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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대표자 등의 가지급금ㆍ형사법적 문제
법인 대표자 등의 가지급금ㆍ형사법적 문제
  • 김주복
  • 승인 2022.08.10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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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의 법률산책
김주복의 법률산책변호사
김주복 변호사

가지급금이란, 현금지급은 이루어졌으나, 그 현금이 어떤 용도로 쓰일지 몰라 회계 처리상 계정과목(용도)을 명시하지 않고 있는 지출금을 말한다. 편의상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①대주주, 임원 등 법인특수관계자에게 용도지정 없이 지출되는 `업무무관련형`과 ②직원출장비, 업무추진지 등과 같은 `업무관련형`이다. 업무관련형은 일단 가지급금으로 처리되더라도 업무종료 후 곧바로 계정과목을 지정하여 소멸되나, 업무무관련형은 주로 법인의 자금유용 수단으로 이용되므로 상당한 기간 동안 가지급금으로 남게 된다. 회계처리상 계정과목(용도)을 대부분 `대여금`으로 처리한다.

실무상,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의 자금을 가지급금 형식(위 두 가지 유형을 불문)으로 임의로 사용했다가 업무상 횡령으로 고소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에는 업무상횡령죄의 구성요건 중 `불법영득의사`가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불법영득의사란, 다른 사람의 재물을 불법적으로 취득하려는 의사를 말한다. 즉, 다른 사람의 재물을 취득하려는 고의성이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2006도 8796판결 등)은 `횡령죄에 있어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그 임무에 위배하여 자기가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 소유물과 같이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므로,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고 판시한다. 예를 들어, 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자금을 비자금으로 조성해서 자신의 개인이 목적으로 사용했다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만, 비자금을 사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출장비나, 접대비 등 회사 경영을 위해 사용했다면, 불법영득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어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는지를 사례를 통하여 살펴보자. 먼저,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한 사례로는, 주식회사는 주주와는 독립한 별개의 권리주체로서 회사와 주주 사이에 그 이해관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회사의 자금을 회사의 업무와 무관하게 주주나 대표이사 개인의 채무 변제, 증여나 대여 등과 같은 사적인 용도로 지출하였다면 횡령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고, 이는 1인 회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판결(대법원2005도741), 회사의 대표이사 혹은 그에 준하여 회사 자금의 보관이나 운용에 관한 사실상의 사무를 처리하여 온 자가 회사를 위한 지출 이외의 용도로 거액의 회사 자금을 가지급금 등의 명목으로 인출, 사용함에 있어서 이자나 변제기의 약정이 없음은 물론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아니하는 것은 통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대표이사 등의 지위를 이용하여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로 대여, 처분하는 것과 다름없어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는 판결(대법원 2003도135)이 있다.

반면, 불법영득의사를 부정한 사례로는, 회사에 대하여 개인적인 채권을 가지고 있는 대표이사가 회사를 위하여 보관하고 있는 회사 소유의 금전으로 자신의 채권의 변제에 충당하는 행위는 회사와 이사의 이해가 충돌하는 자기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승인 등의 절차 없이 그와 같이 자신의 회사에 대한 채권을 변제하였더라도 이는 대표이사의 권한 내에서 한 회사채무의 이행행위로서 유효하며, 따라서 그에게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인정되지 아니하여 횡령죄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대법원98도2296). 회사 자금을 가지급금의 형태로 지속적으로 인출한 내역이 있으나 이러한 자금이 회사 계열사의 운영 자금으로 투입된 사항이 입증된 사례, 회사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표이사가 개인 자금으로 회사에 일정 금전을 빌려주고 이를 회사로부터 되돌려 받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가지급금 형태로 대표이사에게 지급이 된 사례 등에서, 회사 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보아 업무상횡령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다수 있다.

가지급금으로 인해 업무상 횡령죄의 혐의를 받고 있다면, 횡령죄의 주관적 구성요건(불법영득의사) 성립여부를 면밀히 따져 법적 분쟁에서 충분히 대응해 볼 수 있다. 가지급금이 앞서 구분한 유형 중 ②업무관련형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는 사실을 주장, 소명하여야한다. 즉, 해당 가지급금은 회사 운영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일 뿐, 대표이사 또는 자금 관리자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된 것이 아님을 주장, 소명함으로써 혐의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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