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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ㆍ청시대의 역학자 ③
명ㆍ청시대의 역학자 ③
  • 경남매일
  • 승인 2022.08.31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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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연구가 이 지산

명말 청초의 중국은 정치변혁의 시대로 지배계층의 사상적 통제가 느슨해졌다. 이런 영향으로 학술 방면의 백가쟁명이 새롭게 발흥해 역학계에도 괄목발전의 계기가 마련되었다. 이때 의리파 송역을 대표하는 걸출한 두 역학자가 바로 왕부지(王夫之)와 이광지(李光地)였다. 왕부지는 만년에 형양의 석선산에 은거해 선산선생(船山先生)으로 불렸다. 그는 28세부터 역에 정진해 <주역패소> 4권, <주역고이> 1권을 지었다. 그 이듬해 반청복명(反淸復明)운동에 투신해 궐기했으나 항청의사들의 순절로 조직이 와해되자 은거해 주역연구에만 몰두했다. 그는 <주역외전><주역대상해><사문록><장자정몽주>를 쓴 후 병환 중에도 그의 역저<주역내전(周易內傳)> 6권을 지었다. 왕부지는 역을 이용해 도리를 논설한 철학논문, 역사를 논평한 사학논문, 정치를 논한 정론, 속설을 표현한 시문 등 수많은 저서를 남겼다. <사고전서총목제요>에는 <주역패소>에 대해 `왕부지의 논설은 반드시 사실의 증거로 기초하고, 의리는 반드시 이치에 절실하니 최근 역을 논한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근거가 있다.`고 칭송하고 있다. 

왕부지의 역학을 대표하는 4부저서는<주역외전><주역대상해><주역내전><주역내전 발례>이다. 필자는 (도)학고방(번역 김진근)에서 출간한 <주역내전> 시리즈 6권을 구입해 읽고 그의 불편부당한 고증에 근거한 주역해석에 감탄했다. <주역내전>에는 64괘의 간명한 해석 및 설괘전, 서괘전, 잡괘전의 해설과 주역내전발레가 부첨되어 있어서 그의 역에 대한 명징한 사상적 견해를 일별할 수 있다. <주역내전>에서 논하는 왕부지의 역설은 매우 독창적이다. 이 책에서 논평한 그의 태극관은 기존의 태극이 음양 양의(兩儀)를 낳는다는 이론을 부정하고, 태극은 음과 양이 나눠지지 않은 채 뒤섞여 있어서 둘이 함께 합하여 이루어 내는 합동의 조화라고 주장했다. 즉, 태극은 음과 양이라는 본체의 기(氣)가 인(絪). 온(縕)운동을 통해 만물을 지어내면서 이루고 있는 전체적인 조화의 양태라고 했다. 이는 주희가 `태극은 형이상자(形而上者)로서의 도(道)이고, 음.양은 형이하자(形而下者)로서 기(器)라고 보고, 우주만물의 총 근원ㆍ근거로서의 본체가 태극`이라는 설을 부정한 것이다. 그는 이 세계의 본체인 음ㆍ양이 주역에서 표상하고 있는 것은 건(乾)ㆍ곤(坤) 두 괘요, 음기와 양기가 천지만물을 낳는 것처럼 이 두 괘가 나머지 62괘를 낳는다는 `건곤병건설`을 주장했다. 그의 이런 주장은 기철학(氣哲學)을 역학에서 정합적으로 운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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