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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ㆍ청시대의 역학자 ②
명ㆍ청시대의 역학자 ②
  • 경남매일
  • 승인 2022.08.24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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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연구가 이 지산

명대 중기에 왕양명의 심학(心學)이 발흥하자 역에 유입하여 혼재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고반룡의<주역이간설>은 심학으로 역을 해석했고, 초힁의<역전>과 방시화의<역인>은 불경과 선학으로 역을 해석했다. 이때 특별한 저작물이 출간되었는데 이지(李贄:이탁오)의 <구정역인(九正易因)>과 당학징(唐鶴徵)의 <주역상의>이다. 기인으로 불렸던 이지는 24년간 역을 연구해 <구정역인> 2권 8책을 지었다. 그는 하늘이란 만물 가운데 하나의 품물(品物)이며, 건원(乾元)이 크다면서 자연변화가 바로 물질운동의 필연적 결과임을 확인했다. 이지는 인간의 주관적 노력이 객관세계의 파악을 위해서 갖는 변증법적 관계를 인식했다. 이지사상의 핵심은 세상 모든 품물은 각각 하나의 건원을 갖추고 있다는 명제 하에 만물의 통일체가 하나의 건원이라고 보았다. 즉, 각 품물마다 모두 건괘(乾卦)가 말하는 변화의 본질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자 등 성인의 학설만이 지고지선이 아니라고 하면서 유자 중심의 학설을 극력하게 비판했다. 그의 주장이 실린 책이 <분서(焚書)>로 생전에 판금되고 사문난적으로 몰려 <사고전서총목제요>에도 등재되지 않았다.

당학징은 <주역상의> 4권과 <주역합의> 2권을 저술했다. 그의 주저인<주역상의>는 상(象)으로 리(理)를 밝힐 것을 주장했다. 이 책에는 역(易)을 읽는 방법 6조가 실려 있다. 1). 역을 공부하려면 상(象)과 리(理), 단(彖), 효(爻)를 함께 보아야 한다. 2). 상괘와 하괘를 반드시 나누어 보아야 한다. 3). 하나의 괘에는 반드시 주효(主爻)가 있다. 4). 호괘(互卦)는 가장 관계가 깊다. 5). 도체(倒體:전도)도 역시 관계가 있다. 6). 각 괘마다 대의(大意)가 있다. 위의 6가지 내용은 학역 초심자들이 반드시 숙지해야 할 역해석의 기준이 된다. 당학진의 역 철학은 유물론적 색채가 농후하다. 그는 기(氣)가 만물의 시원일 뿐만 아니라 만물이 존재하는 보편적 형식이라고 보았다. 또한 마음과 신체의 관계에 대해 `몸이란 마음을 둘러싼 성곽이다. 몸의 굴신은 아주 작은 것까지도 모두 마음으로부터 명령받는다. 몸을 그치게 하면(행동을 멈추면) 마음은 반드시 그 성곽 안에 멈추어 있어야 한다. 마음은 결코 바깥으로 내달리는 법이 없으니 재앙 또한 없게 된다.`고 했다. 이는 왕양명의 심학체계에 대한 정면반박으로 그의 소박 변증법 사상의 차별성을 말해준다. 그밖에 양작의<주역변록>, 장헌익의<독역기문>, 반사조의<세심독역술>, 채중립의<독역차기>, 진조염의<역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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