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22:41 (목)
어디 내놔도 품질 자신 국산 캐비아… 함양서 최대 생산
어디 내놔도 품질 자신 국산 캐비아… 함양서 최대 생산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2.09.05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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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곳
함양 철갑상어 영어조합법인
(이 수 한 이사)

지리산 해발 700m 5000평 부지
수조 총 60개… 4만여 미 양식
이수한 이사, 신기술 개발 기여
2021 해양수산 신지식인 대상
항생제ㆍ수산약품 무사용 철칙
식약처ㆍ해수부 HACCP 등록
1급 지하수 자연친화적 시설
분양ㆍ전시 캐비아 대중화 노력
"열심히 잘 키웠다" 말 듣고파
함양군 철갑상어 영어조합법인 전경. 지리산 자락 해발 700m에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철갑상어를 기르고 있다.
함양군 철갑상어 영어조합법인 전경. 지리산 자락 해발 700m에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철갑상어를 기르고 있다.

`바다의 보석`ㆍ`블랙다이아몬드`ㆍ`세계 3대 진미`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따르는 캐비아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음식 가운데 가장 섹시한 맛이라고 알려져 있다. 고급 코스 요리 에피타이저나 육류에 곁들여 먹는 캐비아는 입에서 씹는 순간 약간의 짠맛 뒤에 오는 버터향과 호두향이 입맛을 돋운다. 미식가들은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맛`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캐비아는 중국에서 국보급 천연기념물로 취급될 정도로 희귀한 철갑상어의 알을 염장해 만든 음식이다.

이런 귀한 캐비아를 생산하기 위한 철갑상어 양식장이 함양군에 국내 최대 규모ㆍ개체로 운영되고 있어 주목을 받는다. 함양군 철갑상어영어조합(이사 이수한ㆍ이하 영어조합)은 지리산 자락 해발 700m 고지에 총 부지 5000평 규모로 그 위용을 드러낸다. 이곳에서 수조 총 60개, 약 4만여 미의 철갑상어를 양식하고 있다.

◎국내산 캐비아 양식ㆍ가공식품 발전 기여

어떻게 이런 깊은 산속에 철갑상어 양식장이 있는 걸까. 사실 철갑상어는 우리가 흔히 아는 바다에 사는 상어와 관련이 없는, 주로 민물에 사는 어류이다. 양식장이 이곳에 있는 이유도 물 맑고 공기 좋은 지리산 청정부지에서 자연 친화적 양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국산 캐비아는 수입산에 비해 그 맛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수입산은 대부분 보존기간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방부제를 사용하고, 염장 과정에서 높은 염분처리가 이뤄지기 때문에 캐비아 본연의 맛을 잃어버린다. 반면 영어조합에서 생산된 국내산은 첨가물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3%의 낮은 염분처리로 숙성해 최고의 맛을 낸다.

이수한(오른쪽) 이사와 그의 부친 이상선(왼쪽) 씨가 철갑상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수한(오른쪽) 이사와 그의 부친 이상선(왼쪽) 씨가 철갑상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14년째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수한(37) 이사는 지난해 해양수산 신지식인 대상을 수상했다. 해양수산부가 선정하는 이 상은 해양수산 분야에서 창의적 발상, 신기술 도입 등 새로운 지식과 가치를 개발해 해양수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한다.

특히 지난해 해양수산 신지식은 전국에서 단 6인이 선발됐으며, 이수한 이사가 대상(1위)를 차지하는 영예를 안은 것이다. 그 배경에는 영어조합이 지속적인 캐비아 생산 이외에도 철갑상어 진액, 캐비아로 만든 여성청결제ㆍ화장품ㆍ숙취해소제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내수면 양식 및 유통가공분야에 기여한 부분이 크다. 영어조합은 지난해 8월 채널A 서민갑부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방송에서는 연매출 30억 이상 사업체로 성장하기까지 비결을 다뤘다.

◎10년간 인고 시간 지나 최고 전문가 도약

영어조합이 첫 수확을 본 것은 양식을 시작한 지 무려 10년이 지난 후였다. 철갑상어는 수명이 긴 만큼 성성숙기에 이르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이 이사는 그 기간 동안 투자만 해야 하는 막연한 상황이었다.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버틴 후 첫 결실을 봤을 때 "이제 진짜 다 왔구나"하는 생각에 감정에 복받쳤다고 한다.

이수한 이사가 처음 사업을 결심한 것은 그가 24살 되던 때였다. 당시 그는 부산의 한 아쿠아리움에서 아쿠아리스트로 일하고 있었다. 그곳의 물고기 이름을 거의 다 외울 정도로 어류를 좋아했던 그는 철갑상어도 알게 됐고, 양식을 하면 고가의 캐비아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가능성을 봤다. 좋아하는 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제품을 얻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기에 시련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금이 부족했던 그는 국가지원사업을 통해 양식을 시작할 수 있었다. 부모의 경제적 지원까지 받았지만 10년을 버티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양식장 일과 함께 고소득의 산업잠수사 생활을 3년 정도 병행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수심 40m에서 작업하다 폭파사고로 등에 큰 화상을 입게 됐다. 이수한 이사는 "거의 죽어야 당연했을 정도로 큰 사고였다"며 "정말 운 좋게 살았다"고 당시 아찔했던 사고를 회상했다.

함양군 철갑상어 영어조합에서 생산한 상품(코리아 캐비아ㆍKOREA CAVIAR).
함양군 철갑상어 영어조합에서 생산한 상품(코리아 캐비아ㆍKOREA CAVIAR).

지금의 기술력을 얻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다. 예를 들어, 캐비아를 얻기까지 많은 과정을 겪으며 노하우를 쌓았지만 그 중에서도 검란작업은 특히 까다로웠다. 철갑상어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배를 조금만 갈라 알을 꺼내고, 색깔과 탄력을 통해 상품성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문제는 빠른 시간 안에 배를 잘 봉합해야 했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그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가며 배를 바늘로 꿰매보는 등 시도에도 시원치 않자, 외과의사를 직접 찾아가 봉합술을 배우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세월을 지나 현재 이수한 이사는 철갑상어 양식 최고 전문가가 됐다. 국내 내수면 연구소 수준의 자체적인 실험ㆍ연구 시설을 보유하고, 종묘(치어) 생산에서 캐비아 생산까지 철갑상어 전 과정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항생제ㆍ수산약품 무사용 친환경 시스템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제품을 내보이고 싶어요." 이수한 이사의 철갑상어 양식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 정직한 마음으로 영어조합은 양식 전 과정에서 투명성 있는 운영으로 신뢰를 주고 있다. 그가 키우는 철갑상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국제협약(CITES) 및 국내 지역 관할 환경청 신고 등을 철저히 이행, 합법적인 거래만을 하고 있다.

또한 양질의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잘 보이지 않는 부분에도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 개체 선별부터 마지막 소포장 단계까지 전 과정 100%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온도와 공기와의 접촉에 민감한 캐비아의 특성상 전 세계적으로 우위에 있는 캐비아 전문 프랑스 DESJARDIN 사의 틴캔(TIN-CAN)과 진공포장기(VCI)를 사용, 캐비아 공정 과정이 끝난 이후는 공기와의 접촉을 일체 차단하며 곧바로 4℃ 이하에서 냉장 보관한다. 사료는 국내 최초 덴마크 ALLER AQUA사의 맞춤 사료를 급여하고 있다.

함양 철갑상어 영어조합은 국내 내수면 연구소 수준의 자체적 실험ㆍ연구 시설 보유하고 있다.
함양 철갑상어 영어조합은 국내 내수면 연구소 수준의 자체적 실험ㆍ연구 시설 보유하고 있다.

항생제나 수산약품 무사용을 철칙으로 하고 있는 영어조합은 친환경ㆍ위생적 시스템을 갖췄다. 양식장은 지리산 지하 200m에서 나오는 미네랄이 다량 함유된 1급 지하수만을 이용한다. 그렇게 사용했던 물은 버리지 않고 재사용하는 순환 여과 방식 시설과 첨단기계 설비를 이용, 작은 생태계를 만들어줌으로써 자연친화적인 서식 환경을 만들었다.

영어조합 전 과정은 식약처 기준 HACCP 시설 내 최고 수준의 위생환경에서 생산하고 있다. 국내 최초 `철갑상어` 농ㆍ수산 품질관리법 시행 규칙에 의거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이행시설로 등록돼 중금속 시험 및 식품 의약품 안전처 고시 41가지 항목에서 수산물 안정성 조사 적합 판정을 받아 믿을 수 있다.

◎일반 가정에도 캐비아를… 대중화 노력

캐비아 1㎏에 700만 원 상당. 너무 비싼 탓에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야 서민들이 캐비아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이수한 이사는 더 많은 사람들이 국산 캐비아의 매력적인 맛을 알아갈 수 있도록 시장 확산에도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철갑상어 분양에도 적극적이다. 양식에 새롭게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 치어를 제공하고, 그의 노하우까지 전수하면서 시장이 확대되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분양 과정에서 수분양자에게 견학을 요청하거나, 직접 양식장을 찾아가서 키울 여건이 되는지 꼼꼼히 살피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부산 씨라이프, 롯데월드 등 전국 대형 아쿠아리움과 협약을 맺고 철갑상어를 전시ㆍ관람 목적으로 기증하고 있다. 이 역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철갑상어를 알고, 친근하게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이수한 이사는 "철갑상어를 열심히 키우려는 후배들을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며 "시장이 먼저 커야지 경쟁도 할 수 있습니다. 일반 가정 식탁에서도 삼겹살에 캐비아를 얹혀 먹을 수 있을 때까지 시장 확산에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1만시간의 법칙`을 믿는다고 했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제가 내놓은 캐비아만큼은 자신 있고, 사람들에게도 정말 노력했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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