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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슬프지만 더 나은 미래 연다
변화는 슬프지만 더 나은 미래 연다
  • 경남매일
  • 승인 2022.07.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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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미로
김중걸  편집위원<br>
김중걸  편집위원

영화 `안녕, 시네마 천국`은 지난 17일 폐막한 제17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Y) 개막작으로 국내 첫 개봉 영화의 제목이다. 원제는 `라스트 필름 쇼(Last Film Show`)다. 영화를 보면 잘 알 수 있겠지만 한국어 제목으로는 정말 잘 지은 제목이다. `안녕, 시네마 천국` 마지막 장면에서는 필름 영화시대의 종말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 준다. 필름 시대가 가고 디지털 시대가 오는 과정에서 필름과 영사기 등 영화관의 모든 것들은 한순간에 거대한 용광로의 고열에 녹아 새로운 물건으로 재탄생돼 우리의 생활 속에 스며든다.

`안녕, 시네마 천국`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1980년대 흥행한 영화 `시네마 천국`의 인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 영화 감독 `판 날린` 감독의 작품으로 프랑스와 인도 작품으로 코로나19가 한창인 지난해 제작된 청소년 성장물이다. 한 소년이 영화에 흠뻑 빠지며 겪는 좌충우돌 성장기를 그리고 있으면서도 영화 산업의 부침과 변화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있는 소년 `사메이`의 삶은 영화와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면서 180도 바뀌게 된다. 장사도 잘되지 않는 아빠의 작은 찻집에서 돈을 훔치는가 하면 학교도 빼먹기 일쑤다. 9살 아들의 영화에 대한 `부도덕`한 집착을 알게 된 `사메이`의 아빠는 아들에게 매를 들며 `더러운` 영화 세계에서 발을 떼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미 영화에 흠뻑 빠진 `사메이`에겐 너무 늦은 일일 뿐이었다. 어느 날, 갤럭시 극장의 영상기사 `페이잘`을 알게 된 `사메이`는 은밀한 거래를 제안한다. 바로 엄마가 정성껏 싸준 도시락을 `페이잘`에게 건네는 대신 극장 영사실에서 마음껏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것! 이들의 `도시락-영화` 거래는 변치 않는 우정으로 발전하고 `사메이`는 친구들과 함께 자신들의 꿈인 35㎜ 영화 찍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격변의 역사 속에서 둘은 가슴 아픈 선택을 하게 되고, 그들의 꿈도 변화를 맞이 한다. 아니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안녕, 시네마 천국`을 선정한 BIKY 정다나 프로그래머는 "`안녕, 시네마 천국`을 영화를 사랑하게 된 청소년의 도전과 더불어 한 인간이 내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 경험하는 수많은 영화 세계가 투영된 소우주이다"며 "태교적 느낌을 자아내는 빛의 이미지나 감각적인 색채, 시종일관 움직이는 기차의 운동성은 영화의 시작과 원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면서도 수많은 압제 속에서 영화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었던 한 소년의 좌충우돌 도전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다"고 밝혔다. 그는 "주목해 볼 것은 영화가 담고 있는 극장의 변화는 팬데믹 이후 과도기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의 부유하는 마음과도, 그리고 변곡의 시기를 거치는 청소년기의 성장과도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며 "`안녕, 시네마 천국`은 변화가 가진 두려움의 끝에 우리가 만날 새로움의 시작, 그리고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할 영화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을 고백하는 우리 모두의 러브레터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영화 `안녕, 시네마 천국`은 1988년에 제작된 영화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을 소환한다. 영화 `시네마 천국`은 영화 속에서 또 다른 영화를 만나는 작품이다. 영화는 줄거리는 매우 단출하나 반면 인생의 깊이, 맛, 관조 등은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여운을 남게 한다. `시네마 천국`은 저명한 영화감독이 된 중년의 `토토`가 30년 만에 `알프레도`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고향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탈리아 시골 마을에 사는 영화를 사랑하는 소년 `토토`와 유일한 마을 극장의 영사기사인 `알프레도`의 시간을 초월한 우정을 담아낸다. 영화가 세상의 전부였던 토토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마을 광장에 있는 `시네마 천국`이라는 극장으로 달려간다. 영사기사인 `알프레도`의 친구로 지내며 어깨너머로 영사 기술을 배운다. 어느 날 광장에서 야외 상영을 해주던 도중 영화관에서 큰 화재 사고가 나 영사실은 불에 타고 혼자 있던 `알프레도`는 화재로 시력을 잃고 더 이상 세상을 보지 못한다. `알프레도`의 영사기 인생도 끝이 나고 `토토`가 뒤를 이어 영사기사로 일하게 된다. 실명한 `알프레도`는 토토의 친구이자 아버지로 든든한 정신적 지주가 되어 준다. 청년 `토토`가 사랑하는 여자인 `엘리나` 부모의 반대로 좌절을 겪자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더 많은 것을 배우라는 조언에 따라 결국 영화감독이 된다.

`안녕, 시네마 천국`에서도 `사메이`는 영화 공부를 하러 도시로 나간다. 디지털 영사기가 극장을 점령하고 필름과 영사기는 여인들의 장신구로, 또 식기루 등으로 재탄생한다.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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