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을 내다보자 20
나라 밖을 내다보자 20
  • 박정기
  • 승인 2022.08.2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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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열정얘기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열정얘기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그랜트는 리와 용맹했던 반란군이 측은하였고, 리는 끝내 민초의 법칙을 고집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처지가 안타까웠을 것이다. 순금처럼 순수한 두 사나이가 만났을 때 두 영혼은 교감하고 공명하였을 것이다. 그곳에는 원한이나 복수, 혹은 징벌이 발붙일 곳이 없었다. 마침내 두 사나이는 후세 사가들이 칭송하는 감동적인 드라마를 연출한 것이다.

리만 용서받은 건 아니다. 남부연합의 데이비스 대통령도 천수를 다했다. 남북전쟁에서 처형된 사람은 단 한 사람, 포로수용소장을 지낸 남군 소령 헨리 위르츠(Henry Wirz)다. 그는 군법회의에 넘겨져 사형선고를 받았다. 포로 학대죄다. 반역보다 인권을 더 중시하고 있다. 이것이 미국식 과거사 처리방법이다. 적폐청산이다. 사실 이 역사적 장면을 다룰 때 힘이 많이 들었다. 두 장군의 심리를, 배석한 참모들의 심리를 그릴 수가 없었다. 사람의 마음, 특히 그때 미국인의 마음을 지금도 솔직히 이해 못 한다. 작가로서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1865년 4월 14일 저녁, 워싱턴 10번가의 포드극장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극장에서는 영국의 코미디 `우리의 미국인 사촌(Our American Cousin)`이 공연 중이었다. 링컨은 극장 2층에서 영부인과 함께 관람 중이었다. 일행은 링컨의 친구 해리스(Ira Harris) 상원의원의 딸과 그녀의 약혼자 래스본 소령이었다. 연극이 절정에 이르러 장내가 요란한 웃음소리로 흔들릴 때 암살자 부스(John.W.Booth)는 로열석 문을 살짝 열고 실내로 침입하였다. 경호원은 문밖에도 실내에도 없었다. 링컨과 암살자와의 거리는 불과 2m, 부스는 오른손에 권총을 왼손에는 단도를 빼 들었다.

암살자는 링컨의 뒤통수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대통령은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영부인이 비명을 지르며 링컨을 껴안았다. 래스본 소령이 벌떡 일어나 범인에게 달려들었다. 범인은 래스본을 향해 단도를 휘둘렀다. 범인은 4m 아래 무대 위로 뛰어내렸다. "저놈 잡아라!" 래스본 소령이 소리 질렀다. 범인은 단검을 높이 쳐든 채 관객을 향해 알 수 없는 몇 마디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무대 뒤로 사라졌다.

연극의 주인공 로라 킨(Laura Keene)이 로열석으로 뛰어 들어왔다. 해리스 양이 영부인을 진정시키고 있는 사이, 로라는 대통령의 머리를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관객 중의 한 의사가 로열석으로 달려왔다. 의사가 상처를 살폈다. 총알은 링컨의 머리 위 왼쪽 귀밑을 뚫고 들어가 뇌를 손상시킨 후 오른쪽 눈 아래 박혔다. 치명상이다. 대통령은 의식을 잃었다. 군인들이 의식이 없는 대통령을 길 건너 호텔에 모셨다. 각료들이 달려와 대통령 침대를 둘러쌌다. 각료들은 침대 곁에서 밤을 새웠다.

4월 15일 07시 22분에 링컨은 숨을 거두었다. 한 거인이 세상을 떠났다. 오호라! "무서운 항해는 모두 끝나 배는 무사히 항구에 도달하였는데, 선장이 갑판에 쓰러졌으니…." 미국 훈막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시인 중 한 사람인 휘트먼(Walt Whittman)의 탄식이다. 나는 링컨의 최후를 읽을 때마다 부스가 링컨을 쏜게 아니라, 링컨이 부스나 다른 남부 사람에게 자신을 쏘게 한 것이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링컨의 경호는 너무 소홀하였다. 무엇보다 링컨 자신이 자신의 안전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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