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4:49 (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이상한 특허 소송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이상한 특허 소송
  • 허성원
  • 승인 2022.08.02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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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br>대표 변리사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제5화를 보았다. 드라마는 평소 즐기지는 않지만, 이번 주제가 특허 분쟁에 관한 것이고, 내용에 몇 가지 오류가 있다는 말이 있어 일부러 찾아보았다. 초반에 젊은 시절 군 생활 했던 백두산부대가 잠깐 거론되어 깜짝 반가웠다.

이번 에피소드는 은행 ATM기 관련 두 경쟁사 `이화`와 `금강` 간의 특허 분쟁이다. 실용신안권자인 이화가 금강을 상대로 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강은 이화가 미국 전시회에서 공개된 제품의 도면을 베껴 등록받았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이화 담당자의 전시회 참관 사실을 증명하지 못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도산한 국내의 리더스라는 회사의 옛 제품과 이화의 실용신안이 일치한다는 주장도 하였으나, 이 역시 증거 부족으로 공허한 주장이 되고 말았다. 결국 이화가 승소하여 금강에 대해 침해금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졌다.

대사 중에 `출원`만으로도 실용신안권이 생기는 것으로 혼동하게 하는 표현이 있었다. 실용신안을 포함한 특허, 상표 등 지식재산권은 심사등록주의를 취하고 있어 `출원`만으로 바로 권리가 될 수 없다. 출원 후, 특허청의 심사관들이 등록요건을 갖추었는지 심사하여 등록 혹은 거절을 결정하고, 등록결정이 된 것에 한해 등록 절차를 밟으면 비로소 실질적인 실용신안권 혹은 특허권이 성립된다. 이에 반해 저작권은 심사나 등록 절차 없이 창작과 동시에 권리가 발생한다. 작가가 이 점을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한 가지 어색한 장면은, 이화의 개발 담당자가 미국 전시회에 참관하였는지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숨기려는 공방 모습이다. 전시회에 출품된 제품을 개발자가 실제로 보고 베꼈는지를 따지려는 것이다. 이는 심대한 넌센스다. 특허법 혹은 실용신안법의 법리를 아주 잘못 이해한 것이다. 특허 등을 등록받기 위해서는 발명(고안)이 신규하고 진보적이어야 한다. 이 신규성과 진보성은 절대적인 것이어서, 발명자가 그 선행기술을 알았는지 여부는 묻지도 따지지 않는다. 출원 당시에 어딘가에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특허를 저지하거나 무효로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금강은 이화의 발명자가 전시회에 갔는지를 따질 필요가 없다. 해당 공개 기술 자료만으로 실용신안의 무효 여부를 충분히 다툴 수 있었다.

정작 이 드라마에서 배워야 할 중요한 가르침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재판이라는 것은 진실을 규명하는 절차가 아니라는 점이다. 금강의 대표는 진실에 반하는 판결에 분루를 삼키고, 착한 우영우 변호사는 거짓으로 승소한 데 대한 양심의 저항에 힘들어한다. 이처럼 재판은 정의를 실현해주지 않는다. 당사자들의 주장이 증거 등에 비추어 옳은지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판결을 내릴 뿐이다. 그러니 언제라도 진실에 반할 수 있다. 실용신안이 출원 전에 이미 알려진 것임이 진실이었다 하더라도, 그 증거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그 주장은 공허하다. 그리고 분쟁 당사자는 대부분 진실보다는 유리함을 택한다. 때론 적극적인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소극적으로 숨기는 건 예사로 있는 일이다. 오로지 증거만이 진실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특허는 비즈니스 도구 혹은 비즈니스 전쟁의 무기라는 점이다. 무기가 얼마나 착한 것인지 얼마나 강한 것인지 물을 필요가 없다. 필요한 만큼 잠시라도 상대의 판단을 흐리게 하거나 방해하는 것만으로도 그 효용을 충분히 다할 수 있다. 이화의 실용신안권은 가처분을 통해 잠시 금강의 손발을 묶어두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였다. 그 사이에 이화는 이미 은행들과 계약을 모두 끝내버렸다. 뒤늦게 금강이 리더스의 옛 제품을 구해 와서 승소하여 가처분 결정을 번복시키지만, 비즈니스는 이미 완전히 이화 쪽으로 기울었다. 그게 비즈니스다.

`이익에 강한 자는 흉년에도 죽지 않고, 덕(德)에 강한 자는 삿된 세상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맹자의 말씀이다. 이화와 같이 특허제도를 잘 활용하여 경쟁을 리드하는 기업은 이익에 강한 기업이다. 기업의 덕은 강한 핵심역량이니, 덕에 강한 기업은 기술혁신력과 창의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세상이 혼란하여도 쉬이 흔들리지 않는다. 금강을 비롯한 모든 기업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다만 강한 기술력의 덕을 온전히 지키려면, 강한 특허 즉 이(利)의 도움이 필요하다. 결국 비즈니스의 성공은 이(利)와 덕(德)의 조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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