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3:17 (수)
"이주민 여성 편하게 오고 가는 `친정` 같은 곳 되고 싶어요"
"이주민 여성 편하게 오고 가는 `친정` 같은 곳 되고 싶어요"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2.08.25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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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공간 경남이주민문화센터 `라함`
소명으로 시작해 10년간 권리 보호 앞장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라포 형성에 도움
자모반∼고급반까지 6개 한글 교실 구성
놀이방ㆍ오전 수업 등 세심한 배려 눈길
"엄마가 먼저 자신감 가져야 아이 잘 커"
이주여성의 권리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경남이주민문화센터 `라함`.
이주여성의 권리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경남이주민문화센터 `라함`.

외국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김해 서상동 외국인 거리 주변에 있는 건물에 매주 화요일, 목요일 오전 10시 전후로 사람들이 속속 모여든다.

이들이 저마다 가방 하나씩 메고 향한 곳은 2층에 위치한 경남이주민문화센터 `라함`(대표 안영). 이곳에서는 화ㆍ목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 30분까지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한국어 교실이 열린다. 약 10여 년간 이주여성만을 위한 공간으로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는 `라함`을 찾아가 운영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여성`이라는 공통점으로 시작

`라함`은 지난 2011년 안영 대표의 소명으로 시작했지만 약 10여 년동안 이주여성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라함`은 히브리어(이스라엘 언어)로 사랑ㆍ은혜ㆍ자비를 뜻하며, 말의 어원은 하나님의 자궁이라는 뜻으로 기본적으로 기독교 정신이 바탕에 깔린 단체이다.

`라함`에 위치한 이주여성 아이를 위한 놀이방.
`라함`에 위치한 이주여성 아이를 위한 놀이방.

안영 대표는 "라함이라는 말은 성경에서 하나님의 자궁이라는 의미로 모성애를 표현하는 단어이다. 많은 사람이 이주민은 우리나라에서 소외된 비주류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같은 형제ㆍ자매로 한국인과 동일한 선상에 있는 사람들이다"며 "그렇기에 우리 센터의 선생님들은 이주여성들의 권리를 찾아주고 보호해주기 위해 존댓말 및 그들의 문화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갖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은 동남아계ㆍ중국ㆍ러시아계 등의 여성이며,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선생님도 여성이다. 이들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지 않았지만 `여성`이라는 하나의 공통점으로 라포가 형성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이주여성 특성상 갓 태어난 아기 및 어린 자녀들을 혼자 놔두고 수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보행기 및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 등이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단계별 진행 한국어 수업

이주민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언어ㆍ소통 문제로 라함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글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한글교실 서비스 제공 대상자는 주로 이주여성이다. 우즈베키스탄ㆍ러시아ㆍ중국ㆍ베트남 등 다양한 국적의 여성들이 한글교실에서 한글을 배우고 있다.

라함에서는 총 6개의 반이 있다. 기역, 니은, 디귿 한국어의 가장 기본적인 자음과 모음을 배우는 자모반과 단어, 문장을 만들 수 있는 초급 1ㆍ2 문장과 그것을 독해 및 긴 문장으로 만들 수 있는 중급반 1ㆍ2와 외국인 노동자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어 자격증 토픽(TOPIK)을 배우는 고급반으로 구성돼 있다.

`라함` 내 수업 교실.
`라함` 내 수업 교실.

6개 반으로 나눠져 학생들 간의 다툼이나 집단 행동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안영 대표는 "10년 동안 센터를 운영하며 학생들끼리, 선생님과 학생간의 다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단계별로 수업을 진행하기에 있을 수 있는 일로 학생들은 서로의 실력을 비웃지 않고, 선생님들은 어떻게 하면 위 단계의 반으로 올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더 노력하는 서로를 위한 모습과 함께 1년에 총 2번 반마다 테스트를 치고 선생님들이 생각하는 커트라인을 넘는 학생들은 반을 옮길 수 있는데, 이것도 매우 치열하기에 학생들의 불타오르는 학구열이 싸움이 없는 센터로 만드는 것에 한몫하고 있다.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세심하게

라함 한국어 교실이 가진 특징은 바로 아침 일찍 수업한다는 점이다. 다른 다문화지원센터에서는 생업에 종사하는 이주민들을 위해 오후에 수업하는 경우도 있지만, 라함은 임신하거나 아이를 데리고 한국에 오는 결혼이주여성, 직업을 찾기 위해 공부를 하는 이주여성들을 위해 차량 운행 및 점심 및 간식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아이들이 어린이집, 학교를 보낸 후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오전 10시부터 12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 한국어 공부를 진행하고 그들이 이후 다시 가정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불가피한 상황, 일을 시작해 갑자기 수업에 들어오지 못하더라도 마음껏 들어올 수도 있고 나갈 수도 있는 다시 돌아와도 따뜻하게 맞아주는 `한국에 있는 친정`이라는 개념으로 아기들을 맡기고 장을 보러 가는 등 한국어 수업 외에도 요리 수업, 더 나아가 육아ㆍ교육까지 배울 수 있는 이주여성들을 위한 세심한 면모가 눈길을 끈다.

안영 대표는 "한국에서 태어난 2세대들은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지만, 부모들이 언어ㆍ문화적 문제를 겪으면서 2세대가 정서적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또, 다문화 2세대를 위한 제도가 있어도 한국어를 전혀 몰라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부모들이 많다"며 "엄마가 먼저 자신감을 가져야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이를 위해 `엄마 교육` 등이 필요하기에 라함에서 이주여성들을 도울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이주민문화센터 라함은 김해시 분성로 317번길 7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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