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6:36 (금)
가야명상 문화축제를 보고
가야명상 문화축제를 보고
  • 도명스님
  • 승인 2022.09.19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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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정사 주지ㆍ(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여여정사 주지ㆍ(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지난 16일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에서 제6회 `가야명상문화축제`가 열렸다. 이 행사는 필자가 이사장 소임을 맡고 있는 사단법인 가야문화진흥원에서 주최, 주관하고 김해시가 후원하였다. 주제는 `춤, 선차(禪茶)와 함께하는 명상(冥想)`이었다.

행사를 주최한 가야문화진흥원은 가야문화를 선양하기 위해 김해를 비롯한 가야 권역에 거주하는 스님들과 일반인들이 2019년 설립한 단체로 매년 축제와 함께 학술대회를 개최해왔다. 진흥원 산하에는 가야문화연구소와 가야불교연구소가 있어 가야문화에 관심을 가진 학자들과 함께 일반 시민이 가야역사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가야문화진흥원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으나 가야문화를 선양하는 민간단체 중에서는 가야 권역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진정 가야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단체라 그동안 코로나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비대면으로라도 축제 행사를 지속해왔다.

이번 가야명상 문화축제는 그동안의 축제와는 성격을 달리하였는데, 현재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트렌드인 명상을 축제와 결부시킨 점에 있다. 축제와 명상은 성격 면에서 전혀 다른 것 같지만 그 뿌리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축제의 기원이 원래 하늘에 제사 지내는 제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보이지 않는 대자연의 신비스러운 힘에 대한 경외와 간절한 기원이 인간의 정신을 한층 더 고양하게 했다. 이후 밖의 절대적 대상으로 향하던 마음은 일부 현자들이 자신에게 제기한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의문을 통해 방향을 전환하며 내부로 침잠하게 된다. 이번 명상문화 축제는 명상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본래 갖추고 있는 내면의 고요를 찾아 안정된 마음으로 살자는 취지로서, 명상의 사회적 확산에 그 목적이 있다.

이번 김해문화의 전당 마루홀에서의 두 시간은 공연이 명상이 되고 명상은 공연이 되어 영적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공연 예술에 있어 새로운 시도였으며 보완 발전시켜 가면 충분히 새로운 장르가 될 것으로 보였다. 이번 공연에서는 움직임이 있는 동적(動的) 명상과 고요함이 있는 정적(靜的) 명상으로 파트를 나누었다. 막을 여는 활발한 움직임의 무용극과 가야차에 관한 시 낭송이 있었다. 이어 살풀이춤, 동래 한량춤 그리고 태평무 명인의 움직이는 명상 공연과 함께 정적인 명상의 선차시연회가 이어졌다. 오랜만에 본 명인들의 춤사위는 한국의 멋이 그대로 녹아 있었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절제의 미학` 그 자체였다. 한민족의 역사처럼 끓어질 듯 이어지는 춤사위와 부드러운 선의 미는 우리 민족이 간직한 차원 높은 예술혼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또한 숙우회의 행다법은 차색을 보고 찻물 따르는 소리를 듣는다. 또 차향을 맡고 차를 맛보며 찻잔을 감촉해 오감이 깨어나는 다선일미(茶禪一未)의 경지를 그대로 보여 주었다. 마지막의 장에서는 현재 세간에도 널리 알려진 유튜브 목탁소리의 지도법사 법상스님의 명상 원리와 실천에 대한 차원 높은 강의와 관객이 함께하는 시연이 있었다.

사실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명상은 특정 종교의 전유물은 아니다. 불교에는 자신을 찾아가는 참선이 있고 천주교에는 신과 합일하는 묵상이 있다. 유교에는 마음 닦는 심법(心法)이 있고 이슬람에는 직관을 추구하는 수피즘이 있다. 명상이란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고 허용하는 것이다. 머리에서 떠다니는 복잡한 생각의 스위치를 잠시 끄고 그저 오롯이 깨어있을 뿐이다.

한편으로 보면 가야와 명상은 깊은 연관이 있어 보인다. <가락국태조릉 숭선전비>에는 수로왕이 "지품천 방장산 속에 별궁을 지어서 태후와 함께 옮겨가 수련하셨다"(築別宮于知品川之 方丈山中 與太后移居而修練) 한다. 노년의 수로왕 부부는 지리산으로 입산해 도를 닦았다고 나오는데 젊어서도 수행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가야는 개국의 시조가 이미 명상을 하였던 분들이었다.

수로왕의 덕으로 나라를 다스린 점이나 허왕후의 지혜로움에 대한 기록들의 바탕에는 자신의 마음을 고요히 하는 명상이 그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삼국유사 파사석탑>조에 "함께 나라를 다스린 지 150년"이라는 기록을 보면 두 인물은 플라톤이 말한 철인정치를 가야에서도 실현하고 있었다. 이날 김해 바라밀 선원에서는 진흥원 산하의 `가야국제 명상센터`를 개원하였다. 가야의 심장부에서 시민들에게 명상을 널리 전파할 것으로 기대하며 찬란했던 가야의 정신문화를 되살리는 소중한 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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