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8:09 (수)
효행은 만복의 근원
효행은 만복의 근원
  • 도명스님
  • 승인 2022.08.22 2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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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 스님 <br>여여정사 주지ㆍ(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도명 스님
여여정사 주지ㆍ(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세상 모든 사람은 자기 복의 정도에 따라 태어나 살아가다 죽는다. 그래서 태어나는 나라는 물론, 어떤 집안에 나서 어떤 부모와 형제를 만나는가 또한 자신의 복만큼 인연하게 된다. 복의 유무는 심지어 동물들에게까지 미치며 복 있는 반려견이나 동물들은 주인으로부터 아낌없는 사랑을 받으며, 아주 박복한 사람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대우를 받기도 한다.

인생에서 이렇게 중요한 요소인 복이 그 결실을 맺으려면 복의 씨앗을 심는 터전이 필요한데, 그것을 복밭(福田)이라고 한다. 불가에서는 복을 지을 수 있는 여덟 가지 바탕을 `팔복전`이라 하며 부처님, 성인, 스님, 화상(和尙), 스승, 아버지, 어머니, 병자를 말한다. 여덟 가지 복밭에는 덕이 높고 깨달음을 얻은 성자들뿐 아니라 부모님과 병자도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효는 백행(百行)의 근본`이라 하여 부모님을 잘 모시는 것을 가장 소중한 덕목으로 여겼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은혜를 아는 사람이며 그러한 이는 인간으로서의 올바른 근본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부모의 은혜를 갚는 방법은 살아생전에 갚는 방법과 돌아가시고 나서 갚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살아계실 때 갚는 방법은 부모님의 뜻을 잘 따르고 좋은 음식과 안락한 처소에 모시며 때때로 용돈을 드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이런저런 사정으로 자식 된 도리를 못 했다면 돌아가신 부모님을 위해 49재나 천도재를 해드리는 방법이 있다. 얼마 전 절집에서 1년 중의 큰 행사인 백중(百中)이 있었다. 이때 불자들은 돌아가신 부모님과 형제자매 그리고 인연 있는 영혼들을 모셔서 정성스러운 음식과 진리의 법문을 통해 영혼들을 위로하고 깨우쳐서 극락세계로 인도하게 한다. 이렇듯 부모님 생전 못다 한 효도를 사후에 해드리는 것도 좋지만 보다 나은 방법은 생전에 마음을 다하는 것이다.

부모님의 은혜를 갚는 시작은 키워준 노고를 잊지 않는 마음이 그 근본이 된다. 부모님의 은혜를 잠시 망각한 자식에 대해 전해오는 옛이야기인데, 지금은 입적하신 하동 쌍계사 조실 고산 큰스님의 법문 내용을 인용하였다.

옛날 깊은 산골에 나이 많은 영감님과 젊은 아들 부부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 손자가 살고 있었다. 영감님이 아내는 사별한 지 오래였는데 이들은 화전을 일구며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비록 살림살이는 넉넉지 않았지만 아들 부부는 홀로된 아버지를 정성껏 봉양하였고 아버지도 아들 부부를 위해 집안일을 열심히 거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은 볼일이 있어 장에 가고 시아버지와 며느리는 고개 너머에 있는 콩밭을 매러 나갔다. 둘이 한참 밭을 매던 중 한여름 무더위에 그만 시아버지가 더위를 먹고 쓰러지게 되었다. 놀란 며느리는 시아버지를 부축하여 나무 그늘에 뉘었으나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무더위와 갈증으로 쓰러졌기에 물을 드리려고 찾으니 깜박하여 물통을 잊고 온 것이었다. 물을 가지러 집으로 가기에는 길이 너무 멀었고 주위에는 샘이나 물을 구할 수도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며느리는 궁여지책으로 시아버지 입에 자신의 젖을 물려 주기 시작했다. 의식이 가물거리던 시아버지는 무의식적으로 젖을 빨았고 잠시 후 정신을 차리게 되어 회생하였다.

그런 후 저녁때가 되어 장에서 돌아온 아들과 함께 밥을 먹다가 영감님은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오늘 며느리가 아니면 큰일 났을 거라며 아들에게 말했다. 순간 아들은 얼굴색이 어두워지며 `그래도 그렇지 아버지가 내 마누라 젖을 먹다니`하는 마뜩잖은 표정을 지었다. 영감님은 아들이 며느리에겐 `당신 잘했소` 하고 칭찬하고, 자신에겐 `아버지 이젠 괜찮으신지요`라고 위로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들의 퉁명스런 태도에 영감님은 무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괘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밥숟갈을 탁하고 내려놓더니 "야 이놈아, 내가 목숨이 위태로워 너의 아내 젖 좀 먹었거니로서니 이런 태도를 보이다니, 이놈아 너는 내 마누라 젖을 몇 년간 먹었으니 이제 그 값을 내놔라!"하고 호통을 쳤다. 순간 아들은 자신의 경솔함을 깨닫고 아버지께 백배사죄하였고 전보다 더 서로를 살피며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부모은중경에는 어머니께서 젖을 주신 은혜가 나온다. 경에는 자식이 어머니로부터 여덟섬 너말이나 되는 젖을 먹고 자란다고 하니 어머니의 진기(眞氣)를 얼마나 손상시켰겠는가. 여성의 골다공증은 그냥 생기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또한 가족을 부양하는 아버지의 노고와 은혜도 어머니와 다르지 않다. 키워준 부모님의 은혜를 잊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고 만복의 근원이다. 오래전 불볕 무더위에 콩밭을 매던 부모님이 생각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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