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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조선총독 관저 모형 복원의 문제
옛 조선총독 관저 모형 복원의 문제
  • 경남매일
  • 승인 2022.07.2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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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동 전 영운초등학교장
이헌동 전 영운초등학교장

문화체육관광부가 옛 조선총독 관저로 쓰인 청와대 구 본관의 모형 제작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논란이 많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7월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업무보고에서 5대 핵심과제를 밝혔다. 이 중에 청와대 구 본관 터를 복원해 총독관저 모형 설립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1939년 조선총독부 시절 준공된 구 본관은 경복궁 후원 건물들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들어섰다. 이 건물은 미나미 지로ㆍ고이소 구니아키ㆍ아베 노부유키 조선총독과 하지 미군 사령관 관저로 쓰이다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경무대로 활용됐다. 윤보선 대통령 시절 청와대로 명칭이 바뀐 뒤 노태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집무했던 공간이다.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총독부 건물과 함께 철거하였다. 

식민사학 유풍의 역사교육으로 수탈과 탄압이 극심했던 조선총독부 통치 덕분에 근대화가 되었다는 인식을 지닌 사람들이 적지 않다. 독립운동가들이 대한민국을 이끌었으면 수탈과 탄압 없이 훨씬 근대화가 잘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하지 않는다.

해방 후 친일파 청산이 되지 못하여 식민잔재들이 정치와 군부, 경찰 등 제반 영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여 독립운동가들은 탄압을 받았다. 백범 김구 선생께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일제의 식민잔재들이 막았다. 그래서 식민잔재 청산이 되지 못하였다.

김영삼 대통령이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제거한 건물을 복원하는 의도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은 7월 22일 논평을 통해 "일본에 대한 저자세 외교도 부족해 관계 개선을 호소하는 선물이라도 보내려는 것이냐"라며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이런 계획을 세운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문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실제 건물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30년 전 모습을 관람객에게 안내하기 위해 작은 모형(미니어처)의 제작을 검토한 것임을 알려드린다"라고 해명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우선 청와대 구 본관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초소형 모형물(미니어처)을 제작하려는 것"이라면서 "1948년 이승만 전 대통령 이래 43년간 사용한 우리 대통령 집무실의 모형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람객 중 특히 2030세대로부터 1993년 철거된 옛 본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고 했다.

이용호 의원의 답변이 궁색해 보이는 것은 옛 본관 건물이 대통령 관저 이전에 조선총독의 관저로 사용된 것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려스럽게도 총독부 건물과 대통령 관저 철거 때 그것을 반대했던 사람들의 논리가 생각난다.

국민학교 명칭을 초등학교로 바꿀 때 국민이라는 좋은 뜻이 있는데도 쓸데없이 바꾼다고 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일본 천황에 충성하는 충량한 황국신민의 국자와 민자에서 따온 것이 국민학교 명칭이라고 해도 거부하는 교육자도 적지 않았다. 

식민사학 유풍의 역사교육 영향이다. 역사적인 연유를 제대로 배워서 알도록 해야 함에도 식민사학 유풍의 역사교육에서는 이런 것을 다루지 않는다. 교감 명칭이 식민교육의 잔재임을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에서는 가르치지 않았다.

식민교육을 현장에서 실현한 일본인 선생들에게 부여한 명칭이 교감인데도 아직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일본은 교감 명칭이 식민교육에서 사용하는 것이라서 교감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교두라고 한다. 

앞의 문재인 정부도 이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교감 명칭을 바꾸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조선총독부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이 홍익인간 말살인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역사 교과서에서 홍익인간이 사라졌다.

조선총독의 집무실이었던 사실을 기록하지 않고 대통령 집무실이었다는 사실만 기록하는 것은 올바른 역사서술이 아니다. 역사관이 잘못된 공직자나 정치인이 적지 않은 것은 식민사학 유풍의 역사교육으로 인한 것이다.

언론을 통한 국민토론이나 공청회 등을 통하여 충분한 국민 의견을 듣고 반영하여 추진해야 할 일이다. 반대하는 국민이 다수라면 추진하지 않아야 한다. 국민 혈세를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된다. 

추진이 되더라도 조선총독들이 있었던 곳이고 이 총독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를 기록하여 역사교육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일제강점기 말엽의 조선 총독들은 민족 말살 교육하고 강제징용과 징병, 위안부 강제 모집, 전쟁물자와 인력의 수탈 등 극심한 탄압을 하였다. 역사교육의 장이 되어야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긴 일이 정당화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 혈세만 낭비한 자가당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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