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남자(淮南子)를 논함
회남자(淮南子)를 논함
  • 경남매일
  • 승인 2022.07.3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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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방담<春秋放談>이광수소설가
춘추방담<春秋放談>이광수소설가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ㆍ행정가, 기업을 경영하는 기업가 등 수많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지식과 경험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다원화 사회가 되었다.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적과의 동침도 불사해야 하는 치열한 경쟁사회이다. 지금으로부터 3천여 년 전 중국춘추전국시대를 풍미했던 제자백가들은 다양한 정치사상과 학설을 주장하며 저술했다. 공맹의 유가, 노장의 도가, 한비자의 법가, 묵가, 음양가를 비롯한 여러 유파의 사상가들이 출현해 치국, 치세, 치민의 도를 강론하고 유세했다. 춘추전국시대는 가히 중국의 온갖 사상과 학문이 만개한 문예중흥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 저술한 각종 전적들은 오늘날 동양 사상을 지배하는 사회규범과 도덕률, 처세술로 계승 발전되어 뿌리내렸다.

<회남자(淮南子)>는 중국 한나라 초기 회남(淮南)지역의 제후였던 유안(劉安)이 그의 빈객 10명과 공동으로 집필한 잡가서(雜家書)이다. <회남자>는 노장의 무위사상이 인간의 능동적 행위를 전적으로 부정한 것과는 달리, 인간의 능동적 행위를 의도적으로 강조한 실천적 무위론(無爲論)이다. 한나라 때는 유가와 도가사상의 위세가 극성하여 감히 다른 학설은 이단으로 몰려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취급받았다. 이는 한고조 유방이 천하통일을 이룬 후 논공행상에 의해 유씨가문의 공신들을 제후국의 왕으로 분봉해 이반봉기를 차단함으로써 중앙집권제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회남자>에서 강조하는 주요 내용과 사상들을 보면 자연과 인간의 모든 현상을 기(氣)의 작용으로 이해하고 설명하는 기화우주론(氣化宇宙論)과 자연과 인간은 상호반응하고 감응한다는 천인감응설(天人感應說)을 주장했다. 또한 공적인 일에 개인적인 욕망을 개입시키지 않고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서 자연의 행세에 따라 능동적 행위를 중시하는 무위론을 주장해 노장의 무위자연설을 부정했다. 또한 사람이 보고 듣는 지각행위와 육신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운동행위, 사물의 흑백과 미추를 판별하는 인식행위 등과 같은 생명활동은 모두 형기신(形氣神)조화의 양생(養生)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회남자>의 실천적 무위자연 사상의 기술내용은 기존 제자백가의 저술과는 달리 체계적으로 편술되지 않고 다양한 사상과 지식을 한데 모아놓은 잡동사니 즉, 잡서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이런 시각은 반고가 지은 <한서> `예문지`에서 제자백가 어느 학파에도 속하지 않는 잡가(雜家)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여불위가 그의 빈객들과 함께 집필한 <여씨춘추(呂氏春秋)>와 그 맥을 같이 한다. 중국 청나라 건륭제가 칙령으로 편찬케 한 <사고전서총목제요>와 요약본인<사고전서간명목록> `회남자 21권`에도 그렇게 기술하고 있다.

<회남자> 21편의 소제(小題)는 원도, 숙진, 천문, 지형, 시책, 남명, 정신, 본경, 주술, 무칭, 제속, 도응, 범론, 전언, 병락, 설산, 설림, 인간, 수무, 태족, 요략이며, 소제순서대로 읽을 필요 없이 흥미 가는 대로 골라 읽으면 된다. 필자는 천문(天文)편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다. 맨 마지막 요략(要略)에서는 이 책의 저술목적과 내용들을 간략하게 기술해 놓았다. <회남자>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도덕률을 밝히면서 다양한 내용을 통해서 천하를 경영하는 사상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고금의 치란흥망(治亂興亡)과 화복의 이치, 세상에 떠도는 괴기한 일들까지 모두 담고 있으며, 그 문장들은 매우 풍부하고 유려하며 논리정연해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회남자>에서 강조한 핵심은 막힌 무위인 색이무위(塞而無爲)가 아닌 열린 무위인 통이무위(通而無爲)이다. 이는 인간의 현실적인 삶에서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행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으로 현대인들이 추구해야 할 적극적인 삶의 태도와 지향점을 제시해 주고 있다.

국가 통치자와 국민 개개인이 각자의 기본을 지키는 능동적인 행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자기 몫 챙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본연의 책무를 방기한 채 대립하고 갈등하는 자가당착에 빠져있다. <회남자>에서 말하는 적극적인 무위를 바탕으로 인재등용, 제도장치, 통치권 등의 구체적인 방법을 활용한다면 극대극의 국론분열을 화육(和育)하는 현실적인 대책 마련은 자명하다. 지도자는 무위(無爲)하되 따르는 자는 유위(有爲)한다는 황로사상(黃老思想: 도가사상과 제자백가사상의 융합)의 무위지치(無爲至治)로 난국지세를 기필코 타개해야 할 것이다. <회남자>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반고의 <백호통의>, 동중서의 <춘추번로>, 왕충의 <논형>, 소길의 <오행대의>, 여불위의 <여씨춘추>, 가의의 <신서>, 관중의 <관자>, 사마천의 <사기>, 반고의 <한서>, <노자> <장자>서를 병독해야 유익하다. 독자제위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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