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21:48 (목)
`안전` 반대말은 `설마`
`안전` 반대말은 `설마`
  • 윤희열
  • 승인 2022.08.31 2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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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희 열 (주)동양건설안전기술단 대표이사
윤 희 열 (주)동양건설안전기술단 대표이사

한 중년 남자가 손에 붕대를 감고 병원을 찾았다. 병원 접수대 직원이 "무슨 일이시죠?"하고 물었다. 이 남자는 "물렸습니다"라고 답했다. 직원은 "벌인가요? 강아지인가요? 벌이면 가정의학과, 강아지면 정형외과라서요."

이 남자는 가정의학과로 보내졌다. 그것도 독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가을 벌에 쏘인 것이다. 벌에 쏘였다면 필시 야외활동을 하던 도중 발생했을 것이다. 벌초를 하다가 또는 밤나무밭을 돌보다가 쏘였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어이없게도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벌에 쏘였다고 했다. 따뜻한 가을날 베란다 어느 틈새로 들어온 야생벌에 쏘인 것이다. 먼저 벌에 쏘였다면 응급조치 후 바로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독에 반응하는 알레르기 반응으로 자칫 잘못하면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심 한가운데 고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벌에 쏘일 확률이 얼마나 될까? 어쩌면 안전에 관한 확률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방정식일지도 모른다. 이 남자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벌에 쏘인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말하는 안전불감증 때문일까? 아니면 방심해서 당한 것일까? 이런 경우를 두고 우리는 흔히 운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자신의 운 탓으로만 돌려도 괜찮을까?

만약 이 남자가 베란다로 나가기 전에 한 번쯤 벽과 천장을 살폈더라면 벌로부터 공격을 당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운 탓이 아니다. `도처에 도사리는 위험 요소`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위험에 대해 `도사리고 있다`는 표현을 썼다. 위험은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위험은 매복과 기습 공격이 주특기이기도 하다. 방심하는 순간 위험은 기가 막히게 그 빈틈을 파고든다.

위험은 `도처`에 있다고 했다. 어느 곳에나 위험 요소가 있다는 뜻과 일맥상통하다. 세상 그 어느 곳이 완벽하게 안전할 수 있을까? 하늘은 무너지지 않고 땅은 꺼지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하늘은 무너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말미암은 기상재해는 바로 하늘이 무너지는 현상이다. 인도에서는 한 해 벼락으로 2000여 명이 사망하고 있다.

땅도 꺼지고 있다. 실제로 꺼지고 있다. `싱크홀`이 일상화되고 있다. 그런데 벼락도 피할 수 있다. 쇠붙이 내던지고 낮은 곳으로 피하면 된다. 폭우가 예상되면 미리 피하면 된다. `싱크홀`은 대부분 인재다. `설마` 하다가 당하는 것이다. 흔히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한다. 이건 팩트다.

따라서 `안전` 반대말은 `위험`이 아니다. 안전의 반대말은 `설마`다. 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설마`에 당했다. 그런데도 또다시 `설마`에 당하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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