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와 인류
조개와 인류
  • 경남매일
  • 승인 2022.07.2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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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제 홍<br>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 제 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조개란 일반적으로 연체동물문 이매패강(Bivalvia)의 동물을 지칭하며, 두 장의 탄산칼슘 패각으로 몸을 감싸고 있다. 실생활에서는 흔히 소라나 고둥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복족류(Gastropoda)를 포함하기도 한다. 조개의 수명은 보통 100년 이상인데, 지난 2013년 영국 웨일즈의 뱅거대학교 연구팀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조개를 발견했다고 한다. 발견된 조개의 조개 껍데기를 분석해본 결과 조개의 나이는 무려 507세였다. 안타깝게도 정확한 나이를 알기 위해 패각을 벌리자마자 죽었다고 한다. 조개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는데, 강이나 바다에서 조개를 잡아서 먹고 버린 쓰레기장(패총(貝塚))에서 꽤나 많은 선사시대의 유물들이 나오는 것이 그 증거다. 특히, 신석기시대의 많은 패총이 발견되었는데, 한반도에서도 동해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해안과 섬에서 발견된다. 

패총에서는 조개뿐만 아니라 당시 인간들이 사용했던 도구와 식용으로 잡았던 동물이나 물고기 뼈 등의 유기물도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동물 뼈는 산성이 강한 일반 토양에서는 부식되어 남아있지 않지만 패총에서는 조개의 탄산칼슘이 토양을 알칼리성으로 유지해주기 때문에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Dinner with Darwin: Food, Drink, and Evolution)의 저자인 조나단 실버타운(Jonathan Silvertown)은 그의 책에서, 아프리카에만 갇혀 있던 인류 조상이 지구 전체로 퍼지는데 조개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농업이 본격화되어 정착하기 전까지 6만 년 동안 인류가 해안선을 따라 이동할 때 조개는 그 여행에 함께 했던 주요 식량이었다. 그의 주장대로 만약 조개가 없었다면 약 7만 2000년 전의 인류 조상들은 다른 대륙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아프리카에서만 갇혀있었을지도 모른다. 

현재 아프리카 인구는 유전적으로 다양한데, 아프리카 밖 인류는 유전적으로 다양하지 않다. 7만여 년 전 아프리카를 떠났던 한정된 유전자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인류가 분화를 반복하며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일부 호모 사피엔스 무리가 조개와 굴, 홍합을 찾아 먹다가 지구 곳곳으로 이동하게 된 셈이다. 조개에게는 인류가 아니더라도 천적이 많다. 해달, 새, 불가사리, 고둥, 낙지, 문어 등은 조개를 좋아한다. 해달은 돌로 조개를 깨서 먹으며, 불가사리는 소화액을 뱉어 몸 밖에서 소화시킨 후 자기 위를 뒤집어 먹는다. 그리고 고둥은 치설로 껍데기에 작은 구멍을 내고 그 구멍으로 소화액을 주입해 소화된 조개를 빨아먹고, 문어와 낙지는 빨판을 이용해 껍질을 열고 속살을 먹는다. 도요새 중에는 조개껍데기를 여는 데 부리가 특화된 종류도 있다. 이들에게 조개는 훌륭한 단백질, 칼슘 공급원이다. 조개는 구하기도 쉽고 맛도 좋아 지금도 우리에게 훌륭한 식재료가 되고 있다. 서해에서 많이 잡히는 것이 맛조개와 백합이라면 남해는 굴, 가리비, 바지락, 재첩과 대합까지 다양한 조개가 양식되거나 잡히니 우리 경남은 조개 생산에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경남도가 올해 시군비 포함한 12억 5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패류특화품종 육성을 지원한다. 창원권역(홍합, 피조개), 통영권역(굴), 거제권역(개조개, 왕우럭조개), 사천남해권역(새고막, 바지락), 고성권역(가리비), 하동권역(재첩) 등 6개 권역으로 나누어 필요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 설립된 패류양식연구센터에 대한 기대가 크다. 조개는 종자를 대량생산 하는 기술만 뒷받침되면 인위적으로 먹이공급을 하지 않아도 되므로 가성비 높은 수산자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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