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8:35 (금)
간절한 `골때녀`
간절한 `골때녀`
  • 이영조
  • 승인 2022.09.13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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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동그라미 심리상담센터장
이영조 동그라미 심리상담센터장

요즘 각 TV 방송사마다 스포츠 활동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기존 프로그램에서 익숙해진 식감보다 신선하고 상큼한 새로운 재미를 원하는 대중의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한 제작자의 여럿 시도 가운데 나름 성공한 케이스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프로야구 전설들이 고등학교 야구선수들과 시합을 벌이는 `최강야구`를 비롯해서 새 골프예능 `전설끼리 홀인원` 등 골프 예능프로그램 만해도 3개나 된다. 축구는 안정환 감독이 이끄는 `뭉쳐야 찬다`와 여자 축구 `골때리는 그녀들`이 있다. 패스한 축구공이 자신의 발 앞에 와도 흘려보내는 여자 연예인들이 펼치는 축구를 보는 것은 어설픈 축구 흉내로 인식되었고 흥미를 끌지 못할 거라는 편견에 가까운 예언을 했다. 추석날 보여준 골때리는 그녀들 시즌3의 경기는 필자의 견해가 엉터리 예언이었음을 정중히 경고했다.

리그 승격을 결정짓는 첫 승강전, FC 불나방 VS 발라드림의 양팀은 살아남느냐, 나락으로 떨어지느냐, 오직 승자만이 생존하는 사파리의 절대법칙과 다르지 않았다.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경기는 관중과 시청자의 안타까운 탄식과 환호성을 자아냈다. 초대 챔피언인 `불나방`을 상대로 벌이는 `발라드림`은 도전자로서 실력보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욕이 앞서는 팀이었다. 경기는 백중세, 아슬아슬한 공방을 이어갔다. 그녀들의 축구 실력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개인 드리블과 돌파, 슈팅력이 남자 선수들에 비견되기까지 했다. 상대방이 찬 공이 얼굴과 가슴에 강하게 타격해도 그녀들의 승부욕을 막을수 없었다. 통증보다 투지를 불러일으켰다.

절대 질 수 없다는, 반드시 이겨야 된다는 생각의 결과는 대단했다. 결의에 찬 마음의 움직임은 몸을 그라운드에서 불사르게 했다. 경기는 발라드림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골대앞 혼전 상황에서 불나방의 핸드볼 반칙으로 얻은 기회를 발라드림의 경서가 강력한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선취점을 얻었다.

승리의 예감을 만끽하며 전반전을 마무리한 발라드림의 김태영 감독은 만면의 미소를 지었다.

축구도 인간의 굴곡진 삶과 다르지 않았다. 후반전 휘슬이 울리고 상대팀 `불나방`이 첫골을 터트리고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승리를 위한 그녀들의 몸사위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일진일퇴 숨 막히는 공방이 이어지면서 선수들은 체력이 바닥나고 부상선수가 속출했다. 실력은 불나방이 앞섰다. 방패가 창을 막을 수 없었을까, 발라드림은 또 한골을 허용하고 2:1, 역전을 당한채 상대팀에게 무릎을 꿇을 위기에 처했다.

난세에 영웅이 나타났다. 팀 발라드림의 경서와 서기가 그들이었다. 전장의 영웅이 그러하듯 경서가 그랬다. 위기의 팀을 구하기 위해 경서의 몸동작은 간절했다. 슈팅의 기회를 맞을 때마다 공에게 주술처럼 외쳤다. `제발`, `반드시 이겨야 해` 화면에 비추는 그녀의 표정은 간절했다. 절박함이 묻어난 간절함이었다. 그녀와 함께 팀을 이끄는 서기도 그녀의 간절함과 다르지 않았다. 골때리는 그녀들의 양팀 선수 12명 모두 간절했다. 불나방 선수들은 반드시 골을 지켜서 승강을 이뤄야 했고, 발라드림의 선수들은 탈락의 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육탄전에 가까운 공방전 끝에 경서가 상대 팀 골키퍼의 킥을 차단하고 단독 돌파를 시도했다. 그녀의 마지막 슛은 동점을 만들었다. 완전 극장골 이었다. 후반전 종료 2초 전에 만들어진 골이었다. 양팀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불나방은 안타까움에, 발라드림은 환호의 퍼포먼스였다.

경기는 다시 원점, 승부는 페널티킥으로 가려지게 되었다. 심리적으로 패배감을 맛본 원년 우승팀 불나방 주장은 동료들에게 `진거 아니야`,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야`를 외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한편, 발라드림은 천신만고 끝에 얻은 승리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스트라이커 경서가 골키퍼로 변신했다. 그녀는 상대 팀 5명의 페널티킥을 모두 막아내는 신기를 보였다. 승리의 여신은 발라드림에게 미소를 지었다. 양팀의 경기는 월드컵 4강 드라마를 보는 그 느낌을 재현해 주었다.

앳되고 연약한 여자 선수의 얼굴 표정에서 묻어나는 간절함은 필자에게 커다란 감명을 주었다.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성경 구절을 빌리지 않더라도 골때녀 경서의 간절한 외침은 지난 추석에 받은 무엇보다 커다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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