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2:31 (토)
할 말 잃게 만든 김해 고인돌 유적 원형 훼손
할 말 잃게 만든 김해 고인돌 유적 원형 훼손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2.08.09 2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세계 최대 규모의 김해시 구산동 고인돌(지석묘)복원 사업 도중 훼손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다른 일도 아닌 문화재를 복원하는 사업을 벌이면서 유적을 무참하게 훼손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 발생에 할 말을 잃게 한다. 더욱이 가야왕도인 김해 곳곳에 문화재가 산적해 있는 김해시에서 문화재 원형 훼손이라는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에 분노가 치민다. 이번 고인돌 원형 훼손 사건은 역사문화 도시를 자부하고 있는 김해시가 오랫동안 쌓아온 문화와 역사, 전통, 심지어 정체성까지 김해시의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아 당혹스럽고 허탈하다. 이번 김해 고인돌 훼손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대 사건이다. 역사문화 도시를 자부하고 있는 김해시조차 문화재 복원 사업의 상식을 거슬러 유적 원형 훼손이라는 참사를 빚은 것은 국가나 지자체가 문화재를 바라보는 시선의 정도와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문화재 복원을 그저 토목공사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는 지자체와 복원 공사업체의 비상식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 준 하나의 사례다.

김해 고인돌 묘역은 경남 기념물 280호로 지난 2007년 택지개발사업 과정에서 발굴됐다. 상석 무게만 350t에 이르고 고인돌을 중심으로 한 묘역은 1615㎡에 달해 세계 최대 규모의 고인돌로 추정되고 있다. 김해시는 발굴 당시 지석묘 규모가 너무 크고 예산 확보 등이 어려워 다시 흙을 채워 보존했다. 이후 김해시는 해당 구역에 대해 국가사적 지정을 추진하면서 문화재 전문 보수업체에 시공사로 선정해 지난 2020년 말부터 고인돌 복원ㆍ정비사업을 벌여왔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지난달 29일 정비사업 과정에서 자석묘가 훼손됐다는 민원이 접수됐다고 한다. 고인돌의 사적 지정을 위한 예비 조사 차 유적지를 찾은 문화재위원회 매장ㆍ사적분과 위원들이 현장을 시찰하다 유적의 무단 훼손을 목격하고 문화재청에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지난 1일 김해시에 공사 중지 명령과 함께 사실 확인을 위한 자료를 요구한 뒤 같은 달 5일 문화재청 직원과 관계 전문가들을 파견해 현장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무덤의 대형 덮개돌인 상석 아랫 부분의 박석을 비롯한 묘역 대부분을 갈아엎은 사실을 확인했다.

고고학자들 사이에서는 고인돌 묘역은 김수로왕의 나라인 가락국 탄생의 비밀을 밝힐 단서로 여겨지는 중요한 유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훼손으로 고인돌의 핵심인 묘역이 어떤 방식으로 축조됐는지 등을 밝힐 중요한 자료가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특히 묘역 아래층 지하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청동기 시대 집자리나 유물도 공사 과정에서 상당수 부서지거나 뭉개졌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지자체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 부족과 공사업체의 무지로 소중한 문화유산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번 참사로 역사문화도시 김해시의 체면은 구겨질 때로 구겨졌다. 공사 과정에서 위법한 훼손 행위가 확인되면서 문화재청이 법적 조치에 나서자 김해시는 지난 8일 문화재청에 국가사적 지정 신청 철회 통보를 했다고 한다. 14년 만에 문화재 복원에 나섰으나 국가사적 지정 신청 7개월여 만에 물거품이 됐다. 여기에다 유적 정비작업을 위한 현상변경 허가를 내준 경남도문화재위원의 권고도 왜곡해 김해시 유적복원사업은 망신살만 뻗치게 됐다. 이 모든 잘못이 김해시만의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통감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