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온천천은 시위장이 된다
온갖 잡동사니 다 들고 나타난 물의 군중
저 무섭도록 위대한 행렬을 보아라
스티로폼, 광고전단지, 나무 조각, 천 조각
타이어 조각, 쇳조각,
표어로 들고나온 저 붉고 검은 온갖 잡동사니
누구의 것일까 가늘고 긴 머리칼도 한 몫 거들었다
온천천 둑 골대에 목을 매고 섰다
온천천은 넘치도록 외치다가
비가 그치면
시위 군중은 사라지고
표어들만 지쳐서 여기저기 쓰러져 있다
왜가리 한 마리
봤지? 봤지? 하며 날아간다
우리는 편하게 쓰고 쉽게 버린다. 그런 우리에게 자연은 경고를 하고 각성케 한다. 그때서야 모두들 혀를 차고 정신을 차리지만 그 순간뿐이다. 당장 심각한 저 쓰레기뿐만 아니라 중부지방에선 물 폭탄에 집이 파괴되고 인명을 앗아가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수해를 입었다. 지금은 환경과 생태계를 생각해야 할 때, 코페르쿠니스적 대 전환이 필요하다.
시인 약력
- 시인ㆍ시낭송가
- 문학평론가
- 경성대 시창작아카데미 교수
- 교육청연수원 강사
- 전 평화방송목요시 담당
- 한국문협중앙위원
- 시집 `천리향` `애인이 생겼다` 외 다수ㆍ동인지 다수
저작권자 © 경남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