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06:21 (수)
나만의 `웰다잉`
나만의 `웰다잉`
  • 김병기
  • 승인 2022.08.16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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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br>가락시종친회 사무국장
김병기
가락시종친회 사무국장

죽고 사는 것이 남의 일이라 애써 치부하며 살았다.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길이라는 것을 알기에 막연한 두려움에 남의 일이라 치부한 것이다. 40년을 함께 한 친구들이 올해 들어 2명이 병마에 무너졌다. 잘못한 것이라곤 열심히 산 죄 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내가 죽으면 어디로 갈 것인가? 새벽에 일어나 가만히 생각하면 알 수 없음에 절망한다. 온 곳이 있다면 갈 곳도 있음이 인지상정인데 답답하기만 하다.

유언장 작성을 묻는 종친에게 조심스럽게 응대한다. 살만큼 살았음을 감사하며 어차피 죽으면 썩는 육체를 대학병원에 기증하고 하루, 한 번이라도 남을 배려하기를 조언했다.

요즘 들어 날씨가 참말로 요란하다. 좁은 땅이라 했는데 중부지방은 물난리로 남부지방은 가뭄으로 고통을 받는 가운데 잠잠하던 코로나도 확산에 심상치 않다. 누군 현재 우리의 처지가 매우 염려된다고 한다. 세계의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한복판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 타기에 말이다. 거기다 화합을 잊은 채 서로의 주장만을 내세우며 민생을 외면하고 있는 정치인의 모습에 누굴 원망해야 하는지를 잊은 지 오래다.

80년도 경찰에 투신하여 평생을 경찰로 살다 최근에 정년퇴직한 동기가 건강보험공단에 상담직 계약을 맺고 근무하고 있어 마침 지나가던 길이라 찾았다. 나이 들면 어쩔 수 없다며 미리 준비해야 늦지 않다면 `웰다잉`에 대한 소식지를 주었다.

열린 마음에 `웰다잉`을 생각하다가 문득 얼마 전에 읽은 `명줄`이라는 수필이 생각났다. 아등바등 자식만을 바라보며 열심히 살다가 누운 병원에서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자식들의, 말을 듣는데도 의료장비를 거두었고 그렇게 11일을 버티다가 죽음에 누구를 원망할지? 그저 가슴만 먹먹하다

내가 죽으면 묘비에는 무엇이라 쓸까? 부모님 산소 아래 낮은 봉분을, 봄이면 산새 소리에 아카시아꽃 향기가, 여름이면 매미 소리에 비 오는 소리, 가을이면 잘 익은 단감 향내에 풀무치 뛰노는 소리, 겨울이면 달빛에 출렁이는 낙동강 물을 마음껏 보면서 아프지 않게 적당히 놀면서 잘 챙겨 먹고 진짜로 친한 친구 서너 명과 둘레길도 걷으며 그동안 쌓은 업을 하나하나 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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