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을 내다보자 22
나라 밖을 내다보자 22
  • 박정기
  • 승인 2022.09.1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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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열정얘기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링컨은 이것을 지키기 위해 전쟁도 불사한 게 아닌가. 그런데 남부는 오히려 이러한 북부의 실험과 도전을 천민적, 비신사적 가치관으로 치부하였다. 그리고 대부분 유럽 국가가 시도하는 구대륙의 체제-왕정제, 노동집약적 농업 중심의 산업체제- 유지를 시대정신으로 알았다. 1863년 7월, 리가 게티즈버그에서 패했을 때도 오히려 항전을 게속 고집하는 바람에 남부 민초의 고통은 2년이나 더 계속되었다. 한 인간으로서 훌륭했던 그가 지도자로서 훌륭한 자질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은 본인은 물론 남부와 미국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었다.

결론적으로 설혹 데이비스가 건국 아버지들의 이상을 미처 깨우치지 못했더라도, 나아가고 발을 빼는 시기만은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 즉 때를 놓친 게 큰 허물이 아니었나 싶다. 멀리 보고, 또 때로는 가까이도 보는 안목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주역`에 이런 말이 있다. "일의 기미(機微)를 알아야 능히 천하의 일을 완성할 수 있다." 즉 기미를 알아야 시중(時中)을 얻는다는 말이다. 기미란 `기(機)` 또는 `개(介)`라는 말로, 이는 나타나 있는것과 숨어 있는 상태의 중간을 의미하는 것이다. 시중이란 어떤 일의 가장 마땅한 때를 뜻한다. 그런데 기미가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에 숨어 있는 것을 보라는 말인데, 범인의 눈으로 어떻게 이를 본단 말인가. 더구나 시중이란 가장 마땅한 때, 사람이 도모하는 온갖 일과 오묘한 우주 운행의 가장 결정적인 딱 맞는 때를 말함인데 어떻게 `이때다, 저 때다`라고 함부로 얘기할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곧 누구에게나 보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길이 없는 건가?

`주역`은 또 이런 훈계를 한다. "군자는 덕을 쌓고 업(業)을 쌓는데, 이는 때를 맞추기 위함이다." 이 말은 `언제나 두려워하며 게으르거나 나태하지 않고 추호(秋豪)의 허물도 없도록 닦으면 된다`는 가르침이다.

`언제나 두려워하며 게으르거나 나태하지 않고 추호(秋豪)의 허물도 없도록 닦으면 된다`는 가르침이다. 쉽게 말하면 `늘 두려운 마음으로 간절히 기구`할 때 비로소 문득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더 쉬운 말로 지극히 겸허해지라는 말이다. 그리고 절실히 기구(祈求)하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제군, 어떤가. 지극히 겸허하면 안 될 일도 성사시킬 수 있단 말이 아닌가.

어떤 경우에도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을 갖자. 그 자리에 있지도 않으면서 특정인의 얘기는 삼가라는 게 우리의 오랜 가르침이다. 내가 좀 과한 말을 하였다. 나야말로 겸손하지 못했구나. 모두가 공부 삼아 한 것이니 양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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