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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주의 잔재와 도그마 현상의 역설
국수주의 잔재와 도그마 현상의 역설
  • 경남매일
  • 승인 2022.07.1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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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방담<春秋放談>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국수주의(國粹主義)는 제 나라의 국민적 특수성만을 가장 우수한 것으로 믿고, 유지, 보존하여 남의 나라 것을 배척하는 쇄국주의다. 극단적 내셔널리즘(nationalism)으로 대원군의 쇄국정책, 나치즘, 파시즘, 쇼비니즘 등이 그런 유형이다. 도그마(dogma) 현상은 맹목적으로 약자는 선하고 강자는 악하다고 인식하는 현상으로 사회과학에서 약자를 뜻하는 언더 독(under dog)과 맹목적인 견해, 독단을 뜻하는 도그마의 합성어이다. 우리 국민의 의식저변에는 열등감에 대한 방어기제가 깊숙이 내재되어 있다. 3000회가 넘는 외부의 침입을 받으면서 생겨난 자기방어기제의 자연스러운 발현이다. 오랜 기간 중국의 지배와 일제 36년의 식민통치, 한국전쟁을 통해 경험한 동족상잔의 비극이 낳은 부정적 산물이다. 건국 초기에는 반공반일이 국시였으나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자강의식으로 반일을 극일로, 반중을 동반자 관계로 변화시키면서 건국 70년 만에 세계 10위의 경제 강국이 되었다. K콘텐츠가 인터넷을 통해 OTT(over-the-top)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제공함으로써 케이컬쳐(K-culture)는 세계의 젊은이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경제와 문화가 세계화하는 지구촌시대를 맞아 코리아 팬덤은 날이 갈수록 그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는 5000년 역사의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톱클래스에 진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일본보다 늦게 근대화를 시작했지만 이제 한국이 일본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나 아직도 중국과 일본에 대한 피해의식과 서구의 선진문화에 대한 열패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케케묵은 반일과 반중, 반서구적 사고에 경도된 국수주의자들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나 우리와 비슷한 과거사와 지역갈등이 존재해 왔다. 영국의 스코틀랜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이탈리아의 롬바르디아, 캐나다의 퀘벡주 등의 지역 갈등은 우리보다 더 심하다. 지금의 한국이 생성된 근원에서 비롯되어 권력을 잡으려는 정치세력에 의해 형성된 영호남의 지역갈등은 타국의 예와 다름없다. 그런 역사적 근원을 무시하며 억지로 통합만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그 지역의 특색을 살려 특화시키는 것이 국민화합의 실질적 방법론이 될 것이다. 영남은 영남답고, 호남은 호남다워야 국익 증진에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근 모 일간지에 심리학 작가라는 분이 기고한 글에서 윤 대통령의 영어사랑(?)을 매우 한국적인 언어 사대주의라고 시니컬하게 비판했다. 거기에 더해 서구문화에 대한 식민주의적 사고방식과 열등감의 표출, 권위주의, 열등감 방어의 부정적 기제 발동이라고 비판한 글을 읽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의 말대로 윤 대통령이 영어표현을 많이 했다고 고시합격전력(9수)까지 언급하며 열등의식 운운하는 것을 보면 바로 글쓴이 자신의 저열한 열패감의 표출로 보인다. 이념에 경도된 편견의 도그마에 빠지면 자가당착의 미망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분은 <프레지던트 윤의 일글리시 러브에 관한 고찰>이라는 제목 아래 이런 멘트를 부연했다. `먼저, 이 글은 프레지던트 윤과 그를 팔로워하는 피플에게 데디케이트 하는 펄포즈로 라이팅하였음을 밝힌다.` 이를 한글로 번역하면 `먼저, 이 글은 윤 대통령과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목적으로 썼음을 밝혀둔다`이다. 윤 대통령의 영어 표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그가 이해불가인 영어발음 그대로 멘트한 것은 윤 대통령의 영어표현에 대한 의도적인 설풍량화(說風凉話)이다. 그의 숨겨진 집필 의도로 미루어 볼 때 이는 자기열등감에 사로잡힌 자들의 전형적인 약자코스프레이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소감을 위트 넘치는 영어로 말해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배우 윤여정 씨. 유엔초청연설에서 확신에 찬 어조로 표준영어를 구사해 박수 갈채를 받은 BTS의 RM. 영국 EPL득점왕이 되어 유창한 영어로 인터뷰하는 손흥민 선수. K-POP에 매료돼 한글과 영어로 된 노래에 열광하는 세계 수천만 팬덤의 아미(ARMY)군단은 과연 언어사대주의자들일까. 필자의 이런 예시를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 폄훼(貶毁)한다면 함구무언(緘口無言)일 뿐이다.

영어표현을 언어 사대주의라고 말꼬리 잡는 편협한 사고는 바로 심리학자 아들러가 `인간은 열등감을 보상하기 위해 우월성, 완전성, 유능감을 추구하며 발전된 자기 모습을 지향한다`는 말의 곡해일 뿐이다. 나는 우리대통령이 세계각국정상회담에서 통역 없이 유창하게 영어로 담소하고 연설하는 것이 한국의 국격을 높인다고 생각한다. 시대 흐름을 망각한 채 국수주의 꼰대 근성에 매몰된 국가와 국민은 이제 설 자리가 없는 글로벌 커뮤니티가 되었다. 지기(知己)가 안 된 사람이 지피(知被)를 논한다는 것은 자기무지의 폭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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