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진실을 가리는 세상
말이 진실을 가리는 세상
  • 류한열
  • 승인 2022.09.01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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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앞에 견딜 장사가

없다는 말 또한 거짓

이다. 정치판에서는

분명히 그렇다
서향만리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정치판에는 대개 헛소리가 난무한다. 말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사실은 웬만한 사람의 가슴에 꽂혀있다.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말이 헛소리에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헛다리를 짚는 독설로 뜨면 여러 사람이 쓰러진다. 정치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사실은 참으로 다행이다. 대중은 유혹하는 정치인의 말 기술을 들으면서 탄복할 때가 있다. 말 기술이라고 하지만 실제 뻔뻔함을 칠한 언어의 유희일 때가 대부분이다.

중앙 정치에 또 한 번의 말 폭풍이 몰아칠 태세다.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소환을 통보했다. 이런 큰 사건을 두고 진실은 한 귀퉁이에 내몰리고 오직 말의 전쟁은 하늘을 찌른다. 진실이 말속에 묻히는 일은 다반사지만 거짓이 진실이 되는 과정을 보는 일은 역겹다. 뻔뻔스러운 얼굴을 하고 거침없이 뱉어내는 정치인을 보면 화성에서 온 외계인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너무 뻔한 거짓말을 믿으라고 강변하는 그들이 측은할 때도 있다.

한술 더 뜨는 정치인은 독설에 눈물까지 섞어 다 오묘한 `언어 칵테일`을 만든다, 모습은 가관이다. 말하면서 우는 정치인은 거짓을 잘 포장하려고 연기하지만, 눈물의 정치 미학과는 거리가 멀다. 눈물은 다른 사람과 아픔을 나눌 때 보이는 진실의 힘이다. 독한 정치인이 거짓을 진실처럼 꾸미기 위해 내는 눈물은 추함의 극치다. 근래 우리 정치인의 눈물을 자주 본다. 당 대표로 있던 정치인이 자기 당을 향해 독설을 퍼부으면서 눈물을 훔쳤다. 지난 대선 운동 기간에 당시 한 후보는 "제가 지면 감옥에 갈 것 같다"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말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경구를 정치인은 더없이 소중하게 품어야 한다. 정치인은 말의 힘을 제대로 알아야 승승장구한다. 때에 맞는 말 한마디에서 정치인의 품격을 알 수 있고, 너절한 말 한마디에서 정치인의 경박성을 알 수 있다. 정치인의 말은 대중에게 소망을 줄 수도 있다. 팬덤 정치판에서는 대중을 자극하기 위해 자극적인 말을 거침없이 내뱉지만, 이는 망조 현상이다. 자유가 사라지면 말이 사라진다. 정치에서 진실의 말이 교통하지 않으면 억압의 사슬이 단단해질 뿐이다. 현재 우리 정치판은 말의 위기에 처해있다. 거짓을 진실로 포장하려는 정치인이 사고의 자유를 묶고 있다. 거짓으로 엮인 말 성찬에 대중의 가슴은 딱딱해져 있다.

정치인은 일반인보다 말의 힘을 더 크게 갖고 있다. 말을 던져 대중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특권을 지니고 있다. 그 전제에 진실이라는 양탄자가 깔려야 하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실은 없고 독설로 자신을 강변하고, 거짓을 상황 논리에 놓아 진실이라고 소리 높이는 일이 상식인 된 요즘에 정치인의 말이 우리 사회의 관계를 갉아먹고 있다. 인기에 영합해 되지도 않는 말을 던져 놓고 사회를 분열시키는 일도 잦다. 이 또한 우리 사회의 불행이다.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오래된 이야기다. 검찰이 제1 야당 대표를 소환하면서 여야의 말이 최강 대 최강으로 붙을 것이다. 진실 게임이 아니라 말의 게임이 될 공산이 크다. "전쟁입니다"라고 하는데 무슨 논리가 필요할까. `표적ㆍ보복수사`라고 규정하고 나서는 판국에 진실 규명은 이미 내팽개쳐졌다. 이제부터 말의 잔치다. 상대를 죽이고 나를 살리는 급살 화법만이 통할 뿐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여권과 검찰을 쏘아대고 `공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헛소리를 진실로 만들기 위해 엄청난 화력을 퍼부을 게 분명하다.

진실 앞에 견딜 장사가 없다는 말 또한 거짓이다. 정치판에서는 분명히 그렇다. 어느 장사가 이길지는 말과 눈물의 기술에서 결판날지도 모른다. 말의 칼날이 난무하는 속에서 진실이 땅속에 완전히 묻혔으면 모르지만, 진실의 생명력을 믿는 사람들에게 그 믿음을 계속 품을 수 있도록 하는 의인은 없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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