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21:09 (목)
사상 없는 정당의 말로
사상 없는 정당의 말로
  • 김은일
  • 승인 2022.09.20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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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일 변호사
김은일 변호사

수구 정치인 판단 기준은 유익

당 대표 몰아내는 충성 경쟁

용어를 잘 써야 한다. 잘 쓰는 용어는 정신을 만들지만 용어를 잘못 쓰면 정신까지 놓친다. 정당은 정치적 결사체이고 정치는 사상이 기둥이 되는 정신적 행위이다. 사상이라는 것은 국가와 사회가 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정립된 신념체계이다. 그래서 정치인은 가장 먼저 사상가가 되어야 한다. 자유를 중시하면 우익사상이 되는 것이고 평등과 분배를 중시하면 좌익사상이 되는 것이다.

한편, 보수와 진보라는 말은 성향을 일컫는 말이다. 보수는 이미 존재하는 기성의 것을 지키고자 하는 속성을 뜻하기 때문에 기득권 친화적이며 변화에 소극적이다. 진보는 그 반대 성향을 말하는 것이고. 예를 들어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으므로 둘 다 우익 정당이다. 다만, 우익 가치를 실현함에 있어서의 방법론에 따라 공화당이 보수, 민주당이 진보 성향을 띠는 것이다. 미국처럼 보수와 진보가 힘의 균형을 이루면 자유민주주의는 건강하게 발전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김대중까지는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정치세력이 우익의 범주에 속했었다. 우익 중에서도 보수 성향의 정치세력이 오랜 세월 압도적 지위를 차지해온 것이었고, 우익 내에서도 김영삼의 상도동계, 김대중의 동교동계가 진보적 성향의 정치세력으로서 존재해 왔다. 그렇게 해방 이후 오랜 세월 보수 정치가 대한민국을 거의 독점해오다 보니 필연적인 수구화를 낳게 되었고, 이 수구화에 대한 환멸로 노무현 때부터 좌익세력들이 독버섯처럼 급속히 퍼져나가기 시작해서 지금은 대한민국의 많은 부분을 잠식해버렸다. 이렇게 해방 이후 진행되어온 우익 진영 수구화의 결과물이 바로 현재 국민의 힘이다.

얼마나 수구화가 되었느냐면 자신들이 우익 정치세력에서 기원한 것도 망각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보수라고만 인식하고 있을 정도이다. 즉, 명색이 정치집단이라면서 사상이 없어지고 성향만 남은 거다. 그러다 보니 가치와 원칙을 세상에 적용시켜 나간다는 정치인의 기본 자질은 1도 없는, 양지만 찾는 출세 지향적인 사람들만 정당에 수혈되고, 자연히 권력에의 굴종, 줄서기, 사적인 관계로 공적 직분을 대체해버리기가 당의 정체성이 되어 버렸다. 그 결과물이 바로 지난 2016년 총선 패배부터, 2017년의 탄핵, 2020년 총선 폭망으로 나타난 것이다. 만약 지난 2년 동안 김종인, 이준석이 대표를 하면서 수구세력들이 당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막지 않았더라면 그다음에 이어지는 선거도 전부 참패했을 것이고, 이해찬 말마따나 20년 좌파집권이 희망 사항에 그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사상이 없는 국민의힘 수구 정치인들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내가 없을 수도 있는 180석 정당보다는 내가 있는 90석짜리 정당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사상이 없다 보니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이 나에게 이로운지 여부밖에 없다. 좌익정권에 빌붙어서 우익 애국자들을 무차별적으로 처단하던 인물을 지지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자당의 대통령 후보로 모셔와서 세워놓고 예의 그 잘하는 권력에의 굴종, 줄서기에 여념이 없다. 대통령이 못마땅해하는 당 대표를 몰아내는데 충성 경쟁하느라 이재명표 민주당이 나라 기둥에 도끼질을 하고 있어도 관심도 없다.

윤석열은 정치인인가. 우리는 그의 가치와 비전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는 자유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지만, 그에게 자유란 사상으로서의 자유주의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대로 하는, 자기만의 자유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정치인이 당을 장악하려고 할 때는 실현하고자 하는 사상이라는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사상이 없는 대통령의 당 장악 시도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다른 대통령들이 다 그리했으니까 나도 해야겠다 그건가?

만약 대통령과 여당이 지금 이대로 간다면 이재명이라는 우익 진영의 큰 축복에도 불구하고 다음 총선은 국민의힘이 패배하거나 근소한 차로 이길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 총선에서는 다시 참패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힘이 수구들의 의도처럼 이대로 갈 일은 없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왜냐하면 훨씬 유능해진 대한민국이 한 번도 유능해본 적 없는 수구들을 이제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은 공룡이 멸종했듯 자연히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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