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수탁자의 손해배상책임
명의수탁자의 손해배상책임
  • 경남매일
  • 승인 2022.07.13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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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의 법률산책김주복 변호사
김주복의 법률산책김주복 변호사

2011년 10월경, 김씨는 박씨로부터 토지를 2억 6000만 원에 매수하면서 자신 이름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수 없는 이유로, 지인인 이씨에게 부탁을 하여 이씨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기로 약정(명의신탁약정)했다. 그 약정에 따라 박씨는 이씨 앞으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경료하였고(명의신탁등기), 이로써 이른바 `3자간 등기명의신탁`이 이뤄졌다.

그런데 2014년 4월경, 이씨가 정씨에게 그 토지를 김씨의 동의 없이 매도해버렸다. 매매대금을 14억 원으로 정하되, 매매대금 중 9억 8000만 원 부분은 정씨가 그 토지의 근저당권부 채무를 인수하는 것으로 하고, 나머지 4억 2000만 원을 정씨가 이씨에게 지급하고, 이씨는 정씨에게 그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

이러한 경우, 명의수탁 이씨는 명의신탁자 김씨가 맡긴 토지를 임의로 처분하였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횡령죄)을 받게 되는가? 대법원은 종래에는, 명의수탁자에게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해오다가, 2016. 5. 19.부터는 판례를 변경하여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하고 있다. 그러한 판단의 법리적 논거는,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자 사이에 위탁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는데,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따라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고,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 등 사이의 위탁관계는 사용대차ㆍ임대차ㆍ위임 등의 계약뿐만 아니라 사무관리ㆍ관습ㆍ조리ㆍ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므로,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자 사이에는 위탁관계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명의수탁자 이씨를 횡령죄로 형사처벌 할 수는 없을지라도, 명의신탁자 김씨의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여 이익을 얻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므로 명의신탁자에게 민사책임은 져야 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1심 법원은 이씨는 명의신탁 받은 토지를 매도해 법률상 원인 없이 매매대금 상당의 이익을 얻었고, 김씨는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권이 상실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이씨가 얻은 이익(4억 2000만 원) 중 일부(2억 6000만 원)를 김씨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으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은 부정하였다.

또한, 항소심 법원도 1심 법원과 유사한 이유로 `이씨는 김씨가 구입한 부동산의 매수대금 상당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을 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2020다208997)은 최근, 원고패소 판결한 항소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하였다. 그 법적 논리는 다음과 같다. ①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 등을 원인으로 제3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고, 그 결과 매도인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소유권 이전등기의무는 이행불능이 되어 명의신탁자로서는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없게 된다. ②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채권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명의신탁 받은 부동산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했다면, 이는 사회통념상 사회질서나 경제질서를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자의 채권침해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한다. ③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지도이념, 증명책임의 부담과 그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되고,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침해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는 형사책임과 별개의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④명의수탁자에게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대법원 판결(2014도6992 전원합의체)은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해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관계가 아니므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에 대해 횡령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 것일 뿐이지, 명의신탁관계에서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호할 수 없다는 취지는 아니므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으로 명의신탁자의 채권이 침해된 이상, 형법상 횡령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 대해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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