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5:52 (토)
명예훼손죄에 관한 최근 판례 동향
명예훼손죄에 관한 최근 판례 동향
  • 김주복
  • 승인 2022.08.24 22: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주복의 법률산책변호사
김주복 변호사

형법 제307조 이하에서는 명예에 관한 죄를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다. 명예에 관한 죄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충돌을 조화롭게 해결하는 방법으로써 효용가치가 있다.

즉, 명예에 관한 죄의 성립을 너무 폭넓게 인정하면, 타인에 대한 이유 있는 비판마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어 건전한 여론 형성이나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할 위험이 크고, 반면에 너무 좁게 인정하면, 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인간의 존엄성에서 파생되는 인격권을 침해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양자를 조화를 구현해야만 한다.

최근에,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의 성립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표현의 자유를 더 많이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잇따라 선고하고 있다. 즉,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서 공연성이나 비방의 목적은 엄격하게 해석돼야 하고, 위법성 조각 사유로서 형법 제310조의 공공의 이익은 완화된 해석을 하여 표현의 자유를 보다 넓게 인정하겠다는 취지이다.

그 판례들을 살펴본다.

①(대법원2022도8336판결) 어느 집합건물 관리자이던 김씨 부부는 누수 문제로 아랫집 거주자 이씨로부터 공사 요청을 받자, 공사가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씨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여러 번 `박씨 가족이 누수 공사 협조 대가로 과도한 요구를 하고 욕설을 했다`고 말하는 등 공사 지연 이유를 집합건물 임차인인 박씨 가족 탓으로 돌렸다.

이에 대해 박씨 가족의 고소로 김씨 등은 박씨 가족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 등은 1심법원과 2심법원에서 각 벌금 200만 원을 선고 받았으나, 대법원은 `문제의 발언이 김씨 등이 이씨에게 박씨 가족의 협조 미흡으로 공사가 지연되는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므로 이 같은 발언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나 그 고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②(대법원2022도4171판결) 최씨는 지난 2019년 1월 초순 경 고교동창 10여 명이 참여한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정씨가 내 돈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감방에서 몇 개월 살다가 나왔다. 집에서도 포기한 애다. 너희들도 조심해라`라는 메시지를 올려 정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법원과 2심법원은 최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다만 사안이 경미한 점 등을 고려해 벌금 5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으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논거로 최씨에게 정씨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는 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게시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고, 채팅방 참여자들이 같은 고교 출신의 동창으로 특정한 사회집단으로 볼 수 있으며, 이 사건 게시글은 채팅방에 참여한 고교 동창들로 구성된 사회집단의 이익에 관한 사항으로 볼 수 있고, 최씨는 다른 동창생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려는 동기와 목적을 가지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③(대법원2020도8421판결) 윤씨는 지난 2017년 11월경 어느 병원 정문 앞길에서, 자신이 이 병원에서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하다 사망한 환자의 아들이라며, 담당의사인 문씨를 비난하는 전단지를 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윤씨가 돌린 전단지에는, 문씨가 `최초 수술한 병원은 돌팔이 의사가 수술한 것이 운이 좋아 살았고, 자신이 수술하다 죽은 것은 재수가 없어 죽었다`는 막말을 했다는 취지의 문구와 수술경과 모습이 촬영된 사진이 게재되어 있었다.

1심법원과 2심법원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형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논거로 윤씨의 행위에 형법 제310조의 공공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단지는 윤씨가 의료사고로 사망한 환자의 유족으로서 문씨와의 면담 과정에서 실제 경험한 일과 이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 평가를 담고 있고 주요부분에서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이는 문씨에게 의료행위를 받으려는 환자 등의 합리적인 선택권 행사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정보로서 공적인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으며, 윤씨의 주요한 목적은 다른 의료소비자에게 문씨의 자질과 태도에 관한 정보나 의견을 제공하는 취지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