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6:13 (금)
나는 새처럼
나는 새처럼
  • 경남매일
  • 승인 2022.07.20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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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 보험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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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작은 날개, 부리, 늘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는 두 눈, 한 줌조차 채 안 되는 저 작은 새는 무슨 생각을 할까. 날개 짓으로 날아오르다 어디든지 앉고 싶은 자리에 앉는다. 꽃가지 위에, 가시넝쿨 위에도, 돌아갈 집이 없으나 걱정하지 않는다. 그저 날개 짓 멈추는 자리가 쉬는 자리다. 

누구나 저 새처럼 날고 싶지 않을까.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훨훨 날고, 배고프면 가진 연장(부리)으로 먹잇감을 찾아 배를 채우는 저 새처럼.

구하는 바가 많은 우리의 삶은 만족의 끝이 없고, 주변 사람의 아픔 하나 돌아볼 여유 없는 분주한 나날이 일상이다. 거절에 익숙하지 못해 원치 않는 부름에 응하고, 돌아오는 길에서 후회한다. 무능한 사람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그러고는 "시간이 없어"를 핑계 삼는다.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모르고, 잘나고 싶은 마음, 크게 보이고 싶은 마음, 다 부질없는데 쉽게 놓지 못한다. 섣불리 세상에 알려지기를 구하기보다 남들과의 비교에 연연하지 않고 홀로 자신의 길을 가다 보면 어느새 그 누구보다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을 터인데, 그 또한 순간순간을 깨닫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한없이 어리석다.

문득, 문득 외로움이 밀물처럼 밀려들 때 뒤를 돌아보니 친구는 저만치 먼 거리에 서 있다. 인생이라는 마라톤 선상에서 출발은 같았으나, 바라보고 가는 방향이 달랐으니 이제 좁혀질 수 없는 각자 다른 길에 서 있다.

얼마 전 지인의 병문안을 갔다가 옆 침대에 암으로 투병 중인 머리카락 한 올 없는 환자를 보았다. 목사님이 기도를 하고 계셨는데 기도 중 한 대목이 유난히 내 귀에 또렷하게 들린다. 

 "~~기적이 일어나게 해주실 것을 믿습니다"였다. 그 환자에게 기적은 무엇일까. 암이 치유되고 빠진 머리카락이 다시 나고, 집에 돌아가서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이런 것들이 아닐까. 아무 감흥 없이 당연함으로 맞이하고 흘려보내는 평범한 나의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기적인 것이다. 

더위에 눈살을 찌푸리는 이 여름날의 하루도, 어제 이 세상 떠난 이들에겐 간절히 원하던 하루였지 않은가. 유난히 더운 것은 가을이 가까이 왔다는 것이니 알고 보면 희망인 거지. 부족함이 한가지라면 족함은 만 가지다. 

안병욱 교수가 남긴 글에 이 대목이 있다. "젊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는 공부, 여행, 연애"라고 했는데, 공부는 하면 되고, 여행은 떠나면 되고, 연애는 사랑하면 된다. 이 모두 나의 선택이니 얼마나 다행인가. 지금 이 시간부터라도  행복할 수 있으니 말이다.

가슴에 품고 있는 새 한 마리, 아직 젊다는 것이고, 날개를 펴고 날고 싶은 것은 꿈이 있다는 것 아닌가. 철이 덜든 것인지, 나도 저 새처럼 훨훨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날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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