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30 01:03 (토)
오마주와 표절 사이의 경계선
오마주와 표절 사이의 경계선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2.07.20 2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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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문화체육부 기자
이정민 문화체육부 기자

 

오마주와 표절의 경계선은 어디에서 나눠질까, 칼로 무를 반토막으로 내는 것처럼 싹둑 잘라버리면 쉬울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작곡가이자 가수, 안테나뮤직이라는 한 기획사 수장이 지난해 9월 발표한 피아노곡 `아주 사적인 밤`이 일본 영화음악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의 곡 `아쿠아`와 유사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유희열은 지난달 14일 소속사 안테나 페이스북을 통해 "곡의 메인테마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데 동의하게 됐다"고 사과 표명과 함께 관련 곡 발매를 중단했다.

이에 사카모토 류이치는 "두 곡의 유사성은 있었지만 제 작품 아쿠아를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나의 곡에 대한 그의 큰 존경심을 알 수 있다"며 유희열을 포용함으로 법적 소송까지 가지 않았고 양측 모두 유사성을 인정했다. 이전에도 다양한 국내 아티스트들이 숱한 표절 시비에 휘말렸고 K팝이 번창하던 시절 외국곡 표절 시비가 빈번하게 일어났지만, 즉각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아티스트는 드물었기에 유희열의 조기 사과 및 대처는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이 사태로 인해 유희열의 과거 표절 의혹 곡까지 무더기 쏟아지며 표절 의혹은 마침표가 아닌 진행 중이다. 유희열은 의견문을 통해 "긴 시간 가장 영향을 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기에 무의식중에 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고, 발표 당시 저의 순수 창작물로 생각했지만 두 곡의 유사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말의 끝에는 `죄송하다`라는 사과의 의미가 내포하지만 이것은 논란에 대한 사과이다. 표절에 대한 사과라고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한 사람이 노력한 결과물이 단지 무의식 속에 남아있던 기억이 나온 결과로 다시 탄생할 수 있는 것인가. 표절의 `절`은 훔치다, 도둑질하다 라는 뜻을 내포한다. 사전적 의미로 표절은 다른 사람의 저작물 일부 또는 전부를 몰래 쓰는 일종의 절도 행위이다. 엄연히 창작의 고통이 배어 있는 창작물을 훔치는 명백한 도둑질이다. 더군다나 훔친 곡을 아무것도 모르는 팬들에게 팔고 훔친 곡인지 모르고 소비하는 팬들 역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MBC 대표 시사 프로그램 100분 토론에서 업계 전문가로 불리는 대중문화평론가 임진모는 "유희열 작곡 전공했다. 이 부분에 대해 너무나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객관적으로 양심이다 의도다. 이런 얘기 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도덕적 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간 대다수가 표절 시비가 불거지면 정확한 입장을 밝히고 바로잡기보다 "그 아티스트를 너무 좋아해 오마주 했다" 라는 말로 어물쩍 넘기려는 꼼수가 있었다. 이번 사건은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명성과 유명세를 가진 작곡가도 표절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과 원작자에 대한 존경ㆍ존중의 의미를 담은 `오마주`가 표절의 그럴듯한 해명 수단으로 전략하는 모습이 대중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전 세계적으로 K팝 등이 주목받고 영향력이 커지며 경제적 부분이 성장했다고 해도 아직 사람들의 문화적 부분은 성장하기는커녕 후퇴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음악 콘텐츠 저작권의 근간을 바로 세워야하며 의혹만으로도 불명예의 명예를 짊어지게 되는 표절과 문제를 어물쩍 넘기려는 꼼수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한, 아티스트를 향한 존경심이 오마주라는 이름하에 간단하게 치부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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