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7:28 (금)
자세히 보면 더 매력적인 밀양
자세히 보면 더 매력적인 밀양
  • 원종하
  • 승인 2022.08.23 2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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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문화재 야행 행사`서 여유 즐겨
영남루 주변 야경ㆍ야로 등 8개 주제
지역 인물ㆍ스토리 콘텐츠 등 `눈길`
시민 자부심ㆍ지역애 체감하는 시간
밀양 가치 경남 전역에 퍼지길 기대

 

원종하 인제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원종하
인제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지난 주말 김해에서 가까운 밀양을 다녀왔다. 아침부터 비가 내려 저녁에 있을 행사를 걱정했는데 마침 비가 그쳐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당도한 밀양 강변, 습도 덕에 조금은 후덥지근한 더위를 느꼈지만 이열치열 밀양돼지국밥 한 그릇으로 더위를 이겨내고 행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조금 남아 영남루와 밀양강 주변을 거닐며 모처럼 여유를 가졌다.

저녁 7시 쯤부터 이곳저곳에서 몰려드는 사람들의 소리가 나고 멀리서 음악 소리가 들리더니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듯 분위기가 느껴졌다. 밀양강 주변 하늘에는 깃발이 펄럭이고, 영남루 주변의 숲과 바람과 물과 빛이 제각기 준비를 마치고 시작을 기다리는 듯 하는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올해로 세 번째 경험하는 밀양문화재 야행 행사다. `밀양 도호부 천년의 얼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야경과 야설, 야로 등 8개의 소주제별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한여름 밤의 더위를 에어컨이라는 기계에 의지하며 닫힌 공간에서 보내는 시민들을 열린 자연과 옛 조상들의 얼과 문화에 푹 빠져 더위를 잊게 하는 시간이었다. 시민들을 과거의 밀양이라는 공간으로 이동하게 하여 잠시만이라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맛을 보고 발로는 걷게 하였다. 천 년 전 한여름 밤의 마실이다. 영남루 맞은편 남쪽 강변 넓은 잔디밭 위에는 가족과 연인 단위로 텐트를 치고 문화행사와 함께하면서도 제각기 자유로움과 여유가 있어 보이는 시민들의 얼굴에는 작은 행복감이 묻어나 보였다. 나태주 시인의 표현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풀꽃이 바로 밀양임을 체험하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민족의 얼이 서린 고장, 역사와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고장,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이 만나는 그곳, 그런 까닭에 풍요롭고 살기 좋은 곳으로 선택받은 밀양. 대한민국의 한 축인 영남인의 한과 기질이 담긴 아리랑의 고장 밀양. 많은 유무형의 스토리를 담고 있는 밀양이 이제 다시 영남권의 옛 명성을 되찾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비상의 준비를 끝낸 것이리라. 다양한 체험 부스와 공간과의 연결, 지역의 인물과 스토리와의 만남 등 각종 지역적 콘텐츠들만의 고유성과 시민들의 욕구를 잘 반영한 이번 행사는 관계자의 세심한 배려와 기획력을 엿볼 수 있었다. 시민의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지역을 더 사랑하게 하는 행사였다. 많은 콘텐츠를 이제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하느냐가 관건으로 남아있긴 하다. 문화자원을 관광자원화하여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것인가. 밀양만의 고유함과 독창성을 가지고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밀양다움을 통한 밀양의 가치를 전파하는 것이다.

즉, 킬러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것인데 그 시작은 밀양다움을 바탕으로 역사와 문화라는 스토리텔링의 옷을 입혀 기술과 연계한 다양한 디바이스로 연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연결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의 축적이 필요할 것이다. 킬러콘텐츠는 과정에 의해 생겨나는 결과물이다. 쉽고 단순하고 재미와 의미를 담아내는 밀양의 이야기가 담장을 넘어 경남 전역을 넘어 전 세계에 울려 퍼지는 날을 기대해 본다. 함께한 아내는 돌아오는 길에 문화 혜택을 누리는 밀양에 살고 싶다며 오늘의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볼수록 매력을 느끼는 밀양의 재발견이 소확행의 시작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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