도가 해수면보다 낮아진 상태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현재 추세로 간다면 자카르타는 2050년까지 북부지역 95%가 물속에 잠겨 180만 명의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은 약 14억㎦라고 한다. 이 중 97.47%가 바닷물이고, 담수는 2.53%를 차지한다. 담수 중 빙하가 1.76%로 70%를 차지하고 지하수는 약 0.76% 정도라고 한다. 우리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호수, 강과 하천의 물은 전체 물 중에서 겨우 0.01% 정도 된다. 신기하게도 지구의 물은 수증기나 물, 얼음과 같이 그 모습을 바꾸면서 계속 하늘과 지표면 및 지하, 그리고 바다를 순환하는데 이를 물의 순환(Water Cycle)이라고 한다.

지하수가 쉽게 얻을 수 있는 물이지만 `지하수개발가능량`을 초과해서 개발해서는 안 된다. 지하수개발가능량이란 물의 순환계를 파괴되지 않고 지하수 장해(지하수법 시행령 제7조의2)를 일으키지 않는 범위, 즉 지하수의 유입과 유출의 평형이 유지되는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뽑을 수 있는 지하수량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 200억t의 지하수가 있고 지하수개발가능량은 130억t이다(약 65%). 경남의 경우 21억t 중 13억t 정도 개발가능하다. 경남에서도 지하수가 가장 적은 곳은 통영인데 약 5200만t의 지하수 중 3200만t 정도가 개발가능량이다. 여러 나라의 사례로 보아 수도이전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1790년 이전한 미국의 워싱턴DC도 20세기가 되어서야 수도기능을 했다고 하고, 튀르키예(터키)의 앙카라는 1923년에 이전한 행정수도가 되었지만 아직도 이스탄불에 비할 바가 아니다. 1960년에 옮긴 브라질의 브라질리아는 급격한 팽창으로 도시기반시설이 부족해 공동화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정부는 2020년부터 인도네시아 공공사업주택부에 공무원을 파견해 행정수도 건설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우리 기업의 사업 참여를 위해 공을 들여왔다. 행정수도이전의 경험이 있다는 것이 의도하지 않은 맹귀우목(盲龜遇木)의 작은 행운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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