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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자원 조성 복합센터가 필요한 이유
수산자원 조성 복합센터가 필요한 이유
  • 김제홍
  • 승인 2022.08.2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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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진해만은 경남의 지중해(地中海, Mediterranean Sea)다. 지중해가 유럽,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에 속한 22개국에 둘러싸여 있듯이 진해만 역시 부산, 창원, 고성, 통영과 거제의 무수한 마을들로 둘러 싸여있다. 진해만은 파도의 마루와 골의 높이 차이, 즉 파고(wave height)가 1m 이내로 유지되는 바다(정온수역)이다. 동쪽 가덕수로와 서쪽으로 견내량 두 곳의 좁은 통로로만 물이 오가기에 입구가 좁고 마산만, 진해만, 행암만, 웅천만, 진동만, 당항만, 사곡만, 고현만 등 크고 작은 바다와 구불구불한 해안선의 영향으로 바람과 해류의 영향이 적다. 수심이 3m에서 50m 정도이고 파도가 잔잔하며 조류의 유입이 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저면이 모래와 진흙이 적당히 혼합된 사니질(沙泥質)로 이루어져 있어 패류(굴, 홍합, 피조개 등) 양식장이나 채묘장로서 안성맞춤이다.

피조개는 개불처럼 혈액에 헤모글로빈이 있어 피가 붉어서 그렇게 부르는데, 꼬막을 확대한 것처럼 생겨서 전남 동부지역에서는 피꼬막이라고도 부르지만 패각에 털이 있다고 털꼬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피조개 양식은 지난 1977년 진해만에서 인공채묘가 성공을 거두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86년 생산량은 5만 8000t에 이르렀고, 1988년에는 1600억 원어치나 수출했다. 한 때 경남 수산물 수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규모였지만 지금은 5% 정도이다. 특히 일본으로 많이 수출된 이유는 피조개가 초밥용으로 인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피조개를 아카가이(アカガイ, 붉은 조개)라고 부르는데 주로 초밥 재료로 사용한다. 초밥으로 할 때는 피조개를 반으로 가른 뒤 내장을 씻어내고 칼집을 넣어서 넓게 펴서 초밥 위에 올려 먹는다. 일본인들이 진해에서 나는 피조개를 `진까이(鎭ガイ)`라 부르며 다른 지역에서 나는 것보다 두 배가량 비싸게 쳐주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대량 폐사와 종패 부족이 이어졌다. 많을 때는 40∼50%에 이르던 생존율이 1∼2%밖에 안 되며 연간 생산량은 2 만t 아래로 떨어졌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생산량이 연간 2000t 내외였었지만 지난해에는 1407t에 그치고 있다.

여름철 고수온ㆍ빈산소수괴ㆍ저염분 등이 원인이라고 하지만, 1990년대 중반 본격화한 부산항계의 신항건설이나 통영 안정 LNG기지 건설이 더 근본적인 원인일 수도 있다. 피조개는 주로 제덕ㆍ가덕ㆍ수도ㆍ연도 같은 곳에서 많이 했는데 신항건설을 위한 매립으로 어장이 사라졌고 항만구역 설정으로 어장 자체도 대폭 축소되었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남해안 최대의 굴종표 생산지인 진해만이 굴종패를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바다 매립사업이 해수면을 잠식할 뿐만 아니라 탁류를 발생시켜 인근 바다 굴 유생출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패류뿐만이 아니다. 진해만은 12월부터 다음해 2월 중순까지 동해로 이동하는 대구의 주요 산란장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1월부터 2월까지는 청어의 산란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진해만이 어패류의 산란장이나 채묘장으로서의 역할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3단계 신항건설(진해항)이 완성된다면 그간 해오던 수산자원 중심지로서의 역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 대통령 지역공약의 하나로서 ‘수산자원조성 복합센터’가 들어가 있는데, 치어‧치패를 대량생산하여 사라져가는 수산자원을 회복‧유지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므로 대통령 임기내 착공이 아니라 준공이 되어야 한다. 중국 전국책(戰國策)의 초책(楚策)에는 亡羊而補牢 未爲遲也(망양이보뢰 미위지야)라는 글이 있다. 양을 잃은 뒤에 울타리를 고쳐도 늦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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