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1:59 (금)
초밥과 칼
초밥과 칼
  • 김제홍
  • 승인 2022.08.04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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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br>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초밥`이란 식초를 혼합한 밥에 해산물, 고기, 야채나 계란을 얹어서 먹는 일본의 대표 음식이다. 초밥을 취급하는 초밥레스토랑이 전 세계적으로 15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초밥에서 위에 올리는 재료 부분을 `네타(ネタ)`, 아래의 밥을 `샤리(しゃり)`라고 한다. 네타는 주로 날생선이 많이 사용되지만 세계 각국에서 현지화를 위해 여러 가지 재료를 얹곤 한다. 초밥의 일본어 명칭 すし(`스시`)는 `(맛이) 시다`라는 뜻의 일본어 酸し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사실 초밥의 발상지는 일본이 아니라 농경문화가 발달된 동남아시아로 알려져 있다. 일본 에도 시대 중기에 와서는 쌀 식초가 일반화되어 발효시킬 필요 없는 인스턴트 스시가 탄생했다. 본래 서구에서는 생선을 날로 잘 먹지 않기에 초밥은 세계화에 불리했다. 그러나 1980년대 경제 대국이 된 일본은 적극적인 문화 마케팅과 일식의 고급화를 추진했고, 할리우드는 돈 많은 일본시장을 노려 일본 문화를 영화화하는 노력의 결과, 어느듯 서양인들에게 `초밥은 상류층들의 음식`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현재 구미권의 초밥 붐은 서양의 날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이긴 것이라기보다는 그들이 잘 먹는 연어나 쇠고기 등을 이용한 현지화된 초밥을 퍼트린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일식집에 들어가 보면 쇠고기뿐 아니라 치즈나 과일들을 이용한, 보기에 민망한 초밥들도 많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초밥은 단연 연어와 스시롤(Sushi Roll)이다. 미국에서 탄생한 스시는 캘리포니아 롤과 필라델피아 롤이 있다.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일본인들이 캘리포니아에서 많이 재배하던 아보카도를 얹은 초밥이 캘리포니아 롤이고, 필라델피아에서 크림치즈와 오이를 넣어 만든 것이 필라델피아 롤이다.

미국인들에게 `김`은 바다의 잡초(Seaweed)라 하여 거부감이 많았으므로 초창기에는 항상 김과 밥을 뒤집어 말아 누드김밥 형태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게 도리어 미국식 스시 롤의 상징이 되었다. 일본이 전 세계에 초밥문화를 보급하면서 함께 성장한 것이 `칼`시장이다. 초밥집 주방장들은 대부분 일본산 회칼을 사용한다. 손질하고자 하는 생선의 종류에 따라 형태와 두께가 다르며, 그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대부분 칼날이 편삼각형의 단면구조를 가진다. 오른손잡이가 주로 사용하는 우수도는 칼날의 왼편은 평평하고 오른쪽에 각도(15~20도)가 있다. 다루는 어종에 따라 칼이 달라지지만, 많이 사용하는 것 몇 가지 소개한다. 먼저 `데바(出刃)`는 회를 썰기 전의 준비단계인 생선 해체에 쓰는 칼로 두껍고 넓으면서도 짧은 날을 지니고 있다. `야나기바보초(柳刃包丁)` 버드나무 잎 같이 생겨 야나기(柳)라는 말이 붙었으며, 일반적으로 회칼이라면 이 칼을 말한다. 길고 얇아서 다듬어진 생선을 얇게 써는 역할을 한다. `후구히키보초(ふぐ引き包丁)`는 복어를 손질하는 칼인데 야나기바와 흡사하지만 칼이 훨씬 얇다. `우나기사키(うなぎさき)`는 장어 뼈를 자르고 손질할 때 쓰는 칼로 크고 무겁다. 야나기바의 경우 경도와 절삭력을 높이기 위해 탄소함량을 높이는데 탄소비율이 높을 수록 취성(脆性)이 강해져 충격으로 칼날이 쉽게 부러지고 녹이 잘 슬어 보관이 까다롭다. 고려와 조선시대의 환도(環刀)는 유물만 남아있는데, 사무라이를 상징하던 일본도가 수제 회칼로 되살아나 세계를 누빈다. 한류와 함께 K푸드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시점에서 조리법뿐만 아니라 음식에 깃든 문화와 음식 만드는 장비, 보관하는 장비까지 수출할 수 있도록 잘 기획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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