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을 내다보자 18
나라 밖을 내다보자 18
  • 박정기
  • 승인 2022.08.1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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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장군, 사령관이 저 사람들이라고 하면 영이 서겠냐?` 링컨이 한마디 할 법한데, 링컨도 덤덤한 표정이다. 공식 명칭을 무시하고, 군의 최고 책임자란 사람이 대통령한테 반란군을 `도즈 피플`(Those people)이라고 부른다.

키다리 링컨은 지긋이 장군을 내려다볼 뿐. 그런데 다음 대통령의 발언은 정말 경천동지할 말이었다. "그 사람들, 그냥 보내요.", "그냥이라뇨?", "그냥 보내라고 하였소.", "그럼, 그저 집으로 보내란 말씀입니까" 링컨은 말이 없다. 잠깐이지만, 그랜트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래? 대통령의 생각도? 그러나 그랜트는 짐짓 정색하고 묻는다.

"군에는 엄연한 군법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모두 집으로 보내주라 하였소." 그런데 그랜트의 대답이 또 걸작이다. "알았습니다." 알았다니! 반란군이고 역적이고 모두 용서하겠다는 말인가? 북군 총군사령관이란 사람이!두 거인의 마음은 이심전심이었다.

실제로 애포머톡스에서 남군의 리와 북군의 그랜트가 만났을 때, 좀 어색하긴 했어도 패전 장군과 승자의 대면이라기보다 두 신사의 위엄 있는 상면이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서로를 존중하면서, 신사다운 위엄과 인격이 존중되는 가운데 항복문서를 주고받았다. 우리 상식으로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 그날 애포머톡스에서는 실제로 일어났다.

처칠의 회고록을 보면 그날의 두 장군의 극적인 상봉을 수려한 문장으로 재현하고 있다. 그는 그날의 사건을 역사에 남을 인간 승리라고 극찬하고 있다. 승자의 관용, 패자의 위엄이 존중되면서 일대 전쟁의 막을 내리게 한 것은 두 장군의 승리일 뿐만 아니라 인간승리라고 예찬하였다. 남군 사령관 리는 반란군의 현직 사령관이다. 반란군 보스는 군법에 따라 처단되는 게 군율이다. 남군에 리만 없었으면 전쟁은 길어도 2년은 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만 4년을 끌었다. 2년만 싸웠어도 전사자는 반으로 줄었을 게 아닌가.

리는 이래저래 용서받을 수 없는 적장이다. 총살형 감이다. 당연히 거처야 할 군법회의는 고사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 친선경기를 마친 것도 아니다. 남북이 총력을 기울여 4년이나 싸웠다. 리는 젊은 생명 60여만 명을 희생시킨 전범이다. 그런 리 장군은 대학 총장으로 천수를 다했다. 죽을 때까지. 남부의 국민적 영웅 대접을 받았다.

버지니아의 렉싱턴에 가면 그가 재직했던 워싱턴-리대학이 있다. 대학 이름도 리가 부임하면서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워싱턴-리 대학으로 바뀌었다. 부하들도 누구 하나 다치지 않고 귀향했다. 병사들은 자기가 타고 다니던 말까지 덤으로 받아 갔다. 항복하던 날, 그랜트가 인심을 베풀어 장교들은 무기를 갖고 가도록 허락하자, 리가 병사들이 장차 농사일을 위해 말이 필요하다고 그랜트에게 부탁해서 이루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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